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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법 현장에서 길러낸 탁마의 기록들

  • 불서
  • 입력 2023.11.28 13:36
  • 호수 1706
  • 댓글 0

푸른수행 파란행복
종원 스님 지음/맑은소리 맑은나라/250쪽/2만원

푸른색은 변함없음, 혹은 절개를 상징한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사계절 푸른 소나무를 가장 사랑한다. 갖은 시련에도 변함없이 한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살아온 것도 이처럼 변하지 않는 푸릇푸릇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눈 푸른 납자’라는 단어에서 느끼는 감정도 마찬가지다. 어떤 마장에도 결코 물러섬이 없는 수행자의 결기가 느껴진다. 

불가에는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是便正覺)’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 품었던 마음을 일관되게 유지하면 마침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초심(初心)이라고 말한다. 처음 뜻을 품었다고 해서 초심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시류에 물들지 않은 곧은 마음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일본의 유명한 선승 스즈키 순류는 ‘선심초심(禪心初心)’이라고 가르쳤다. 수행자로서 첫발을 디뎠을 때 가졌던 싱그럽고 투명한 마음, 그 자체가 바로 선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대각회 총본산인 대각사 주지를 맡고 있는 종원 스님이 전법의 현장에서 수행하고 느낀 바를 글로 풀어냈다. 제목에서 느끼듯 푸른 수행은 어떤 시련에도 결코 퇴색되지 않는 수행자의 초심, 그리고 그 길을 따라 평온하며 안온한 파란 행복에 이르는 길을 상징적으로 그려냈다.
 

스님은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이며 군종특별교구 부교구장, 중앙승가대학 총무처장 등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 이런 다양한 모습들은 어린이, 청소년, 군, 대학생, 대중 등 처한 곳에서 다양한 전법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수행자로서 포교사로서, 그리고 자연인으로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스님의 삶을 고졸하지만 거짓 없는 모습으로 살뜰하게 그려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스님은 불교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신행으로 평생을 일관했던 모친의 모습이 자신의 거울이었으며 또한 수행자의 삶을 걷게 한 불연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모친을 따라갔던 절에서 만났던 전각과 부처님과 스님과 보살님들, 이 모든 것이 전문 수행자의 길을 가도록 이끈 작지만 귀중한 씨앗들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출가와 군법사 생활, 행정과 수행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중도적 삶의 모습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이 시대 스님의 참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특히 구한말 위대한 선지식이며 또한 독립투사였던 용성 조사를 기리는 글들은 단순히 수행자의 삶이 아닌,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애국의 참 의미까지 일깨우고 있다.

책은 총 26개의 주제로 구성돼 있다. 마음 밭, 장엄, 회향의 즐거움, 시줏물, 도반, 불교 속의 명절, 나의 은사 보광 스님 등 조금은 사소한 주제들이다. 그러나 그 사소한 일상에서 특별한 탁마(琢磨)의 과정을 길러낸 종원 스님의 글쓰기는 맑다 못해 투명하기까지 하다.

김형규 전문위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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