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불화나 각종 문화재 속에는 동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호랑이, 거북이, 사슴, 원숭이 등 실제 존재하는 동물들부터 용이나 봉황처럼 상상 속 동물에 이르기까지 가지각색의 동물을 볼 수 있다. 보는 이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드는 이런 상상 속 동물들을 흔히 ‘환상동물’이라고 부른다.
우리 역사 속에 등장하는 환상동물 중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생명체도 있다. 동양판 천둥의 신 ‘토르’라고 할 수 있는 뇌공신, 거북 몸통에 스님 얼굴을 가진 화상어, 두 개의 사람 머리가 달린 환상의 새 공명조, 등에 기묘한 무늬가 새겨진 용마 등 문화재 속에 숨겨진 환상동물들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책은 박물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직 학예사가 우리 문화재에 숨은 환상동물들을 알게 쉽게 설명해 주는 문화 안내서다. 다양한 관점에서 환상동물에 대해 흥미로운 정보를 전달한다.
저자에 따르면 문화재 속 환상동물이 상징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현실 속에 존재할 수 없는 환상세계인 유토피아, 즉 이상세계를 표현한다. 불교에서의 이상세계는 극락정토다. 아미타불의 원력으로 모든 중생들이 육도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난 평온한 자리다. 때문에 불교문화재 속에 등장하는 상서로운 환상동물은 극락정토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중생들의 원력이 담겼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환상동물이 나타내는 또 다른 상징은 교훈이다. 불교경전인 ‘경률이상(經律異相)’에는 ‘백두어’라는 물고기가 등장한다. 백두어는 머리가 100개가 달린 기이한 생명체다. 전생에 인간이었던 시절, 자신과 뜻이 다른 이에게 온갖 동물을 빗대 욕설과 험담을 늘어놓았던 과보로 그런 흉측한 몰골을 지니게 됐다. 결국 전생에 대한 과보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상징과 의미를 전달하는 우리 문화 속 환상동물은 과거 인간의 상상력에서 탄생한 문화의 산물이자 역사의 매개체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시의 정치, 경제, 문화를 두루 살펴볼 수 있다. 때문에 저자는 환상동물이 표현된 문화재란 신비한 동물이 모여 있는 동양판 ‘신비한 동물사전’이라고 정의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709호 / 2023년 1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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