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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마조의 언어에 의한 선기 방편(상)

기자명 정운 스님

선기 활용 시초는 마조 스님

할, 그릇된 견해 일깨우려
고성으로 질타하는 방편
마조에게서 비롯된 할·방
선사상 고양시키는 토대

지난호에서 선의 대기대용에 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았다. 곧 활발발한 선기(禪機)는 (1)언어적 표현, (2)몸의 동작·행위, (3)주변에 있는 주장자·불자·동물 등을 사용하거나 이외 집기를 사용하는 일 등이라고 언급했다. (1)∼(3)까지 선기 활용이 모두 마조가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다. 

할(喝)은 스승이 제자의 그릇된 견해와 집착을 깨우쳐 주기 위해 고성으로 질타하고, 언어와 사려가 미치지 못하는 경지를 보이는 접화 수단이다. 선가에서 할을 가장 많이 활용한 사람은 임제로 알려있지만, 처음으로 활용한 사람은 임제의 증조 뻘 되는 마조이다. 

황벽이 백장에게 ‘마조를 친견하고 싶다’고 하자, 백장이 ‘마조 스님은 이미 돌아가셨다’고 답한다[법맥은 마조-백장-황벽-임제]. 이에 황벽이 ‘그렇다면 마조 스님이 어떤법문을 스승님에게 남겼습니까?’라고 질문을 하자, 다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백장이 마조 선사를 모시고 있을 때의 일이다. 백장은 법상 모서리에 있는 불자를 보고 마조 선사에게 물었다. “이 불자에 즉(卽)해서 작용합니까, 아니면 이 불자를 여의고[離] 작용합니까?”/ “그대가 훗날에 법을 설하게 되면, 무엇을 가지고 대중을 위해 제접할 것인가?”

백장이 대답 대신 불자를 잡아 세웠다. 마조가 이를 보고 물었다. “이것[拂子]에 즉해서 작용하느냐, 아니면 이것을 여의고 작용하느냐?”

백장이 불자를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마조가 순간, ‘악!’하고 고함을 질렀다. 백장은 사흘 동안 귀가 먹었다.

마조의 고함소리에 백장이 3일 동안 귀가 먹었다는 Ⓐ삼일이롱(三日耳聾) 공안이다. 백장이 제자 황벽에게 (앞 인용문 내용)을 다 말한 뒤에 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불법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내가 지난날 마조의 두 번째 할을 듣는 즉석에서 3일 동안 귀가 먹고 눈이 멀었느니라.”

이런 말을 들은 황벽은 그 자리에서 깨달았다고 하는 일화가 황벽토설(黃檗吐舌)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내용들이 선종사에서 할을 시행한 최초로 전해 내려온다. 송대의 공안이나 화두가 성립되기 이전에 할·방으로 인해 선사상이 더욱더 고양되고 개발되었으니 마조가 선종사에 남긴 공적을 높이 살만하다. ‘삼일이롱’과 ‘황벽토설’은 깨달음의 경계를 가장 구체적이면서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이 점은 마조-백장-황벽-임제로 이어지는 마조계 법맥을 나타내려는 의도가 드러남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앞의 ‘삼일이롱’ 공안에서 마조가 할을 하면서 불자를 사용하고 있는 점이다. 또한 마조는 제자들과 대화하는 도중이나 대화가 끝났을 때에도 “좌주야!” “이 미련한 중아!” 등 소리를 내질렀다. 또 제자와 선문답하는 도중에 상대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는데, 이는 외부에서 부처를 찾을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는 보배는 왜 보지 못하는가?’에 대한 마조의 간절함이 큰 소리[喝]를 내지름으로써 표현되고 있다고 본다.

한편 마조가 방망이를 휘두른 점에 대해 이런 이야기가 전한다. 석구(石臼) 스님이 처음으로 마조를 찾아왔는데, 마조가 먼저 물었다. 

Ⓑ “어디서 왔느냐?” 
석구가 답했다. “오구(烏臼) 스님에게서 왔습니다.”/ “오구는 무어라고 말을 하던가?”/ “‘이곳 사람들은 몇 사람이나 망연(茫然)해하고 있을까?’라고 하던데요.”/ “망연함은 우선 그만두고, 초연(悄然)한 일구나 말해 보거라.”

석구가 귀를 모으고 마조 앞으로 세 걸음 다가갔다. 마조가 말했다. “내게 몽둥이가 일곱 개 있는데, 자네에게 줄 테니까 오구 스님에게 가서 오구를 실컷 두들겨 패 주어라.”/ “스님께서 먼저 맞아 보십시오. 그런 뒤에 오구화상에게 돌려 드리겠습니다.”

앞의 이야기에서 볼 때, 당시 마조가 방망이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석구가 마조의 법을 받은 것으로 봐서 석구는 오구와 마조 사이를 오가며 수행했던 인물로 평가된다.

정운 스님 동국대 강사 saribull@hanmail.net

[1705호 / 2023년 11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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