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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수행이론의 총망라(77) - 깨친 이의 능력; 각론 ⑫

경전 문학적 형태 분류는 ‘12분교’ 

화엄경은 ‘12분교’ 자유 구사
게송으로 읊는 운문법 활용
경전 맞춤 응송과 고기송 존재
여래출현품 게송은 모두 응송

전통 경학에서는 ‘여래출현품’ 총 3권(제50권~제52권)을 일곱 부분으로 나눈다. 그것을 나열하면, ⑴가지하는 부분[加持分], ⑵본분(本分), ⑶법을 청하는 부분[請分], ⑷법을 설하는 부분[說分], ⑸이름을 드러내어 수지하는 부분[顯名受持分], ⑹상서를 나타내어 증명하는 부분[表瑞證成分], ⑺게송으로 마무리하는 부분[以偈總攝分]이다. 이상의 과목 이름 중에서 ⑵를 제외하고는 대개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⑵본분’의 뜻을 요즈음 말로 바꾸어 말하면, 의제 설정(아젠다 세팅, agender setting)이다. 즉, 여래성기묘덕보살과 보현보살 사이에 벌어지는 문답의 근본[本] 주제는 ‘여래 출현’이라는 점을 이 부분에서 밝히므로, 이름을 본분(本分)이라 했다.

⑴에서 ⑺까지 중에서, 필자는 지난주에 ⑷법을 설하는 부분[說分]을 다시 열 문단으로 세분하여 ④여래의 속생각[意業]까지 소개를 마쳤다. 이즈음에 ‘⑷법을 설하는 부분[說分]’의 전체 과목을 상기해두고자 한다. ‘⑷설분’은 모두 열 문단으로 나누는 독서 방법이 요령이다. ‘세상에 출현한 여래’를 열 측면에서 대승 경전 구성작가는 기존의 각 설을 집약하고 있다. 열 측면이란 ①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신 이유 ②여래의 몸 ③여래께서 하신 말씀 ④여래의 속생각 ⑤여래께서 노니시는 경계 ⑥여래의 행동거지 ⑦여래께서 완성하신 깨침의 내용 ⑧여래께서 출현하시어 법륜 굴리시는 양상 ⑨열반에 드시는 양상 ⑩세상에 출현하신 여래를 가까이 모신 공덕 등이다. 

지난주에 ④여래의 속생각을 설명했으니 이어서 이번 주에는 ⑤여래께서 노니시는 경계를 소개하려 한다. 늘 그렇듯이 ‘화엄경’ 구성작가는 문학 기법의 두 가지 ‘형식’을 활용하고 있다. 앞부분은 산문체에 해당하는 장행(長行)이고 뒷부분은 운문체에 해당하는 게송(偈頌)이다. 게송에는 두 종류가 있음을 독자들도 아실 것이다. 이왕 문학의 ‘형식’ 쪽으로 이야기가 흘렀으니, 전통의 경학에서 불경 문장을 소위 문학의 ‘형식상’ 어떻게 분류하는지를 이참에 독자들께도 소개한다. 

불교 경전을 외형의 문학적 형태로 분류한 것이 경학의 ‘12분교(分敎)’ 설이다. 여기서 말하는 교(敎, śāsana, 싸아사나)는 ‘음성’ 또는 ‘문자’ 또는 ‘분석적 사유’라는 소통의 ‘매개체’를 통해 겉으로 ‘드러난 가르침’이다. ‘드러남’에 방점이 찍힌다. 

이렇게 ‘드러난 가르침’을 통해 우리는 그 속에 ‘담긴’ 이치(法, dharma, 다르마)와 내용(義, artha, 아르트하)을 전달받을 수 있다. 독자들께서는 필자가 말하는 소통의 ‘매개체’, 밖으로의 ‘드러남’, 안으로의 ‘담김’ 등의 용어에 주목하시길 부탁한다. 경학에서 소통의 ‘매개체’ 논의를 능전체성(能詮體性)이라 하며, 밖으로 ‘드러남’ 논의를 장승분섭(藏乘分攝)이라 하며, 안으로의 ‘담김’ 논의를 권실대변(權實對辨)이라 한다. ‘장승분섭’에서 ‘12분교’ 논의가 등장한다. 12장르로, ⑴계경 ⑵응송 ⑶수기 ⑷고기송 ⑸인연 ⑹자설 ⑺본사 ⑻본생 ⑼방광 ⑽미증유 ⑾비유 ⑿논의이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꼭 경학 이해의 중요한 관건이다. ‘화엄경’ 구성작가는 이상 ‘12분교’의 형식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화엄의 이야기를 엮어가고 있다. 특히 게송으로 읊어대는 운문(韻文)의 기법을 잘 활용하고 있다. 그중에는 경(經)으로 설한 내용에 짝 맞추어 ‘응송’으로 읊기도 하고, 때로는 이전의 경(經) 내용과는 별도로 독자적으로 즉 ‘고기송’으로 읊기도 한다. ‘여래출현품’에 나오는 게송은 모두 ‘응송’이다. 

⑤여래께서 노니시는 경계를 읊은 게송은 모두 5수인데, 그 첫수만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마음의 경계들이 한량없듯이, 부처님의 경계도 그와 같나니, 마음 경계 뜻으로부터 났듯이, 부처 경계 이렇게 관찰하시오.” 

셋째 구절의 한문은 “여심경계종의생(如心境界從意生)”이다. 운허 스님께서는 ‘심(心)’을 ‘마음’으로, ‘의(意)’를 ‘뜻’으로 번역하셨다. 마음으로 짓는 일체의 사량분별이, 사량분별 이전의 차별 없고 한량 없는 ‘뜻’에서 생겨난다는 것이다. 

화엄은 이 ‘뜻’을 으뜸[宗]하는 법성종(法性宗)의 소의경전이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1706호 / 2023년 1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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