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화 스님 염불선, ‘정토삼부경’에 사상적 근거 있다

  • 교학
  • 입력 2023.12.07 17:42
  • 수정 2023.12.16 20:09
  • 호수 1709
  • 댓글 0

조준호 교수, 청화사상연구회 학술세미나서 주장
“정토삼부경 도외시한 선종 선사들과 다른 면모”
“타방정토 부정 안해…법계가 정토라는 해석 때문”

사진=청화사상연구회 

청화 스님의 염불선(念佛禪)의 사상적 근거가 ‘정토삼부경’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준호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연구초빙교수가 11월30일 승달문화예술회관 소강당에서 열린 ‘청화대종사 탄신 100주년 청화사상연구회 학술세미나’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청화 스님(1923~2003)은 ‘청빈과 무소유의 실천자’ ‘장좌불와와 일종식 납자’로 불렸다. 은사인 금타 스님(1989~1948)이 각고의 수행을 통해 터득한 수행법을 이어 염불선·실상염불선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염불선은 선(禪)과 염불이 결합된 것, 즉 선과 염불을 함께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동아시아 선종은 ‘정토삼부경’(대무량수경•관무량수경•아미타경)을 도외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정토삼부경'을 선종과 양립하던 정토종의 소의경전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에는 정토종과 선종이 병존했다. 정토종은 타방정토를, 선종은 유심정토를 주장했다. 당나라 선승 육조혜능(638~713)의 '마음이 청정하면 곧 이것이 자성의 서방정토'라는 주장이 타방정토를 부정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선종은 대체로 혜능의 입장을 견지해 왔다. 때문에 정토종과 선종은 상호 부정의 긴장 관계에 있었다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사진=청화사상연구회 

하지만 청화 스님은 달랐다. 선사이지만 ‘정토삼부경’을 중시했다. 조 교수는 이 점에 주목했다. 청화 스님이 정토종과 선종의 융합적 입장에서 '정토삼부경'의 사상을 체계화했다고 해석했다. 이는 동아시아 역사에선 흔치 않았던 접근법이라고 강조했다. 혜능처럼 타방 정토를 부정하고 유심정토만 주장한 것으로 오해하는 사례가 많지만 청화 스님은 '타방 정토'를 결코 부정하지 않았다는 게 조 교수의 주장이다.

청화 스님의 생전 법문은 물론, 저서·역서에 인용한 경전 36개 가운데 ‘정토삼부경’이 매우 높은 빈도 수로 활용됐다고 강조했다. 청화 스님이 선사임에도 ‘정토삼부경’을 주로 인용했던 이유는 ‘관무량수경’에 나오는 '광명'에 관한 해석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조 교수는 “‘정토삼부경’은 붓다와 중생의 본질 가운데 광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미타불 광명 속 중생이 있어 아미타불 광명 그 자체가 바로 중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아미타불을 기독교나 이슬람처럼 타력 구원의 신처럼 타력 구원의 초월자로 보는 관점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아미타불 속성은 우리 자신에게 있고 아미타불은 초월적 존재가 아닌 내재적 존재라고 분석했다.

더구나 ‘관무량수경’에는 “모든 부처님은 바로 온 세계인 법계를 몸으로 하는 것이니, 일체 중생의 마음 속에 들어 계시느니라”는 구절이 있다. 조 교수는 이를 청화 스님의 법문 구절인 ‘극락 세계가 십만억 국토 저 밖에 있다면 천지 우주가 다 비었는데 어디 밖이 있고 안이 있는가. 천지우주는 이대로 극락세계요, 이대로 광명세계이다’는 구절과 함께 비교 고찰했다. 그런 그는 "청화 스님의 '법계를 몸으로 한다는 것'는 구절은 온 세계에 가득해 (부처님이)아니 계신곳이 없다는 의미다. 자성미타와 유심정토를 동시에 말하고 있다. 타방과 유심을 모두 포괄하는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사진=청화사상연구회 

시심시불, 시심즉불, 즉심즉불 등 용어가 선종의 토대를 이루고 있지만 사실상 이도 ‘관무량수경’에서 유래한 단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조 교수는 “동아시아에서는 ‘정토삼부경’을 칭명 염불에만 집중한 나머지 본래 의미가 구현되지 못했다. 이에 반해 청화 스님은 ‘정토삼부경’의 중심 사상을 온전히 통찰하고 법을 펼쳤다. 염불선의 핵심 요체가 ‘관무량수경’에 있고 염불선의 정점이 ‘삼신일불 아미타불’에 귀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청화 스님의 창의성은 오랜 수행을 통한 통찰의 결과였다"며 "치열한 구도와 수행 결과는 염불선이라는 법상 설계가 가능했다. 청화 스님의 염불선이 인도불교의 보편성과 동아시아 선종의 독특성이 원융적으로 창발한 탁월한 불교사상인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염불선의 성립과 역사적 고찰'을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는 청화 스님의 삶과 사상을 심층 조명하는 논문이 발표됐다. 박선자 청화사상연구회장이 ‘선수련과 인간실존의 문제’로 기조강연을 했고, 강행원 화백이 ‘청화대종사 행장’을, 법상 스님이 ‘중국불교전적에 나타난 염불선의 계승과 발전’을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대주 스님, 김용남·김치온 교수가 나섰다. 벽산무주회 문장 일묵용타 스님은 환영사를 했다.

사진=청화사상연구회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708호 / 2023년 12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