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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한 2023년을 소중히 보내며

기자명 한산 스님

장례식장서 만난 친척들에
‘나무아미타불’ 염불 권해
죽음 꼭 슬픈 일만은 아님을
염불·기도하며 깨닫길 발원

한 해를 정리하고 되돌아보는 감사의 달 12월이다. 2023년을 돌아보니 좋은 인연과 만남, 뜻깊고 감사한 추억, 무수한 집착심과 만나며 하심(下心)과 겸손을 배운 경험들이 떠오른다. 새해 출발은 내 인생 첫 책을 내놓으며 나도 세상에 함께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출간의 인연이 법보신문과도 이어져 세심청심에 1년간 12번의 글을 쓰는 소중한 경험도 하게 되었다.

만남에는 이별이 뒤따른다. 애별리고(愛別離苦)의 교리를 들지 않더라도 좋은 인연과 헤어짐은 고통이다. 만남 속에 이별이 예정되어 있고, 만남과 이별이 한 쌍임을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머리로는 알아도 갑자기 마주한 이별에는 당혹감과 슬픔이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가깝고 사랑하는 가족일 때는 그 정도가 더 크다.

며칠 전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일정이 있어 부모님 댁에 방문했을 때 늦은 밤 친척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이른 아침 도착한 장례식장 분위기는 엄숙하고 슬픔이 가득했다. 사촌들은 얼마나 울었는지 얼굴이 퉁퉁 부어있었다. 힘없이 움츠린 어깨를 안아주니 추스르던 눈물이 다시 터져 나왔다. 오랜 병고를 겪은 어머니를 먼저 보낸 자식들의 깊은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서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모두에게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지극정성으로 해보길 말씀드렸다. 돌아가신 분에게 염불의 공덕을 회향하면 아미타부처님이 계신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왕생할 수 있는 인연이 될 것이고, 염불하는 나 자신은 아미타부처님과 인연을 맺는 것은 물론이며 지금 이순간 있는 그대로 정토임을 깨달아 안심하고 평안하게 살 수 있는 공덕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나는 고인을 위해 아미타부처님의 인도 받아 오직 즐거움이 가득한 극락에 태어나기를 발원하며 ‘아미타경’을 읽어드렸다. 

독경을 마치고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에게 ‘지금 여기 감사 일기’ 책을 선물했다. 고인과 함께했던 감사하고 행복한 순간에 초점을 맞추어 100일 동안 감사 일기를 쓰고 아쉬움과 슬픔, 후회의 마음이 들 때 분노 일기를 쓰며 마음을 털어놓으면 아름다운 애도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장례식장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져 친척들의 얼굴이 한층 밝아지고 가벼워 보였다.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며 극락에 가기를 발원하는 선업이 그들을 안심하게 하였을 테고, 죽음이 꼭 슬픔이어야만 하지는 않다는 것, 고인에게 감사하고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며 감사의 추모 시간을 보내도 괜찮다는 정보가 힘이 된 것 같았다.

아미타부처님과의 첫 만남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1, 2학년 정도였던 것 같다. 절에 다니던 어머니는 스님의 법문을 듣고 집에 돌아오면 법문을 들려주곤 하셨다. 한 날은 아미타부처님 이야기를 해주셨나 보다.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사람이 죽을 때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해주면 좋은 곳에 태어난다는 이야기였다. 그 뒤로 나는 상갓집을 보거나 운구 차량을 만나거나 누가 죽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속으로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출가를 마음먹었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무아미타불 염불한 공덕으로 출가하게 된 것인가.’ 그 인연은 알 수 없지만 내 마음속에는 아미타부처님이 늘 함께하고 있다.
기도나 수행 후 스님과 불자들은 언제나 그 공덕을 아낌없이 회향한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나와 인연이 있거나 인연이 없는 모든 영가가 극락에 태어나길, 살아 있는 모든 존재가 지금 이곳에서 극락정토와 같은 삶을 살아가길, 모두가 성불하길 발원한다. 
 

그러고 보면 누군가는 항상 나를 위해 기도해 주고 있는 셈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언젠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갈 때, 나의 안녕과 평안을 위해 기도하고 공덕을 회향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힘껏 기억하며 마음의 안식을 찾길 바란다. 그동안 세심청심 원고를 쓴 공덕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공덕이 널리 일체에 미쳐서 나와 모든 중생이 함께 불도를 이루길 발원하며 감사히 글을 마친다.

한산 스님 일상다감사 지도법사 happyhansan@naver.com

[1707호 / 2023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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