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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용서·관용·평화의 가치가 주는 교훈

  • 출판
  • 입력 2024.01.16 13:43
  • 수정 2024.01.23 10:56
  • 호수 1712
  • 댓글 0

달라이라마의 정치철학
수바쉬 C 카샤 편집/허우성·허주형 옮김/운주사/5만원

6살 나이에 제14대 달라이라마에 즉위한 텐진 갸초의 삶은 험난했던 티베트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959년 중국의 침략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인도로 망명한 이후 그는 오로지 티베트 민족의 염원을 대변하고 전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그럼에도 그의 사상과 행동은 단지 티베트의 이익에만 국한되지 않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고 발전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중국인들에 대해 증오보단 그들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면서 세상 모든 이들에게 자비·관용·용서·평화의 가치를 역설해 왔다. 그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고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은 중국 침략 이후 티베트인이 겪어온 충격과 비극에도 비폭력, 자비, 평화의 신념을 꿋꿋하게 지켜온 달라이라마의 정치철학과 사상을 담은 대표적인 글 100편을 모아 엮은 것이다. 1977년부터 2013년 사이 티베트 문제뿐 아니라 인류 전체의 정치, 사회, 도덕, 영적 사안 등을 주제로 하는 여러 포럼에서 발표된 달라이라마의 담화문, 연설, 성명, 인터뷰 등을 가려 뽑은 것이다. 

달라이라마의 연설 내용 대부분은 즉흥적이다. 때문에 항상 마음에 두고 있거나 사상의 기저를 다루는 내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책은 그의 진정성이 온전히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진리, 사랑, 비폭력, 평화, 자비심, 보편적 책임감 등 달라이라마가 주창하는 정치철학의 기본교리는 모두 불교의 가르침에서 비롯된다. 그렇기에 티베트 문제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해결을 주장한다. 중국으로부터의 분리나 독립이 아닌 티베트 독자적인 언어, 종교, 가치, 전통의 정체성을 보존할 수 있도록 진정한 자치권을 갖기를 원한다. 
 

달라이라마는 또 철저한 민주주의 신봉자다. 입법·행정·사법 기관들이 지정된 영역 내에서 자유롭게 작동하고 기본적인 인권과 자유가 보장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어떤 사람의 독단적인 권력에 반대하며 스스로도 모든 권한을 이양한 바 있다. 경제정책에 있어 달라이라마는 사회주의자의 장점을 취한 혼합경제를 선호했다. 티베트인들을 비롯해 가난하고 소외당한 이들을 위한 정의에 입각한다면 당연한 선택일 수 있다. 

달라이라마는 보편적 책임이 인류의 생존을 위한 열쇠라고 강조한다. 즉 자신이나 가족, 국가만이 아닌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후위기, 세계평화, 환경문제 등에서 보듯, 인류는 이제 하나의 운명공동체가 됐으며, 이런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책임감이 절실하다는 견해다. 

책을 통해 인내와 무한한 관용, 절대적인 평정 등으로 일관하면서 역경에 처한 티베트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세계인들에게 깊은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킨 달라이라마의 삶과 사상을 엿볼 수 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712호 / 2024년 1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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