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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甲辰)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기자명 황산 스님

지나온 삶과 삶아갈 삶 모두
항상하지 않고 변하고 변해
부처님 가르침으로 마음충전
꿈·희망 일으키는 새해 되길

‘반야심경’에서 오온이 모두 공한 것을 관찰하여 일체의 고액에서 벗어난다고 하셨습니다. 오온은 색수상행식으로 몸과 정신작용을 의미합니다. 육근(나)과 육경(대상)이 늘 상호 작용하는 것을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나온 삶과 살아갈 삶 모두 항상하지 않아서 변해가고 변해가기에 고정된 실체가 없습니다. 

갑진년은 푸른 용의 해라고 합니다. 용은 변화무쌍하면서 신출귀몰하여 동해 번쩍, 서해 번쩍하는 존재입니다. 푸름은 새로운 도전을 의미합니다. 사실 세상의 모든 모습 속에는 ‘갑진’의 느낌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무언가에 쫓겨 살아갈 뿐입니다. 세상에는 적멸의 모습도 있고, 낮고 높은 모습도 있습니다. 모든 것이 중중무진 연기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펼쳐집니다. 중중무진의 관계 속에 ‘갑진’이라는 것은 새롭고 활기차며 강한 희망으로 꿈에 부풀어 오름을 말합니다. 사바세계에는 절망 혹은 무기력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미움과 원망으로 자신을 망치기도 합니다. 재물과 명예욕으로 ‘돈돈돈’ 하며 그것에 홀려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 사람들도 갑진년은 도전하고 꿈과 희망을 일으키는 해가 되길 바랍니다. 

새해가 되면 전국 사찰에서는 정초기도가 봉행됩니다. 매년 하는 기도가 뭐 특별한 게 있냐는 생각에서 벗어나 창공에 승천하는 용을 생각하며 활기차게 법회에 동참한다면 정말 대단한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사찰은 아란야, 명상수행을 하는 장소입니다. 사부대중은 부처님 방식으로 명상하는 수행자입니다. 물론 사찰안에서도 속세의 업식 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법문이 늘 있어야 합니다. 일깨워 주지 않으면 수행자라는 사실을 잊게 됩니다. 또 사찰은 마음충전소입니다. 넓고 밝은 양질의 마음 에너지를 절에서 받아 속세에서 충분히 쓴 후 다시 절에서 충전합니다. 사찰에서는 팔정도라는 기계를 돌려 마음 에너지를 계속 양산합니다. 제행무상과 제법무아를 관찰하여 고통에 관한 성스러운 진리를 체험케 하고 고통의 원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 고통의 소멸에 관한 성스러운 진리, 고통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관한 성스러운 진리 속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는 말·진리로 향하게 하는 말·원결을 푸는 말·보살의 마음을 일으키게 하는 말 등이 끊어지지 않아야 양질의 마음 에너지가 만들어집니다.

사찰에는 부처님이 모셔져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피력과 복력은 무한하니 마음 에너지 매장량은 수백만년을 쓸 만큼 많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매장량이 많고 순도가 높아도 정제하여 사용하지 않으면 아만심만 높아져 독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부처님이 다 알아서 해주시겠지’ ‘기도만 하면 잘될 거야’라며 수행하지 않으면 자가당착에 빠져 무능해지기 쉽습니다. 

기도는 분명 훌륭하나 기도는 기도고 인격은 인격입니다. 기도를 열심히 하면서 인격을 위해서도 노력하여야 합니다. 기도하면서 자비심과 지혜를 갈고 닦아야 합니다. 기도하면서 바른말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족·이웃·직장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부해야 합니다. 재물은 어떻게 모으고 써야 하는지, 건강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등 다 닦아야 부처님 가피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 에너지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가엾이 여기는 자비심과 보현행처럼 강력한 실천이 되어야 뿜어져 나옵니다. 오만하고 이기적이며 어리석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기도를 열심히 해도 응하지 않으십니다.
 

‘갑진’은 큰 나무가 비옥한 땅에 튼튼하게 뿌리를 내린 모습이기도 합니다. 나무가 크면 바람 잘 날 없으니 사건 사고가 계속될 우려가 있고 어디서도 잘 보이니 구설이 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나무는 큰 나무입니다. 바람이나 구설 등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대목입니다. 스스로 큰 나무임을 알면 고난이 일어나도 무심히 넘어갈 수 있습니다. 큰 나무에는 열매도 높게 달립니다. 물론 높게 달린 열매를 얻기 위한 노력도 있어야 합니다. 갑진년에는 발원하는 ‘갑진’ 모든 것을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황산 스님 울산 황룡사 주지 hwangsanjigong@daum.net

[1708호 / 2023년 12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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