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불교 사상과 문화를 비롯해 고려사회와 불교계의 관계도 짚어보는 개설서가 발간됐다. 역사학자들이 개인 연구를 넘어 학문적 네트워킹을 통해 출간됐다는 점에서 고려시대 불교사학을 총망라한 개설서라는 평가를 받는다.

불교사학회(회장 조명제)는 11월30일 역사학, 건축학, 인문학, 문헌학 등 전문가 13명의 필진을 구성해 고려시대 불교사를 개설한 ‘한국불교사, 고려(한울아카데미/ 3만6000원)’를 출간했다. 최신 연구 성과까지 꼼꼼히 반영하고 있으며 주제별 서술 방식을 통해 일반 독자들이 관심있는 주제를 시작으로 범위를 넓혀나가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2019년 1월 출범한 불교사학회는 ‘한국불교사’ 고대, 고려, 조선, 근대 편으로 분류하고 각 권의 내용을 시기별로 정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원고 청탁과 집필을 시작할 무렵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순서와 상관없이 편집이 완료된 책부터 출간하기로 결정하고, 이번에 ‘고려 편’을 먼저 간행했다.

‘한국불교사, 고려’는 불교계의 동향, 사상과 문화, 사회와 불교 등 세가지 주제에 보론을 묶어 구성했다. 1부 ‘고려 불교사의 흐름과 불교계의 동향’에서는 △고려 왕조의 불교계 정책과 불교계의 재편(한기문/ 경북대) △고려 전기 불교계의 동향과 천태종 개창(박용진/ 국민대) △무신정권의 등장과 불교계의 변화(조명제/ 신라대) △고려 말 사상계와 불교(강호선/ 성신여자대)를 다뤘다. 2부 ‘고려 시기 불교사상과 신앙’에서는 △고려시대의 화엄종과 화엄학(최연식/ 동국대) △공안선의 수용과 전개(조명제/ 신라대) △정토신앙의 성행(김수연/ 이화여대) △주자학의 수용과 불교(조명제/ 신라대)를 담고 있다.

이어 3부 ‘고려 사회와 불교’에서는 △승정 제도의 구조와 기능(박윤진/ 고려대) △사원의 경제 기반과 운영(이병희/ 한국교원대) △향도의 활동과 사회적 기능(구산우/ 창원대) △고려의 사회구조와 불교(한기문/ 경북대)를 기술했다. 이와 함께 보론에서는 △고려시대 동아시아 한문불교문화권의 불교 교류(박용진/ 국민대) △불교 사서의 수용과 편찬(김윤지/ 고려대 인문융합연구원) △대장경의 조성(최연주/ 동의대) △고려 불화와 사경(이승희/ 순천대 남도문화연구소) △고려시대의 사원 건축(한지만/ 명지대) △밀교와 다라니신앙(김수연/이화여대) 등 내용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조명제 불교사학회장은 “각 주제를 대표하는 학자들로 필진을 구성해 지금까지 이루어진 고려 불교사 연구 과정을 집약하고 최신 연구 성과를 담았다”며 “한국불교 시각에 국한되지 않고 동아시아 불교사 범주에서 고려 불교사의 흐름과 특징을 부각해 새로운 시각과 방법론에 입각한 성과를 수록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역사학계에서 불교사를 하나의 특수사로 취급하는 편견이 여전하다”며 “불교사 연구자들이 사상사로서 불교사학을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지 꾸준히 고민하고 제시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이지윤 기자 yur1@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