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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가 인정한 범일국사 생애·사상 조명

  • 불서
  • 입력 2023.12.19 15:31
  • 수정 2023.12.19 15:33
  • 호수 1709
  • 댓글 12

신이 된 선승, 범일국사
자현 스님 지음/불광출판사/544쪽/3만2000원

자현 스님, 비문·조당집 등 방대한 기록들 분석해 생애 복원
“탁월한 수행력·민중불교 실천한 한국불교 대표적인 고승”

신라말 대표적인 고승 범일(810~889)국사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 당시 새롭게 유행하던 선불교를 배우고 귀국해 강릉 굴산사를 중심으로 구산산문 가운데 하나였던 사굴산문을 개창한 뛰어난 선승이었다. 동시에 민간 신앙에서 강릉을 비롯한 영동지역을 수호하는 신으로,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강릉단오제의 주신(主神)이기도 하다. 한국불교사에서 생불(生佛)이나 보살로 추앙되는 고승들이 더러 있지만, 민간 신앙에서 주신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책은 불교계 전방위 지식인으로 불리는 자현 스님이 선종에 뿌리를 둔 신라말 고승 범일국사가 어떤 이유로 민중들에 의해 신이 됐는지,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추적한 연구서다. 특히 불교의 틀을 넘어 신으로 숭배되는 과정에 대해 방대한 기록들을 살펴 밝혀낸 책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우선 범일국사의 탄생과 출가, 입당 유학 시기는 물론 귀국 이후의 행적을 정리했다. 이는 시기적으로 810년 1월부터 889년 4월에 이르는 80여년의 기간이며, 옛 명주 지역에서 중국대륙에 이르는, 지역적으로도 매우 광범위하다. 지금으로부터 1200년 전 인물의 생애를 복원하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범일국사에 관한 후대의 설화적 윤색(강릉 굴산사지 일대를 배경으로 한 범일국사의 탄생설화 등)과 강릉단오제의 주신으로 추앙되는 부분과 관련해 더욱 명확한 접근을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동안 범일국사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강릉 굴산사지 발굴에 따라 범일국사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고,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시기를 전후해 강릉단오제의 주신으로서 그와 관련된 연구도 이어졌다. 그러나 저자는 “범일국사에 관한 초기 연구는 상대적으로 치밀함이 적었고, 강릉단오제와 관련한 연구는 용역에 의한 결과물로 연구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저자는 현존하는 ‘(굴산) 통효대사 연휘탑비’ 비편을 비롯해 이 비문을 정리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당집’ 권 17의 ‘명주굴산고통효대사’, 범일국사의 제자인 낭원개청의 비문과 낭공행적의 비문, 범일국사의 단문과 삽화가 실린 ‘선문조사예참의문’ 등 방대한 자료를 1차 자료로 삼고, 기존의 연구 성과와 중국의 지리적 측면 등을 고려해 범일국사의 생애를 복원했다. 

범일국사는 뛰어난 선승이면서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강릉단오제의 주신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월정사 성보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범일 국사 진영.[불광출판사]
범일국사는 뛰어난 선승이면서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강릉단오제의 주신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월정사 성보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범일 국사 진영.[불광출판사]

범일국사는 신라 헌덕왕 2(810)년 강릉에서 태어났으며, 15세에 양양 낙산사로 출가해 경주에서 구족계를 받았다. 이후 836년 1월 당나라로 건너가 마조 스님의 제자인 염관제안 스님을 만나 선불교를 배우고, 인가받은 뒤 847년 신라로 돌아왔다. 

이후 명주도독의 요청으로 굴산사 주지에 부임했으며 40여년간 이 지역에 머물며 선불교를 융성시켰다. 구산선문의 하나인 사굴산문을 개창한 배경이다. 또한 이후 범일국사는 이 지역 호족세력과 결합해 영동지역의 정신적 지주로 추앙받았다. 

저자는 이 같은 범일국사의 생애를 토대로 명주 지역 신격화 및 민간 신앙으로의 확대 수용과 변형, 강릉단오제의 주신으로 확립되는 과정도 조명했다. 특히 저자는 ‘선승이자 사굴산문의 개창자’라는 범일국사의 역사적 측면과 ‘대관령 및 강릉단오제와 관련한 민간 신격화’라는 이중구조를 분석하기 위해 ‘고려사’ 권92의 ‘왕순식’ 편과 ‘임영지’의 ‘전지’를 살폈다. 

두 자료를 토대로 범일국사가 민간 신앙적 측면에서 대관령 국사성황신과 강릉단오제의 주신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을 파악했다. 

저자에 따르면 범일국사는 태어날 때부터 신이한 모습으로 존재했고, 또 수행과 구도 과정에서 다양한 이적을 보였다. 당나라 유학 후 고향인 강릉으로 돌아와 선불교에 기반한 뛰어난 교화 활동으로 민중 사이에서 범일국사는 고승 이상의 존재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특히 강릉 옆에 위치한 대관령은 당시로서는 호랑이가 득실대는 험준한 고개였고, 그로 인해 범일국사가 입적한 뒤 대관령의 사당(이승사)에 모셔져 오가는 이를 수호해 줄 것을 요청받게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범일국사의 탁월한 수행력과 실천적인 민중불교의 면모는 오늘날 강릉단오제를 통해 유네스코에도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며 “그런 점에서 범일국사야말로 유네스코가 인정한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고승”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저자 자현 스님은 동국대 불교학과와 성균관대 동양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성균관대 동양철학과에서 율장으로, 고려대 철학과에서 선불교로, 동국대 미술사학과에서 건축으로, 역사교육학과에서 한국 고대사로, 국어교육과에서 불교교육으로, 미술학과에서 고려불화로, 부디스트 비즈니스학과에서 각각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승가대 교수와 불교학연구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709호 / 2023년 1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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