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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암 치료비·약값 눈덩이에 생계도 막막

  • 상생
  • 입력 2023.12.05 16:20
  • 수정 2023.12.08 09:07
  • 호수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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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심장병 해결코자 한국 온 미얀마 이주민 테민앙씨
림프종 혈액암에 1년 넘게 생사기로…수술비만 400만원

테민앙씨는 한국에 취업한 지 1년만인 올해 2월 림프종 혈액암 판정을 받고 지금까지 투병을 이어오고 있다.
테민앙씨는 한국에 취업한 지 1년만인 올해 2월 림프종 혈액암 판정을 받고 지금까지 투병을 이어오고 있다.

“고향 가족 생계를 책임지려고 왔는데 오히려 제 몸이 다 망가져서….”

미얀마 이주노동자 테민앙(33)씨가 잔뜩 쉰 목소리로 꺼낸 첫마디는 가족 걱정이었다. 외동아들로 태어난 테민앙씨는 고향 시골에서 작은 땅을 빌려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종일 열심히 땅을 고르고 밭을 갈아도 풍족한 하루를 보내기 힘들었다. 고된 나날을 보내던 중, 계속 재발하는 심장병을 견디던 어머니가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 테민앙씨는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고자 한국에서 취업했지만, 그마저 암 진단을 받고 1년 가까이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고 있다.

테민앙씨는 “쿠데타와 내전을 겪고 있는 미얀마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이 외국행 비행기에 오를 확률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테민앙씨는 어머니의 투병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브로커를 통해 표를 알아보고, 유튜브로 한국어를 공부했다. 모아둔 돈으로 한국 취업 학원에 등록도 했다. 갖은 노력 끝에 한국어능력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아 근로자 고용허가제인 ‘E9 비자’ 취득에 성공했다.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가족 동반은 허락되지 않아 2021년 12월 여벌의 옷가지만 들고 인천에 발을 디뎠다.

곧바로 전기판넬 제조공장에 취업한 그는 추가 작업도 마다치 않았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하면 밤 9시가 돼야 숙소로 돌아왔다. 매일 고된 작업으로 몸은 녹초가 됐지만, 한국에서 보내는 생활비로 행복하게 생활할 가족들을 생각하면 외로움도, 괴로움도 잊은 채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 어머니의 심장이 건강해지길, 고령의 아버지가 고된 농사일을 내려놓을 수 있길 기원하며 월급 200여만원에서 최소 생활비를 빼고 모두 고향으로 보냈다.

테민앙씨가 몸에 이상을 느낀 건 취업한 지 5개월 만인 지난해 4월 중순이었다. 아침부터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어지러웠다. 고향과는 달리 추운 봄 날씨에 감기가 찾아왔을까. 심한 몸살과 함께 열이 불덩이 같이 오르기 시작했다. 급히 공장에 알린 뒤 동네의원을 찾았다. 다행히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은 아니었고, 곧바로 출근을 감행했다. 일하는 내내 두통이 그를 괴롭혔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퇴근한 저녁, 목 주변에 자그마한 혹이 잡혔다. 알사탕만 하던 혹은 점점 커지더니 한 달 뒤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감기가 들었는데, 목이 붓는 건 당연하잖아요.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고 했는데 손을 가져다 대니 생각보다 큰 겁니다. 손에 잡힐 정도로요. 급히 의원을 찾으니 감기라면서 약을 처방해 줬어요. 그러나 혹은 겨울이 되도록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취업 1년을 맞아 휴가를 내고 큰 병원을 찾았어요. 암세포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청천벽력이었다. 병명은 비호지킨림프종 혈액암. 몸의 면역구조를 형성하는 림프계에 악성종양이 생기는 질환으로, 림프구 자체가 암세포로 바뀌어 증식하는 병이다. 테민앙씨는 2023년 2월부터 암투병을 이어오고 있다. 다행히 보험이 적용돼 상당한 치료비가 감면됐으나 일을 할 수 없을 뿐더러 매달 들어가는 약값도 만만치 않아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소식을 들은 부모님이 역으로 도와주고 있는 상황이다. 

남은 수술비 400여만원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병원비가 앞날을 막막하게 한다. 고향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테민앙씨가 기댈 곳은 오직 불자들의 자비 온정뿐이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56-51 (사)일일시호일. 070-4707-1080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707호 / 2023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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