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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마조선이 한국불교에 던지는 화두

기자명 정운 스님

‘선명상’이란 용어 정의 모호

서양에서 유행한 명상법
한국에 재수입돼 ‘K-명상’
한국불교 전통 녹아들어야
비로소 ‘K-불교명상’ 가능

육조혜능(638∼713)에게서 중국선 특유의 전환점이 만들어졌다면, 마조에 의해서 중국선으로 완전히 탈바꿈되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선의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는 조사선의 개조(開祖)가 마조이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칼융(Carl Jung, 1875∼1961)은 “선은 동양의 정신 가운데서도 불교의 방대한 사상체계를 훌륭하게 수용하여 핀 중국 정신의 가장 놀라운 꽃이다”라고 표현하였다. 칼융의 이 말은 중국선의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인데, 인도선의 색채에서 벗어나 중국의 문화와 사상이 녹아든 중국화 된 조사선을 말한다. 이렇게 당대에 형성된 조사선은 중국불교 역사상 최고의 르네상스를 구가하였고, 송나라를 거쳐 묵조선·간화선·염불선의 연원이 된다. 

그러면, 현 우리나라 불교[한국불교의 장자격이 조계종이라는 점을 염두]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한국선은 간화선 종주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선의 80%는 조사선을 근본바탕으로 하고, 실천 수행방법이 간화선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간화선 사상의 이론이 조사선이라는 점이다. 나말여초 선사들은 당나라로 들어가 10∼30여 년간 공부한 뒤, 법을 받고 돌아와 조사선을 전개하였다. 곧 조사선은 한국선의 근원점이기도 하다. 이후 고려 보조지눌이 최초로 간화선을 수용하였다. 특히 선종[조계종]의 자존심은 이심전심으로 흘러온 전등(傳燈)의 법맥이다. 진리의 전등 법맥을 무시하고, 조계종을 말할 수 없다. 이런 법맥 전승의 발판을 이루는 시발점이 마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만의 성엄(1930~2009) 스님도 마조를 언급하며, 깨달음의 전등을 통해 후세에 전할 도량 건설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그렇다면, 근자 한국불교는 어떠한가? ‘선명상’이라는 용어가 보편화되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명상이라는 단어에 정확한 정의가 없는 데다, 서양에서 명상이 유행하니까 우리나라도 명상이 유행했다고 본다. 그러니 ‘선+명상’이라고 해야 할지, ‘선=명상’이라고 해야 할지, ‘선하는 명상’이라고 해야 할지 난감하다. 

한편 ‘K-명상’ ‘K-불교명상’이라고 하는데, 단어 쓰임새를 한 번쯤 생각해보자. 온통 서양의 명상법과 심리학을 도입해 명상 이야기를 하면서 ‘K-불교명상’이라고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남자에게 여자 옷을 입혀놓고, ‘너는 여자 옷을 입고 있으니까, 여자다’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전 세계적으로 명상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일본의 스즈키 다이세츠[鈴木大拙, 1870∼1966]에 의해서다. 이후 미얀마의 마하시, 태국의 아잔짜, 베트남의 틱낫한에 의해 명상이 발전되었다. 특히 마하시와 아잔짜에게 공부한 서양인들에 의해 서양에 위빠사나가 보급되었고, 이들에게 공부한 서양인들에 의해 현대 명상이 발전하는 토대가 되었다고 본다. 하여튼 남방불교의 승려들을 통해 세계 명상의 발판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서양의 명상이 우리나라에 재수입되면서 명상이 일반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불교학의 흐름 때문인지 우리나라 불교대학에서 북방불교 8종[삼론·천태·법상·화엄·천태·밀교·정토·선]을 기반한 강의가 활발하지 못하고 폐강되는 일이 많다. 그러니 선학(禪學)은 어떻겠는가? 조계종의 선학은 북방불교의 선·사상체계·수행방법을 통칭한다. 우리나라 유일한 선학과에서도 (조계종 종학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필자는 중국선 전공이지만, 한국선을 잊은 적이 없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한국선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 K-불교명상이라고 한다면, 한국불교의 사상과 문화가 녹아든 한국적인 선이어야 하며, 이를 발판으로 현대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명상이어야 한다. 지극히 한국적인 전통이 깃들어져야 전 세계적인 ‘한국선’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K-불교명상을 개발하고 보급할 사람은 필자 같은 학자가 아닌, 선객들의 체구연마 된 피와 땀의 결실에서 나와야 한다. 그럴 때 자랑스러운 K-불교명상이 전 세계에 위엄을 떨칠 것이라고 본다. 그런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발원한다.

정운 스님 동국대 강사 saribull@hanmail.net

[1711호 / 2024년 1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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