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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종, 중장기 청사진도 그려야 한다

  • 사설
  • 입력 2024.01.15 13:00
  • 호수 1712
  • 댓글 0

‘혁신 드라이브’ 상진 총무원장
취임 후 6개월 만에 ‘종도 화합’
한국불교 제2종단 재도약 발원 
종회·종무원·호법원도 ‘한마음’ 

태고종 신년하례법회에 교계의 이목이 쏠렸다. 총무원, 중앙종회, 호법원 등의 주요 종무기관이 한목소리로 한국불교 제2종단으로의 재도약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각 지방 종무원을 방문하며 화합을 당부했던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태고종도가 하나 된 마음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우리가 바라던 종단의 모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중앙종회 의장 시각 스님은 “종단 현실을 올곧이 살펴 새로운 태고종을 위한 여건과 환경이 조성되도록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했고, 호법원장 혜일 스님도 “종단발전을 이루는 갑진년이 되도록 함께 진력하겠다”고 밝혔다. 

비구니회장 현중 스님이 낭독한 발원문에서는 종단 변화를 향한 종도들의 열망과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천만 갈래 샛강이 결국 바다에서 하나가 되듯 협력과 상생의 원력들이 모여 자비와 광명의 불국토가 되기를 바란다”며 “종도들이 불퇴전의 신심으로 종단중흥, 불교중흥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부처님의 가피를 내려달라”고 기원했다.

주지하다시피 태고종은 근 20년 동안 큰 내홍을 겪었다. 그사이 전국에 산재한 사찰들의 종단 귀속감은 희미해져 갔다. 그러나 태고종도로서의 자긍심까지 잃었던 건 아니다. ‘선암사로 상징되는 선맥과 강맥의 전승, 묵담으로 상징되는 율맥의 전승 그리고 봉원사로 상징되는 불교의례의 전승’ 등의 정통을 이은 종단이라는 자부심만은 잊지 않았다. 그럴만하다.

일례로 태고종 총본산인 선암사는 조선시대 화엄학의 산실 역할을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암성총이 선암사에서 화엄법회를 열자 전국의 학승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 뒤를 상월새봉이 이었는데 화엄강의를 열자 연담유일, 용담조관 등의 고승을 포함해 1287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조선말·근대를 빛낸 강맥에만 초점을 맞춰봐도 함명태선, 경붕익운, 경운원기, 금봉기림 등의 당대 내로라하는 선지식이 선암사에 주석하며 후학을 길러냈다. 

태고종 창립(1970·문화공보부 등록) 후 수많은 사설 사암이 태고종을 선택하고, 불교재산관리법 폐지(1988) 후 66개의 신흥 종단이 들어서는 상황에서도 수많은 사찰이 탈종하지 않은 건 태고종의 역사와 정통성은 물론 조계종과 함께 한국불교의 양대 산맥으로 인정하고 신뢰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후반까지도 희망에 찬 종단이었으나 ‘20년 내홍’이 발목을 잡았다. 큰 혁신을 통한 환골탈태가 아니라면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의전 서열 5위보다 더 낮은 단계로 내려앉을 수 있는 상황에까지 직면했었다. 다행스럽게도 제27대 총무원장 호명 스님이 종단을 안정시키며 더 이상의 추락은 막았다. 다음으로는 종단의 잠재력을 끌어낼 지도자가 필요했는데 종도들은 강단과 추진력을 가진 상진 스님을 제28대 총무원장으로 선택했다. 이것은 종단 개혁을 상진 스님에게 오롯이 맡겼음을 의미한다. 

태고종의 저력을 끌어내는 전제조건은 ‘종도 화합’이었다. 신임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이 점을 명확히 꿰뚫었다. 취임 직후 전국의 종무원을 직접 찾아가 마음과 귀를 열었던 행보가 방증한다. 이 과정에서의 최대 수확은 ‘총무원 신뢰’를 공고히 다졌다는 점이다. 모든 종무원이 총무원과 긴밀히 협조할 것임을 약속했고, 집행부 또한 ‘독단적 종무’는 하지 않을 것임을 다짐했다. 총무원장 취임 6개월 만에 종도 화합을 이뤘다. 지중하고도 놀라운 성과다. 종단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총무원장 상진 스님의 진심이 전달되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새해에 접어들며 총무원을 중심으로 전국 종무원과 중앙종회, 호법원이 종단의 재도약을 위해 마음을 모았다. ‘재도약’. 이제 이것은 종도들의 희망이자 태고종의 원력이다.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취임 법회에서 “태고보우 국사의 법손으로서 법통과 법맥을 전승하고 본종의 정통성을 굳건히 확립해 종도 여러분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하겠다”며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했다. 올 한 해 공약 이행에 매진해야겠지만 다양한 공론 수렴을 통해 종단의 중장기 발전 청사진도 그려가 주기를 기대한다.

[1712호 / 2024년 1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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