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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법을 관찰하는 위빠사나명상-4

기자명 일중 스님

평정심으로 감각 여실히 관찰해야

대상에 대한 느낌과 인식이
탐진치라는 번뇌를 일으켜
마음챙김·알아차림 지속하면
지혜가 일어날 토대 만들어 

법념처명상의 세 번째는 6내외처 혹은 12처 관찰이다. 여기서 ‘처(處)’는 빨리어로 ‘아야타나(āyatana)’라고 하는데, ‘감각의 장, 감각기관, 감각 대상, 감각영역’이라는 뜻이 있다. 그러니까 12처는 12가지 감각 장소, 감각영역이라는 의미로 ‘나’와 ‘세상’을 의미한다. ‘나’라는 존재는 안이비설신의 6가지 감각기능인 6근(六根)을 가지고 있고, 세상은 색성향미촉법이라는 감각대상인 6경(六境)을 가지고 있다. 6근은 안의 감각장소(六內處)라고 하고, 6경은 밖의 감각장소(六外處)라고해서 12처가 된다. 이 12처를 부처님은 초기경전에서 ‘세상’이라고 했고, 또 ‘일체’라고도 설명하셨다. 그렇다. 세상은 그저 공간으로만 된 것이 아니라, 존재들과 존재들이 인식하고 지각하는 감각 대상들이 모여있는 곳, 그곳이 바로 세상이고 일체인 것이다.

부처님은 5온과 12처를 수행자가 관찰해야만 할 법으로 보셨고, 그 법들을 분명하게 관찰하여 꿰뚫어 알라고 하셨다. 그럼 12처는 어떻게 수행해야만 할까? 그 수행방법론이 무엇인가? 초기불교수행의 소의경전이라고 하는 ‘대념처경’에서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비구들이여, 여기 비구는 눈을 꿰뚫어 안다. 형상을 꿰뚫어 안다. 이 둘을 조건으로(緣) 일어난 족쇄도 꿰뚫어 안다. 전에 없던 족쇄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꿰뚫어 알고, 일어난 족쇄를 어떻게 제거하는지 꿰뚫어 알며, 어떻게 하면 제거한 족쇄가 앞으로 다시 일어나지 않는지 꿰뚫어 안다. 귀를 꿰뚫어 안다. 소리를 꿰뚫어 안다. 코를 꿰뚫어 안다. 냄새를 꿰뚫어 안다. 혀를 꿰뚫어 안다. 맛을 꿰뚫어 안다. 몸을 꿰뚫어 안다. 감촉을 꿰뚫어 안다. 마노를 꿰뚫어 안다. 법을 꿰뚫어 안다. 이 둘을 조건으로 일어난 족쇄도 꿰뚫어 안다. 전에 없던 족쇄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꿰뚫어 알고, 일어난 족쇄를 어떻게 제거하는지 꿰뚫어 알며, 어떻게 하면 제거한 족쇄가 앞으로 다시 일어나지 않는지 꿰뚫어 안다.” 

위 인용문에 따른 수행법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감각의 문인 6근을 분명하게 알라고 한다. 둘째, 감각 대상들인 6경을 분명하게 알라고 한다. 셋째, 6근과 6경이 접촉할 때, 일어난 족쇄 번뇌들을 알라고 한다. 넷째, 전에 없던 족쇄 번뇌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일어난 족쇄 번뇌는 어떻게 하면 제거되는지 알라고 한다. 다섯째, 어떻게 하면 제거된 번뇌가 다시 일어나지 않는지 분명하게 알라고 하셨다. 

여기서 살펴볼 것은 ‘족쇄’라는 번뇌이다. 이 족쇄 번뇌들은 사람을 욕계 색계 무색계 등 세상에 붙들어 매는 쇠사슬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족쇄라고 부른다. 즉 6근과 6경이 만날 때 바로 6식이 일어난다. 6식이 일어나면 바로 느낌이 따라 일어나고, 인식작용과 형성작용이 줄지어 따라 일어난다. 대상에 대한 느낌과 인식을 기반으로 사람들은 탐진치라는 번뇌를 일으킨다. 즉 외부에서 들어오는 감각 정보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인 번뇌들이 일어난다. 이때 수행자는 그 모든 과정에 대해 마음챙김과 알아차림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탐진치라는 상카라를 계속 일으키게 되고,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업을 쌓아간다. 그렇게 만들어진 업은 근본적인 족쇄번뇌가 되어 또 다른 괴로움의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수행자는 형색이나 소리, 냄새, 맛, 촉감, 생각 등을 경험할 때, 평정심으로 대상을 있는 그대로 잘 관찰할 힘과 능력을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수행자가 6근과 6경, 이 둘을 조건으로 일어나는 번뇌들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알아차릴 때, 6근과 6경은 지혜가 일어날 토대가 되는데, 이것이 12처 관찰명상이다.

요즘 차명상과 먹기명상을 여러 차례 하였다. 작설차를 우리고 마시는 과정에서, 다식과 찹쌀 도넛츠를 먹는 과정에서 안이비설신의와 색성향미촉법 12처를 낱낱이 마음챙기며 관찰하는 시간이 되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12처관찰이 되고 있음을 새삼스럽게 알게 된 수확이 나름 기쁘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satiupekkha@hanmail.net

[1709호 / 2023년 1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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