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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잘린 다리…남은 건 빚과 병든 아버지 뿐 

  • 상생
  • 입력 2024.01.08 17:34
  • 수정 2024.02.01 15:23
  • 호수 1711
  • 댓글 0

유압프레스에 손 잘리고 발가락까지 절단
한국생활 8년에 남은 건 4000만원 빚더미 
의족 필요하지만 자금 부족으로 발만 동동  

스리랑에서 온 시란씨는 근무 중 유압프레스에 손가락이 잘리고 골수염에 당뇨가 심해져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스리랑에서 온 시란씨는 근무 중 유압프레스에 손가락이 잘리고 골수염에 당뇨가 심해져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스리랑카 이주민 시란(42)씨의 얼굴에 절망이 드리웠다. 한국에서 청춘을 바친 8년 동안 끔찍한 사고의 연속이었다. 유압프레스에 깔려 손가락이 잘리고, 추위에 언 발을 녹이다 화상을 입어 발가락을 절단했다. 절단 부위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당뇨가 심해져 무릎까지 잃고 말았다. 결국 밀린 병원비만 4000만원. 치료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퇴원을 결정했다. 고향을 떠나올 때 가득했던 청운의 꿈은 잊은 지 오래다. 

“더 이상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버틸 힘이 없습니다. 오래전 잘린 손가락은 치료를 잘 마쳤는데 주변 피부에 감각이 느껴지지 않아요. 손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이젠 다리마저 없어요. 손가락이랑 당뇨 치료비도 갚지 못했는데, 병원비를 마련할 방도가 없습니다. 지금은 공장에서 일하는 친구가 보살펴주고 있지만, 친구 역시 아침 일찍 출근해 밤늦게 돌아와 거의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2010년. 고향에서 부모님, 형과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며 오순도순 살아가던 시란씨 가족에게 화가 닥쳤다. 어머니의 병세 악화로 병원에 다녀오던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 원인은 상대방의 음주운전. 아버지는 다리 불구가 된 채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어머니는 끝내 눈을 감았다. 청천벽력이었지만 그에게 슬퍼할 여유는 주어지지 않았다. 열악한 의료환경으로 인해 아버지의 치료비는 점점 늘어만 갔고, 과일과 채소만 판매해서는 감당할 수 없었다. 생계를 위해 형은 사우디로, 시란씨는 한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시란씨는 직업훈련을 거쳐 충북 진천의 유압 싱크대를 만드는 프레스 공장에 취직했다. 700kg의 힘으로 누르는 프레스에 철판을 넣는 반복 작업이 이어졌다. 안전장치는 딱히 없었다. 오후 근무시간, 식곤증에 잠깐 정신을 판 순간 막을 새도 없이 왼손 중지가 짓눌리고 말았다. 주변의 도움으로 즉시 병원에 옮겨졌고, 3개월의 치료 끝에 복직할 수 있었다. 당시 1000만원이 넘던 병원비는 평택 마하위하라사원 주지 담마끼띠 스님과 도반들, 공장 사장님 과 동료들 등 주변의 도움으로 일부분 해결했다. 그러나 아픈 왼손으로 맡을 수 있는 업무는 많지 않았기에 곧 그만두게 됐다.

그대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여러 공장, 일용직을 마다하지 않고 일했다. 시련은 또다시 찾아왔다.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던 2018년 겨울, 난로에 언 발을 녹이다 깜박 잠이 들었다. 동상 때문인지 발가락에 감각이 없었고, 깨어났을 때는 큰 화상을 입은 뒤였다. 당시에도 감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늦게 알아차린 게 원인이었을까. 거무튀튀한 물집으로 흉진 발을 부여잡고 병원에 찾아갔을 땐 발가락을 절단해야 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믿을 수 없었지만, 절단할 수밖에 없었어요. 왜 자꾸 제게 이런 일만 일어나는지 세상이 원망스러웠어요. 월급을 받는 족족 아버지에게 송금했기에 제 치료비를 마련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희망은 잃지 않았어요. 금세 다시 일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죠. 그런데 골수염이 발생했습니다. 지병이었던 당뇨도 심해지기 시작했어요.”

피와 고름이 멎지 않았다. 큰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이어갔으나 나을 기미가 없었다. 계속 곪아가는 상처에 치료 담당 교수님은 무릎 아래 절단을 권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약값을 감당할 수 없었던 시란씨는 지난해 11월 절단 수술을 받았다. 의족 사용을 위해 친구의 도움을 받아 업체에 계약금 20만원을 입금했다. 남은 140여만원을 추가 입금해야 하지만 더 이상 수중에 남은 금액이 없어 친구의 집에서 하루 한 끼만 먹으며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 시란씨가 가냘픈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불자들의 자비의 손길이 간절하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0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711호 / 2024년 1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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