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군포교의 가장 확실한 방법

기자명 세광 스님
  • 청년 칼럼
  • 입력 2024.01.15 15:49
  • 수정 2024.01.18 16:19
  • 호수 1712
  • 댓글 0

“안녕하십니까, 저는 30여단 호국백일사에서 군종법사로 있는 세광 김민지 법사입니다” 

지난해 7월, 군법사로 임관해 지금까지 처음 만나는 분들에게 드리는 나의 인사말이다. 처음에는 법사라는 호칭이 많이 낯설었다. 군인들과 같은 군복을 입고 있지만 말투도, 생각도, 행동도 다른 내가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스님보다 법사라는 호칭이 더 익숙하다. 오히려 군법사가 아닌 도반을 만나면 낯설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이곳에 잘 적응하고 있다. 

호칭과 말투보다도 가장 낯설었던 건 군법당에서 하는 법회였다. 동국대를 다니며, 숙명여대와 상월청년회 등 대학생법회를 거치고 화계사 청소년법회를 통해 청소년까지 섭렵하는 등 나름 숙련된 지도법사의 자부심을 가졌던 나에게 군법당 일요법회는 사실상 너무나도 쉬운 퀘스트였다. 용사들에게 큰 웃음과 깊은 감동까지 안겨줄 자신이 너무도 있었다.

그러나 나의 자신감은 야심차게 준비한 첫 법회에서 병사들의 어두운 표정과 함께 빛을 잃고 말았다. 인간적으로 실소라도 내뱉을 법한데 소리 없이 입꼬리만 올리고 나를 바라보는 병사들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내 머릿속은 새하야졌다. 나는 너무 당황했고 반드시 웃겨야 한다는 욕심이 나를 더 처절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나의 첫 법회는 재미와 감동은 고사하고 처절함만을 남긴 채 지나가 버렸다. 

법회를 마치고 한동안은 충격과 혼돈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렇게 자신 있었던 법회가 나를 가장 힘들게 할 줄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좌절에 빠져 있을 수 없었다. 생각보다 일주일은 빨리 돌아오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 법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그다음 주도 고민했다. 그렇게 5개월 동안 20번 정도의 법회를 하며, 용사들의 특징과 법회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방법을 찾아가다 보니, 현재는 다시 자신감이 스멀스멀 상승하는 중이다. 비록 아직 대답도 잘 안 할뿐더러, 햄버거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마치 다단계처럼 서로서로 친한 동기나 선·후임을 데려오는 용사들이 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번 주에는 무려 방석이 부족한 사태가 일어났다. 감격스러웠다. 

앞으로 군포교를 하며 찾은 용사들의 특징과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이야기해보려 한다. 군포교의 가장 확실한 한 가지를 먼저 이야기하자면 용사들에게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햄버거로 인한 것이라 할지라도...!

고로 군포교의 핵심은 지금 당장 불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힘든 군 생활에서 그래도 즐거웠던 일요법회가 있었다는 그 하나의 기억을 심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전역을 해서 대학생이 되든 직장인이 되든 사회에 하나의 구성원이 되었을 때, 마음에 작게나마 불교의 씨앗이 심어져 있을 수 있도록. 그 씨앗이 언젠가 싹이 트고, 열매를 맺어 꽃을 피울 수 있게 작은 씨앗을 심어주는 것. 그것이 군법사로서 용사들에게 할 수 있는 적절한 포교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청년포교를 해오면서 청년들에게 늘 불교가 삶에 나침반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이런 말을 들었다.

“사막에는 지도가 없다. 지형지물도 없고 바람으로 인해 모래 언덕이 자꾸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사막에서 길을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나침반을 봐야 한다. 방향은 어느 순간에도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이 말처럼 앞으로 군포교를 비롯한 청년포교를 하면서 청년들에게 불교가 늘 변화하는 삶에서 길을 잃지 않고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갈 수 있는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는 법사가 되고자 한다.

세광 스님 군종법사 jjiya47@gmail.com

[1712호 / 2024년 1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