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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전법’ 의지 꺾여서는 안 된다

  • 사설
  • 입력 2024.01.02 17:56
  • 호수 1710
  • 댓글 0

불교 미래 ‘청년 포교’에 걸려 있어 
‘부처님 말씀’ 새겨야 삶 변화 가능
‘사회 약자’ 품어야 국민 신뢰 얻어

갑진년(甲辰年) 청룡(靑龍)의 해가 밝았다. 돌이켜보면 2023년은 역동의 한 해였다. 지난해 4월 한국불교의 중흥을 향한 도약과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자는 의미를 담은 ‘천년을 세우다’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경주 남산의 열암곡 마애불을 바로세우기 위한 불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쾌거였다.

전대미문의 상월결사 인도성지순례 ‘부처님과 함께 걷다’도 원만 회향했다. 108명으로 구성된 순례단은 ‘세계평화·생명존중’을 발원하며 부처님께서 걸으신 전법의 길을 따라 43일간 1167km를 도보로 순례했다. ‘교만과 분노가 아닌 존중과 용서를 실천하겠습니다’ ‘다툼이 있었다면 먼저 다가가 화해를 청하겠습니다’ ‘동물과 미물이라고 해서 하찮게 여기지 않겠습니다’ 등 길 위에서 쓴 ‘108원력문’은 불자들의 실천 덕목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교계의 눈길이 쏠린 건 ‘대학생·청년 전법’이었다. 상월결사 전 회주 자승 스님의 발원에 스님, 교수, 군법사, 학생, 일반인 등 600여명이 동참하며 지난해 7월 ‘상월결사 대학생 전법위원회’가 발족했다. 조계종은 물론 천태·진각·관음·태고·총지종 등 종단협의회 산하 주요 종단들도 전법위원회에 동참하며 이 불사의 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탄력을 가했다. 성과도 보였다. 출범한 지 반년도 채 안 돼 군산·영산·홍익대 등의 불교학생회가 창립하고, 지역별 연합회까지 결성했다. 청년포교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을 만하다.

교계 일각에서는 상월결사를 이끌었던 해봉당 자승 대종사의 입적으로 ‘전법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른 일각에서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자승 대종사의 뜻을 잇겠다고 천명한 만큼 이 불사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자승 대종사의 입적에 따라 이 불사의 향방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앞서 언급했듯 주요 종단들이 대학생·청년 전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유는 ‘필요성’을 넘어 ‘절실함’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불교 중흥은 물론 미래가 걸린 일이다. 어떤 이유로든 ‘대학생·청년 전법’을 향한 교계의 의지가 꺾여서는 안 된다.

사)마인드랩의 ‘2023 종교 문해력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적지 않은 불자들이 ‘내 삶에 불교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인식한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다. 심지어 기도나 명상과 같은 수행도 자신의 삶에 별다른 의미를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탈종교화 시대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문장 하나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이러한 인식은 개신교나 가톨릭에 비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사상·교리 이해 부분에서도 크게 뒤떨어진다. 일례로 ‘예수의 주요 사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답한 개신교 신자는 74.7%인 반면 불자는 33.8%만이 ‘부처님의 주요 사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답했다. 구약·신약성경의 기본적인 내용을 설명할 수 있다고 답한 기독교 신자는 65.7%로 높게 집계됐으나 ‘초기불교와 대승불교의 기본적인 내용을 설명할 수 있다’는 불자는 19.2%에 그쳤다.

물론 불교 사상·교리는 이웃종교에 비해 깊고도 넓다. 경전도 방대하다. ‘시카고 세계종교의회’에서 아시츠 지츠넨(蘆津實田)이 말했듯 “불교를 이해하기 위해 모든 경전을 읽어야 한다면 세상에는 한 명의 불교도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기본교리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기존에 전개된 전법의 방향과 방법에 의문을 품어야 한다. 부처님의 일대기를 들어야 할 불자들에게 선사들이 체득한 ‘깨달음의 세계’를 전한 건 아닌지, ‘사성제’ ‘팔정도’조차 생소한 대중에게 ‘반야’와 ‘공’을 강설한 건 아닌지 되짚어볼 일이다.

이제 기본부터 다져야 한다. 그것은 경전을 여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조계종만 해도 종단이 인정한 ‘불교성전’이 출간된 게 2021년 3월이다. 얼마나 보급되었을까? 또 이 성전을 중심으로 교리를 설파하는 사찰은 또 얼마나 될까? 포교연구실장 문종 스님이 짚었듯 불자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종책이 수립돼야 한다. 그러나 한국리서치 ‘2023 종교인식조사’에서 보듯 여전히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종교는 ‘불교’다. 종단안정을 도모하며 사회적 약자를 품는 종교 본연의 역할을 다하면 국민으로부터 큰 신뢰를 받는다는 방증이다. 올 한해도 우리는 이 길을 걸어야 한다.

[1710호 / 2024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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