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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포교당 배달유치원 제1회 졸업식

1928년 첫 졸업생 배출
원아 46명에 교사·보모도
‘배달’ 이름 속 민족의식 
공양게·법회로 불심 키워

일제강점기에도 유치원이 있었고, 졸업식도 있었다. 다만, 암울한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나마 울타리가 되어주던 유치원을 떠나 시리도록 엄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될 순박하고 해맑은 얼굴의 어린이들 졸업식 모습이 왠지 짠하게만 느껴진다.

사진은 경상남도 마산시(현 마산구) 마산포교당(현 마산포교당 정법사)이 운영하던 배달유치원 제1회 졸업식을 촬영한 것이다. 우측 상단은 이 사진이 ‘1928년 3월 22일’ 열린 ‘사립 배달유치원 제1회 졸업기념’ 사진임이 선명하게 기록돼 있다. 사진 속 인물로는 당시 교육을 맡은 교사 2명과 보모 4명, 그리고 졸업생 46명이 보인다. 마산포교당은 1911년 통도사 주지였던 구하(九河, 1872~1965) 스님의 원력으로 창건했으며, 초대 주지는 경봉(鏡峰, 1892~1982) 스님이 역임했다. 

설립 당시의 마산포교당은 단순히 불교만을 포교하기 위한 사찰이 아니었다. 일제강점기 일본불교의 확산을 막고, 민족종교인 불교를 널리 선양하기 위한 전초기지로서, 또한 민족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교육 도량으로서 건립됐다. 그리고 이러한 염원을 담아 마침내 개원한 것이 바로 ‘마산 사립 배달유치원(1927년 4월 5일 개원)’이다. 개원 당시 123명이 입학하고 3개 반으로 운영될 만큼 지역의 관심이 컸다.

배달유치원은 일제강점기에도 우리말, 우리글, 우리의 노래를 가르쳤다. ‘배달(倍達)’이라는 유치원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단군의 자손’ ‘배달의 민족’ 등 항일 민족의식 고취에 무게를 두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불교유치원에 걸맞게 불교적 내용도 적지 않았다. 1940년 3월 15일 현재의 ‘마산대자유치원’으로 원명을 변경한 후에는 간식시간과 점심시간에 “감사합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엄마·아빠. 맛있게 먹겠습니다”라는 공양게를 외웠으며, 매주 월요일에 삼귀의례, 어린이 찬불가, 산회가의 형식을 갖춰 법당 법회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의례·의식보다는 불교적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일제강점기 불교계는 배달유치원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12개의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유치원은 배달유치원의 후신인 대자유치원이 유일하다. 

현재 한국은 인구 감소를 넘어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국이다. 통계청 ‘장래 인구 추계: 2022~2072년’에 따르면, 2027년이 되어야 겨우 0.71명으로 소폭 반등할 것이라 하니, 유치원 같은 어린이 관련 사업이 활성화될 리는 당분간 만무해 보인다. 그렇다 보니 불교 유치원들도 속속 문을 닫는 실정이다. 

그러나 돌이켜 보건대, 그 어떤 희망도 없어 보이던 암울한 일제강점기에도 불교계는 배달유치원 등을 건립해서 ‘불교의 씨앗’을 뿌렸고, 그 결과 지금의 한국불교가 있다. 불자(佛子) 없는 불교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린 불자인 ‘천진불’이야말로 한국불교의 미래임을 절감한다면, 지금이라도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황정일 동국대 대우교수 9651975@hanmail.net

[1712호 / 2024년 1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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