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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8 ‘1.5도 비건채식’이 불교에 던지는 의미

기자명 법보
  • 기고
  • 입력 2023.12.06 19:01
  • 수정 2023.12.06 19:03
  • 호수 1708
  • 댓글 0

고용석 한국 채식문화원 공동대표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가 12월6일 기고를 보내와 이를 전문 게재한다. 고 대표는 지구온난화 비상협의회 대표와 식생활교육 부산 네트워크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국제 채식연합회(IVU)를 대표해 세계 NGO대회와 유엔회의 활동에도 참여했다. 편집자.

11월30~12월12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8)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 134개국이 ‘농업과 식량, 기후행동에 관한 선언’에 서명했다. [사진제공-COP28]
11월30~12월12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8)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 134개국이 ‘농업과 식량, 기후행동에 관한 선언’에 서명했다. [사진제공-COP28]

사실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수자원과 생물다양성 같은 문제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제도들과 문제를 다루는 ‘틀’은 분리되고 전문화됐다. 그동안 개최됐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회의에서 식량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것도 그 사례의 하나다. 유엔 차원의 책임과 조직이 분담되어 있어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는 자체 정상회의를 주도해 왔고 문제는 UNFAO가 주최한 정상회의에서도 기후문제 역시 중요하게 다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는 식량과 기후변화 문제가 처음으로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COP28에서는 ‘세계 식량의 날’을 정하는 한편 최소 22개국의 주요 행사에서 식량과 농업 그리고 물이 중요한 의제로 다뤄짐은 물론, ‘기후를 위한 식량’ 부스가 거대하게 마련하고 있다. 또한 식품 시스템 변혁의 일환으로 총회에서 제공될 약 25만 끼 가운데 3분의 2가 비건 및 식물성인 ‘1.5도 메뉴’로 제공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 수 없다.

첫째, 이번 COP28에서는 지구를 살리기 위한 각국의 노력에 대한 첫 평가 즉 각국이 유엔에 제출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중간 평가인 전 지구적 이행점검(GST) 결과가 공개된다. 현재까지의 상황은 부정적이다. 2015년 파리 COP21에서 국제사회가 약속한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 상승’ 목표를 지켜내려면 2019년 대비 2030년 탄소 배출량은 43%가량 줄어들어야 하나 작년 9월 기준 실제 감축률은 3.6%에 그칠 전망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각국의 탄소 배출량은 2019년부터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이를 예견한 듯 전 세계 153개국 1만 3800명의 과학자들은 2050년까지 1.5도 이내로 낮추려는 목표를 달성할 확률을 17%로 예상하며 단기성 온실가스인 메탄 감축의 전략적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 왔다.

메탄은 단기간에 지구 온도를 낮추고 에너지 전환의 시간을 상당 부분 벌어주기 때문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20년을 기준으로 할 때 86배 더 센 초강력 온실가스로, 방출 후 잔류기간이 훨씬 짧아 단기간에 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 메탄은 목축에서 60%, 화석연료에서 40%가 발생하고 사육하는 ‘소·양의 트림’이 주 배출원이다. 세계가 메탄의 이러한 전략적 효용성 때문에 COP27에서 150여 개국이 ‘국제메탄서약’에 서명했음에도 핵심인 축산업과 식습관이 빠져 사실상 실질 효과가 없는지 서약 이후 메탄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둘째, 기후목표 달성을 위해 간과하기 쉬운 것이 지구시스템의 ‘지구위험 한계선’이다. 요한 록스트룀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공동소장을 비롯한 기후과학자들이 인류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생태적 한계를 정량화해 2009년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9개 영역의 한계선은 지구 회복력의 경계선이자 ‘한계 내 성장’이라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안내하는 중요한 틀이기도 하다. 사회·경제를 지구와 연관 지음으로써 지구위험 한계선은 유엔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 협상에서 국제사회의 목표를 설정하는 기준 역할을 해왔다.

지구는 현재 9가지 지구위험 한계선 중 기후변화·생물다양성·토지변화·물·과도한 질소와 인·새로운 화학물질 등 6가지가 위험 한계선을 넘어선 상태로 그중 하나라도 임계점을 벗어나면 도미노가 무너지듯 연쇄 효과로 지구 온도를 1.5도 낮추려는 기후변화 목표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지구를 인체의 몸에 비유하면 지구는 현재 스스로 회복하는 복원력이 굉장히 떨어진 상태로, 이 복원력의 뒷받침 없이는 기후변화의 집중적 치료도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기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구위험 한계선의 나머지 다른 요소들도 한계선 내에 유지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부산서 열린 유엔의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 간 회의(IPBES)’에서 유엔과 환경부의 협조로 각국 대표들이 비건 리플렛과 함께 제공된 비건 햄버거를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채식문화원]
부산서 열린 유엔의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 간 회의(IPBES)’에서 유엔과 환경부의 협조로 각국 대표들이 비건 리플렛과 함께 제공된 비건 햄버거를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채식문화원]

오늘날 농업은 생물다양성 손실과 온실가스 배출을 야기하는 원인 가운데 단일요소로서는 최대다. 농업은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30-40%를 배출할 뿐 아니라 최대의 토지 사용자이고 최대의 담수 사용자이다. 전 세계 토지 면적의 40%가 농경지이고 담수의 70%가 농업에 쓰이며 질소·인의 영양물질 과부하를 낳는 주원인이다. 특히 축산 농업은 전체 농경지의 80%를 사용하지만 거기서 인간이 얻는 칼로리는 18%에 불과하다. 나머지에서 인류가 필요로 하는 82%의 칼로리를 제공하는 식량이 생산된다.

이번 COP28에서 기후변화에 손실과 피해를 본 국가를 지원하고자 COP27에서 조성이 합의된 ‘손실과 피해 기금’ 세부사항에 가능한 한 개발도상국의 소규모 농가에 대한 기후적응 자금을 포함하도록 하는 한편, 특히 서방국가들의 농업보조금을 개혁해 메탄과 고기 소비를 부추기지 않는 실질적 조치가 도출되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부유한 나라들이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크게 줄이거나 비건채식 전환은 이 개혁의 전제이자 연결 고리다.

비건채식을 연결 고리로 메탄을 감축하면 재생에너지와 탄소 중립 전환에 상당한 시간을 벌 뿐 아니라 토지·숲·바다의 온실가스 흡수원 재생에도 큰 도움이 된다. 기아와 인수공통 전염병, 자원고갈은 물론, 지구위험 한계선을 벗어난 지표들도 모두 한계선 내에 줄이며 지구시스템의 복원력 회복에도 유일한 방법이다. 무엇보다 살생과 상호 죽임의 악순환에서 살림과 상생의 선순환을 여는 전환점의 결정적 계기가 된다.

그동안 여러 이유로 인해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과 기후변화에 대한 잠재적 해결책으로 농업의 역할을 크게 간과해 온 점은 기후위기 해결의 맹점이었다. 다행히도 COP28 둘째 날인 12월1일 지구촌 130여개국이 식량과 기존 식생활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악영향을 인지하고 이에 대처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에 서명했다. 이들 130여국의 인구 총합은 57억명으로 식량 생산 및 소비에 따른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7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명국에는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영국이 포함됐다.

이번 COP28의 이 선언은 식량 시스템을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전환해야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신호를 각국에 보낸 것으로, 그 핵심은 결국 비건채식에로 전환이다. 연구에 따르면 지구 온도를 2도 이내로 낮추려면 서구나 우리나라는 육류나 유제품 소비량을 현재의 90% 줄여야 하고 파리 협약의 1.5도 이내 상승 목표를 위해서는 비건채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연구원 공동대표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연구원 공동대표

인간을 비롯한 만물은 모두 인연의 끈으로 연결되어 함께 연기하고 있는 한 생명, 한 몸이다. 연기법의 눈으로 바라보면 살생은 곧 자신을 죽이는 것이고 거짓말은 곧 자신을 속이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지계의 삶이란 각 생명의 법계를 존중하면서 자신이 당하기 싫은 일을 상대에게 하지 않고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며 나와 남을 분별하지 않는 무아의 삶을 의미한다. 인간뿐 아니라 동식물과 무생물을 포함하는 모든 생명이 화합하여 공존하는 평화의 원리다. 그러므로 비거니즘과 지계의 삶은 무언가(고기)의 결핍이나 무언가(계율)의 강제가 아니다. 모든 생명의 유대와 연민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영적 자각이자 자기 비움이며 동시에 충만한 마음이다.

[1708호 / 2023년 12월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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