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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재탄생한 탄허 스님의 수행 일대기

  • 불서
  • 입력 2023.12.05 17:48
  • 호수 1707
  • 댓글 1

천하의 지식인이여, 내게 와서 물으라
백금남 지음/533쪽/피플워치/2만6000원

백금남 불교소설가, 5년여 노력 끝에 탄생서 열반까지 재구성
이야기 형식으로 일대기 구성…불교에 관심 없어도 재미 선사

탄허당 택성 대종사는 대강백이자 선사로 근현대 한국불교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선지식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불교뿐 아니라 유교와 도교 경전을 섭렵했고 방대한 화엄학 관련 자료들을 집대성한 ‘신화엄경합론’을 발간해 ‘화엄경’의 대중화를 이끈 화엄학의 대가이기도 했다. 그랬던 스님의 일대기가 탄신 110주년, 열반 40주년을 맞아 소설로 재탄생했다. 

저자는 한국 문단에서 대표적인 불교 소설가로 정평이 나있는 백금남 작가다. 그는 1985년 삼성문학상과 1987년 KBS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십우도’와 ‘탄트라’로 1990년대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고, 2003에는 ‘파드마삼바바’로 민음사 제정 올해의 논픽션상을 수상했다. 2013년 그의 소설 ‘관상’이 영화화돼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2016년 유마거사의 생애를 그린 ‘유마’에 이어 법정 스님의 삶과 가르침을 담은 ‘소설 법정’, 붓다의 참모습을 그린 ‘붓다 평전’, 성철 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 성철’ 등도 집필했다. 

저자가 탄허 스님의 일대기를 소설화하는 데는 난관이 적지 않았다. 스님은 생전 10만장에 달하는 번역 원고를 남겼음에도 오도송, 열반송은 물론 개인의 수행 이력과 관련한 기록은 일절 남기지 않았다. 그렇기에 스님의 어린 시절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세세히 재구성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때문에 저자는 스님을 시봉했던 서우담 선생을 비롯한 제자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탄허 스님의 수행 일화와 자료를 차근차근 수집해 재구성했다. 

스님의 일대기를 담는 데만 5년의 시간이 걸렸다. 

탄허 스님은 1913년 전북 김제 만경에서 독립운동가 율제 김홍규 선쟁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6세 되던 해인 1918년부터 10여년간 부친과 조부 등을 통해 ‘사서’와 ‘삼경’을 비롯한 유학의 전 과정을 배웠고, 1927년 17세 때에는 충남 보령으로 옮겨 기호학파 면암 최익현의 제자 이극종으로부터 다시 ‘시경’을 비롯한 ‘삼경’과 ‘예기’ ‘춘추좌전’ 등 경서를 익혔다. 김제 제일의 천재로 통하던 스님의 학문적 성취는 놀라울 정도였다. 

그렇게 유학에 심취하던 스님은 유교의 모든 경전을 독파하고도 삶의 근원적 질문에 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22세 되던 1934년 오대산 상원사에서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한암 스님을 은사로 출가를 단행했다. 
 

대강백이자 선승으로 유명한 탄허 스님의 일대기가 영화 ‘관상’의 원작자인 불교소설가에 의해 소설로 재탄생했다. 
대강백이자 선승으로 유명한 탄허 스님의 일대기가 영화 ‘관상’의 원작자인 불교소설가에 의해 소설로 재탄생했다. 

출가 이전부터 익힌 한문과 유교 경전의 이해는 스님이 대강백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됐다. 특히 출가한 지 2년 만에 상원사에 마련된 승려연합수련소에서 한암 스님의 증명 아래 ‘금강경’ ‘기신론’ ‘범망경’ 등을 강의하며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심지어 당대 국문학의 최고 권위자로 일컬어지던 무애 양주동 선생도 탄허 스님을 찾아 ‘장자’ 강의를 듣기도 했다. 이때 양주동 선생은 탄허 스님의 강연에 대해 “장자가 다시 돌아와 자신이 쓴 책을 설해도 오대산 호랑이를 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 가운데 하나다. 

스님은 학승으로서뿐 아니라 뛰어난 수행력으로 선승으로서도 일가를 이뤘다. 특히 “시주의 은혜를 무겁게 여기지 않으면 수행자로서 자격 없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나이 쉰아홉 때부터 돌을 갈아 죽을 쑤어 먹으로 치열한 수행을 이어갔다. 이 때문에 스님의 건강은 급격히 쇠약해졌고, 결국 암에 걸려 3개월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스님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하는 제자들에게 “병이 사람을 잡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일흔하나가 되는 계해년 음력 4월24일 유시에 갈 것이다”라는 예언을 남긴 채 묵묵히 정진을 이어갔다. 스님은 자신의 예언대로 암을 품은 채 6년여를 살았고, 그 사이 ‘능엄경’ ‘금강경’ 등을 완간하는 등 더욱 왕성한 번역활동을 보여줬다. 특히 스님은 1975년 18년의 노력 끝에 ‘신화엄경합론’은 발간했다. ‘신화엄경합론’은 화엄경’을 비롯해 중요 화엄학 관련서를 모두 집대성하고 현토역해한 것으로 분량이 방대할뿐아니라 내용 또한 난해해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려웠던 ‘화엄경’의 진가를 대중들에게 드러낸 역작으로 평가됐다. 그렇기에 ‘신화엄경합론’ 발간은 지금까지도 한국 근대불교사에 획기적인 일로 평가된다. 

평생을 학승이자 선승으로 치열하게 살았던 스님은 자신의 예언대로 1983년 음력 4월24일 오대산 월정사 방산굴에서 세수 71세, 법랍 49세로 열반에 들었다. 

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는 저자는 설명이나 주장이 아닌 이야기 형식으로 스님의 일대기를 풀어냈다. 따라서 불교에 관심이 없더라도 그 안에 담긴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한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707호 / 2023년 12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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