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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속에 깨달음 있다

기자명 황산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23.11.13 16:27
  • 수정 2023.11.13 16:28
  • 호수 1704
  • 댓글 0

재난 속 중생 마음은 더 복잡
치열하게 남 도울 수 있어야
아낌 없이 배신 당하더라도
평정심 유지하는 것이 보살

재난이 있는 곳에 깨달음이 있습니다. 중생을 가엾이 여기는 것으로 자비심이 싹트게 됩니다. 자비는 보리의 어머니입니다. 깨달음은 자비심 속에서 태어나 자비심의 양분을 먹고 자라서 지혜라는 열매가 됩니다. 그래서 참다운 지혜는 자비심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자비는 고난과 역경이 있는 곳에서 더 크게 얻을 수 있습니다. 

고요와 평온 속에서는 강렬한 자비심을 얻기 어렵습니다. 지장보살은 지옥을 다니며 중생을 구제한다고 하며 관음보살도 구고구난이라고 고난에 처한 이들을 구제하십니다. 고통 속에 헤매는 중생에 대한 끝없는 연민입니다. 끝없이 중생을 구제하다 보니 대보살이 되신 것입니다. 

보살의 길은 탐욕과 어리석음의 윤회 감옥에 갇혀 고통받는 중생을 돕는 일입니다. 고통을 보면 자비심이 일어나고, 고통을 구제하는 행동을 통해 자비심이 커지게 되며, 그러는 가운데 지혜도 같이 성장하는 것입니다. 

중생의 마음은 복잡미묘해서 열심히 한다고 다 구제되지 않습니다. 시기·질투·아만·우울·정신분열·자학·자기혐오·재물욕·권력욕·성욕·식욕·게으름·나태·허영심·불만 등 많은 감정과 업장이 중첩되어 있기에 돕다가 오히려 상처만 받기 쉽습니다. 재난이 있는 곳에서 중생의 마음은 더 복잡합니다. 그곳에서는 더 치열하게 남을 도와야 합니다. 가장 훌륭하고 적절한 방법을 궁구하여 적용하는 속에 지혜가 무럭무럭 자랍니다. 수십번 수백번 수천만번 상처받고 넘어지면서 자비와 지혜가 견고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인욕의 고통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재난과 고통 속에서 다들 웃으며 극복하게 하는 힘이 지혜와 자비입니다. 재난 속에 웃음꽃을 피우는 작업을 지속해야 합니다. 재난이 있는 곳에서 ‘대자대비’라는 보물을 캐내어 내 것으로 만들어야만 합니다. 이미 관음·지장·문수·보현보살께서 그 길을 보여주셨으니 우리는 그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지난 10월 대만 자제공덕회와 불광사·법고산사·중대선사 등을 순례했습니다. 자제공덕회는 지구에서 벌어지는 모든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여 구호를 펼치기로 유명합니다. 재난 속에서 웃음꽃을 피우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수백만 명이 매일 기부하고 수백만 명이 구호 활동에 참여하며 수백만 명이 그 구호를 받습니다. 재난을 당할 때는 너무나도 괴롭지만, 관음보살 같은 자제인들이 도착해서 그곳을 치유해 나갑니다. 돈이 없어서 또는 오지라서 치료를 못 받을 때 자제인들이 나타나 가지가지 치료법을 동원해 치료해주고 결국 건강해집니다. 

‘관음예문’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가없는 중생의 아픔, 끝없는 중생의 소원, 얼마나 애달팠으면 천의 손이 되셨을까? 얼마나 사랑하였기에 천의 눈을 하셨을까? 재앙의 세월이 온다 하여도 내게는 두려움 이미 없도다. 님의 눈 어느 때고 나를 보시니 내게는 두려움도 이미 없도다. 멸망의 세상이 된다 하여도 내게는 근심 걱정 이미 없도다. 님의 귀 어디가나 나를 들으시니 내게는 근심 걱정 이미 없도다. 내 음성 다 들어주시고 내 모습 낱낱이 살펴주시는 관세음 관세음 자비하신 어머니여! 원하옵나니 자비시여! 이 도량에도 밝아오사 저희들의 작은 공양을 받아 주소서.”

대만은 1949년 장제스 정부가 들어서면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었으나 1970년대 초 중국이 UN에 가입하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되찾으면서 UN에서도 탈퇴하게 됩니다. 1950년대부터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으로 인해 매년 단교국이 늘더니 지금은 지구상에 공식적으로 외교를 하는 나라가 거의 없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자제공덕회의 국제 구호 활동은 지장보살처럼 꿋꿋했습니다. 불교를 앞세운 것도 아니고, 불자를 많이 만들고자 하는 활동도 아니었습니다. 인간불교로서 순수한 중생구제를 위한 활동이었습니다. 

남을 돕는 데 조건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세상에 믿지 못할 생명 없고, 사랑하지 못할, 용서하지 못할 생명은 없습니다. 수년간 아낌없이 다 주고 배신을 당하더라도 평정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보살의 마음인 것입니다.

황산 스님 울산 황룡사 주지 hwangsanjigong@daum.net

[1704호 / 2023년 1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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