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구·사찰별 공양게 일괄 통일시켜야

  • 기고
  • 입력 2024.01.16 09:22
  • 호수 1712
  • 댓글 1

포교사 100% 공양게 외지만
번역·운율 사찰이 다 제각각
함께 공양시 합송할 수 없어
종단 통일안 제정·공표 시급

어느 사찰이건 스님들의 예불에는 그 형식과 절차가 있다. 다만 약식으로 하는 경우 몇 가지를 생략하고 진행하기에 잘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다른 형식으로 보일 뿐이다.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보소청진언 나무 보보제리 가리다리 다타 아다야’를 할 때 글을 읽듯이 독송(송주)하는 것이 아니라 시조 읊듯 소리를 쭉쭉 늘려가며 읽다가, 금방 목청을 에코음처럼 높낮이를 주며 읊조리거나, 어느 대목은 숨 끊어질 듯 한참을 길게 뽑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무슨 형식이 있어 보이기도 하고, 그냥 스님 마음내키는 대로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스님이 혼자 하는 이런 부분을 ‘안채비’라고 한다.

‘안채비’에 대비되는 말이 ‘바깥채비’이다. ‘바깥채비’는 법당 밖에서 하는 행사란 뜻이다. 법당 밖에서 하는 행사는 대부분 영산재, 수륙재, 천도재, 연등재, 팔관재처럼 대규모 불교행사이고 하루 종일 하는 행사이다. 

그러므로 ‘안채비’는 ‘목탁’과 ‘요령’으로 의식을 진행하지만, ‘바깥채비’는 취타악(소라, 북, 나발, 호적)과 삼현육각(장구, 대금, 피리, 해구)이 등장한다. 또 ‘바깥채비’는 ‘홋소리’와 ‘짓소리’로 나눈다. ‘홋소리’는 혼자 염송을 하니 ‘안채비’와 다를 것이 없으나, ‘짓소리’는 여럿이 4개의 악기를 동시에 불고, 치고 하며 염송하니 소리도 크고 웅장하여 의식이 장엄해진다. 그 ‘짓소리’의 레퍼토리가 70여 가지나 있었으나 지금은 13가지만 전래 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오관게(五觀偈), 요즘엔 공양게(供養偈)로 더 많이 알려진 게송이다. 원문은 이렇다.

‘계공다소(計功多小) 양피래처(量彼來處) 촌기덕행(忖己德行) 전결응공(全缺應供) 방심이과(防心離過) 탐등위종(貪等爲宗) 정사량약(正思良藥) 위료형고(爲療形枯) 위성도업(爲成道業) 응수차식(應受此食)’

공양게는 공양 때나 음식을 먹을 때, 차를 마실 때조차도 암송하는 하나의 의례문이다. 요즘엔 이것을 한글로 번역해서 암송한다. 그러다 보니 번역자마다 다르고, 사찰마다 다르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삼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공양을 받습니다’ (직할교구 조계사, 만발공양간 입구)

‘이 음식은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2교구본사 용주사, 공양간 내부)

교구본사끼리도 자구와 운율이 맞지 않으니, 조계사 스님과 용주사 스님이 함께 공양게를 외면 운율에 맞게 합송할 수가 없다. 신도들끼리도 마찬가지이다. 포교사들은 100% 공양게를 다 외운다. 그러나 자기 소속 사찰의 공양게만 외운다. 그러다 보니 각지의 포교사들끼리 모여 공양게송을 암송할 수가 없다. 통일된 자구와 운율을 갖춘 공양게가 절실하다. 조계종은 종단차원에서 하루 빨리 통일된 공양게를 만들어 선포해야 한다.

이번에 상월결사에서도 별도로 공양게를 만들었다 한다. 공양게라고 하지 않고 ‘공양기도문’이라고 이름했다. 원본은 이렇다. 

‘거룩한 삼보에 귀의하오며, 이 음식을 받습니다. 이 공양이 있기까지 수많은 인연에 감사하며 모든 생명에 부처님의 가피가 가득하소서. 사바하’
 

마지막에 ‘사바하’를 넣었다. ‘사바하’는 다라니의 내용을 결론짓는 종결의 의미로 사용하는 말이다.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게 하소서’라는 뜻으로 ‘사바하’가 붙은 문장은 그 뜻을 확고히 하기 위해 세 번씩 염송한다. 그런데 다라니가 아닌 게송에도 ‘사바하’를 붙였다. ‘공양기도문’은 게송이다. ‘사바하’를 붙이면 어디를 세 번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 상월결사 공양기도문은 조계종 전체에서 공양게로 사용할 모양이다. 지금의 공양게와는 전혀 다른 문장과 운율이지만 그렇게 할 것이면 그렇게 하자. 종단 차원에서 일괄 사찰마다 공양게를 통일시켜야 한다. 조계종도끼리는 어디서 누구와 같이 공양게를 하여도 합송할 수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애국가 가사가 지역마다 다르다면 어떻게 국경일 날 애국가를 함께 부를 수 있겠는가?

[1712호 / 2024년 1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