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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정말 맛있어요!”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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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어린이들과 함께 마곡사로 절살이(여름불교학교)를 갔을 때 일이다. 한 부모가 절살이 프로그램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를 보내겠다고 했다. 아이는 한번도 학교나 단체에서 하는 캠프활동에 참가해 본 일이 없고, 종교도 다르다고 했다. 부모 입장에서는 큰 맘을 먹은 것이었다. 하지만 보내겠다고 마음먹고도 3∼4차례 확인 전화가 왔다. 절대 아이에게 먹는 것을 강요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었다. 아이의 부모는 출발하는 버스 앞에서도 재삼 아이의 먹는 문제를 강조했다. 도착해서도 안심이 안되는지 또 전화가 왔었다. 주의 깊게 더 관찰할 테니 안심하라는 이야기로 전화 통화를 끝냈다. 정말 아이에게 문제가 있나 싶어 첫 날부터 유심히 지켜보았다. 아이는 첫날 첫 공양 때 반 숟가락정도 밥을 받아 단무지 한 조각에 먹었다. 그 다음날 아침 공양 시간에는 밥을 먹지 않았다. 속이 이상하다는 이유였다. 점심때 공양간에서 아이들을 위해 카레를 내왔는데그 아이는 역시 카레도 먹지 않았다. 못 먹는단다. 하지만 아이는 배가 고팠던지 밥을 반 공기정도 받아서 식탁 앞에 있던 고추장에 조심스럽게 조금 비볐다. 맛이 생각보다 괜찮았던지 받은 밥을 고추장에 깨끗이 비벼 먹었다. “그렇게 먹으니까 맛있니?” “예!” “집에서도 그렇게 먹니?” “아니요! 밖에서 사먹는 것도 안 먹는 걸요. 그런데 정말 맛있어요. 집에 가서 엄마한테 이렇게 해 달라고 해야지..” 아이는 정말 배가 고파서인지, 맛이 있어서인지 밥알 하나 흘리지 않고 깨끗이 먹었다.

생각해 보니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지 못하면 안절부절 못하는 부모에게 문제가 있었다. 아이가 먹는 것에 스트레스를 가졌던 것도 부모의 욕심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추장 힘인지 그 날 이후 아이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고. 아이는 재미있게 절살이를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를 다시 만나 울먹거리던 그 부모가 지금도 생각난다. 어떤 것이 아이를 위하는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유지선(선재연구모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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