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이 1월 1일 공개한 여성건강통계집 ‘수치로 보는 여성건강 2023’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의 우울증 경험률(27.4%)이 한국 성인여성(14.1%)보다 약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신 국가별로도 우울증 경험률 차이를 보였는데 필리핀(31.5%), 태국(30.2%), 캄보디아(30.1%), 베트남(25.9%) 등 동남아 출신의 이주여성이 일본이나 한국계 중국 여성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서식 등 작성 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건강 리터러시 집단 역시 결혼이주여성(52.2%)의 수준이 낮았고, 출신 국가별로 살펴보면 도움을 호소하는 베트남 출신 여성(67.4%)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를 조사한 국립보건연구원은 “한국어 습득 정도 등이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결혼비자 발급 요건이 변경돼 과거와 달리 이주여성 대다수가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언어 문제는 한국 정착에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고, 이는 결혼이주여성 정신건강에까지 영향을 끼쳤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대해 문화적 차이와 차별 및 편견 등도 결혼이주여성의 정신건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결혼이주여성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시스템이 부재한 것은 아니다. 전국 250여 지방자치단체마다 설치돼 운영 중인 가족센터에서는 한국어교실을 비롯해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결혼이주여성이 안정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착한벗들, 꿈을이루는사람들 등 교계가 운영하는 다문화기관들도 교육부터 의료, 자립, 물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결혼이주여성의 정신건강에 대한 부분은 미쳐 신경 쓰지 못한 듯하다. 실제 강현덕 한국가족센터협회장은 “가족센터에서 이주여성 건강관리와 관련한 특별한 서비스는 제공되고 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농촌지역 학교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비율이 절반을 넘어선 곳이 대다수다. 2000년대 들어 이주여성들의 유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이들에 대한 지원은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은 여전히 문화적 차이와 차별 및 편견으로 스트레스, 불안, 압박감 등을 겪으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적인 상담을 받거나 치료를 받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부가 최근 정신건강 문제를 주요 국정 아젠다로 삼고 해결해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이주여성들에게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국가가 커버하지 못한 사각지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종교의 역할이다. 불교국가 출신의 결혼이민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정신건강에 교계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하다.
한국다문화불교연합회장 담마끼띠 스님은 “가족 간 대화에도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이 많다. 답답하니 법회 날이 아니어도 사원에 찾아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상담을 요청하기도 한다. 분명한 한계가 있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나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는 사회적 약자인 이주여성들을 살펴 정신건강 복지에 빈틈이 없도록 종교계가 나서야 할 때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711호 / 2024년 1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