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은 동양과 서양에서 모두 기록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역과 문화에 따라 각기 형상은 다르게 나타나지만, 거대한 뱀과 도마뱀을 닮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동양의 용은 낙타 같은 머리에 사슴의 뿔, 토끼의 눈, 소의 귀, 뱀 같은 기다란 목이 특징이다.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두 손은 호랑이의 앞발을 닮았다. 용에 관한 설화는 ‘삼국유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람을 해치는 독룡이 혜통선사로 부터 불살계를 받아 호법용이 되고 신문왕에게 만파식적을 전해준 호국용으로도 등장한다. 주로 바다와 강, 연못 등에 기거하며 자유자재한 신통력을 가진 영물로 나타난다.
중국에서의 용은 기린·봉황·거북이와 더불어 네 가지 신령한 동물로 꼽힌다. 용의 인기와 권위는 단연 독보적인데, 오랫동안 ‘황제’의 상징으로 사용되며 지존의 권위를 확보받았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킹코브라를 나가(naga)라고 하는데 이의 중국식 번역어가 바로 용이다. 불교에서는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용왕으로 표현된다. ‘법화경’에는 불법을 수호하는 팔대용왕(八大龍王)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서양의 용은 동양과 생김새부터 다르다. 거대한 몸집과 박쥐 같은 날개, 입에서는 불을 뿜고 꼬리에는 가시가 나 있는 등 인간의 두려움과 경외심이 낳은 괴물로 묘사된다. 특히 기독교에서 용은 신의 은총을 방해하는 악마와 이교(異敎)의 상징으로 여겨져 천사와 기사에게 퇴치되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됐다.
중세 유럽에서는 기사의 수호성인으로 여겨지는 성 게오르기우스가 백마를 타고 인간을 제물로 요구하는 용을 퇴치한 전설이 널리 유행했다.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큰 뱀이 순환과 재생을 낳는 우주적 생명력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인간 세계와 대립되는 죽음의 세계를 지배하는 존재로 인식되기도 했다.
유화석 인턴기자 fossil@beopbo.com
[1710호 / 2024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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