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교는 청춘이다] 6. 불교동아리 살리기로 청년 전법 해보니

  • 새해특집
  • 입력 2024.01.02 14:38
  • 수정 2024.01.03 10:11
  • 호수 1710
  • 댓글 1

“호수의 물 넘쳐 흘러 비옥한 땅 일구듯 기존 동아리부터 키워나가야”

동아리 창립 1년 만에 전국 규모로 키워내 
합리적 보상으로 MZ세대 요구 충족하고
창원대·군부대 등 지역 네트워크도 구축
“전법, 유치원~대학까지 유기적 연계 필수
지도법사·교수들, 맡은 바 책임 다해야”

김용진 경상국립대 불교동아리 지도교수

김용진 지도교수는 동아리 부흥의 비결로 ‘불교적 소양 함양’와 ‘합리적 보상’을 꼽았다
김용진 지도교수는 동아리 부흥의 비결로 ‘불교적 소양 함양’와 ‘합리적 보상’을 꼽았다

“늘 염원만 하던 바로 그날이 찾아왔습니다. 학생들이 거룩한 부처님 가르침을 바탕으로 지혜를 갖춰 보살행을 실천하는 불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부대중께서 보내주신 사랑과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2022년 8월, 경상국립대 불교동아리 ‘연화’가 새롭게 창립됐다. 전체 인원은 지도교수 김용진 경상국립대 교수불자회장과 학생 15명. 1967년부터 조계종 전 종정 청담 스님의 모교인 경상국립대의 대학생 문화를 이끌어 온 과거의 모습과 거리가 있지만, 인원 감소 끝에 폐부됐던 동아리가 지역 사부대중의 원력으로 되살려지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1년이 흐른 현재, 회원 60여명의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불교동아리로 거듭났다. 법회때마다 법당은 학생들로 가득하다. 경상국립대 불교동아리는 개인의 이득을 추구하는 성향이 짙은 MZ세대의 니즈를 어떻게 충족시켰을까.
 

2022년 회원 15명으로 새출발한 경상국립대 불교동아리 ‘연화’가 현재는 60여 회원의 대형 동아리로 거듭났다. 
2022년 회원 15명으로 새출발한 경상국립대 불교동아리 ‘연화’가 현재는 60여 회원의 대형 동아리로 거듭났다. 

김용진 지도교수는 그 비결로 ‘불교적 소양 함양’과 ‘합리적 보상’을 꼽았다. 동아리의 첫 시작은 관음종 진주 약사정사의 청년장학금 전달이었다. 김 교수는 장학생들에게 불교동아리 재건을 제안했고, 동의한 3명이 부원을 모집한 결과 15명이 발심했다. 그러나 동아리 실적이 없어 지도교수 연구 부속실을 동아리방으로 삼아 활동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친구의 소개로 알음알음 찾아온 부원들이 그만두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흥미를 끌만한 행사를 마련해야 했다. 마침 자비명상 이사장 마가 스님이 고성 옥천사 주지로 취임하며 기회가 찾아왔다.

사정을 전해들은 마가 스님은 주지 진산식 대신 ‘마음힐링 콘서트-내 마음 속의 진주를 찾아서’를 개최하며 불교동아리 학생뿐 아니라 재학생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10~12월 마지막 주 목요일 경상국립대 대강당에서 열린 콘서트는 기존 법회의 틀을 벗어나 즉문즉답,  찬불가 공연 등 토크쇼 형식으로 이뤄졌다. 마가 스님을 비롯한 행불선원장 월호, 해인사 상임포교사 광우 스님이 따뜻한 법문으로 학생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이와 함께 명사 초청법문, 인근 사찰 템플스테이, 불적답사 등을 기획하며 꾸준히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고, 반년만에 부원 50여명을 달성했다.

진주 약사정사, 고성 옥천사, 산청 무원정사, 남해 관음선원, 창원 안국사, 사천 달마사 등 지역 사찰 및 불자들의 장학금 후원이 더해지며 동아리 운영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런 지역 불교계의 관심은 정기법회에 참석하는 학생들에게 저녁공양을 제공해줌과 동시에 다양한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학기말에는 우수 참여자 10명을 선정해 각 50만원씩 장학금 총 500만원을 전달하며 합리적인 보상 체계도 구축했다. 

김용진 교수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주자는 생각은 불교동아리 창립 전부터 정한 방향”이라며 “전법은 불자에게 불교를 믿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일반인, 타종교인에게 부처님 법을 전하는 것이다. 불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20대 청년들에게 격의 없게 다가갈 수 있는 건 장학금이나 학점과 같은 보상 제도”라고 말했다. 

“특히 요즘 학생들은 우리때와 달리 끼니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진 않아요. 그러나 여전히 생활비 조달을 위해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대견하지요. 하지만 저는 그런 학생들에게 ‘알바하는 시간에 불교동아리 활동을 성실히 하라’고 권유합니다. 알바해서 버는 만큼은 못주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챙겨주고 싶습니다. 불교를 통해 마음에 여유를 얻고, 친목으로 견문을 넓히며 장학금도 받아가는 일거삼득의 효과를 누리도록 하는 셈이죠.”
 

송광사 방장 현봉 스님을 친견하는 김용진 교수와 학생들.
송광사 방장 현봉 스님을 친견하는 김용진 교수와 학생들.

김용진 교수는 대불련 창원지부 창원대 불교동아리가 8년 만에 재창립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 김 교수는 불교동아리 재창립을 발원한 창원대 유주연 학생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경험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지도교수 역할까지 대신 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또 경남대와 진주보건대 동아리 창립 준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산청 송덕사, 진주 공군교육사령부 군법당 등과 협력 관계를 맺는 등 지역 불교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동분서주 노력하고 있다.

김용진 교수는 “전법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불사”라며 “유치원, 초중고, 대학교, 군대까지 미래불자는 어디에나 있다. 불교동아리 활동을 활발하게 하던 청소년들이 대학에 와서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어른 불자들이 여법한 길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진 교수의 원력은 상월결사 대학생전법위원회의 ‘교구별 불교동아리 창립 및 후원’ 기조를 이끌어냈다. 151억원의 전법기금이 올해부터 전국 불교동아리에 활동비와 장학금으로 전해질 예정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전법은 호수의 물이 사방에 넘쳐 흐르듯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깨끗한 물로 가득 찬 호수가 있습니다. 호수의 물을 퍼다 논과 밭에 뿌리다 보면 머지않아 물은 마르고, 농사도 흉작이 들고 맙니다. 호수의 물을 무작정 퍼내기보다 물길을 따라 흘러내려 자연스럽게 비옥한 땅이 일궈지도록 해야 합니다. 전법도 이와 같습니다. 기존 불교동아리를 신경쓰지 않고 신규 동아리 창립에만 매진한다면 전법으로 대동단결한 사부대중의 원력은 금세 빛을 바래고 말 것입니다.”

김용진 교수는 상월결사 대학생 전법기금 151억원은 전국 교구본사의 원력이 한 데 모인, 이례적 사건인 만큼 대학생들의 관심이 특히 집중되고 있음을 잊어선 안된다고도 했다.

“불교동아리의 주체는 결국 대학생이므로 자신이 속해있는 동아리에 얼마나 지원이 이뤄질지 관심 갖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대학생들이 ‘불교적 소양’을 함양하고 진실한 불자로 성장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지도법사와 지도교수들은 맡은 바 책임을 다해 이제 막 타오르기 시작한 전법의 불씨를 키워가자”고 당부했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710호 / 2024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