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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선명상’ 창출 시의적절하다

  • 사설
  • 입력 2024.01.23 13:06
  • 호수 1713
  • 댓글 2

우울증 동반 자살률 1위 나라
치유 나서는 건 교계 ‘사명’  
간화선 기반 ‘K명상’ 프로그램
일선 지도자 협력 구해야 가능

조계종 총무원이 2024년을 ‘K명상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포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신년 회견을 통해 “한국불교 존재 이유는 세상 고통과 함께하고 온 중생을 행복의 길로 나아가게 하기 위함”이라며 “2024년, 한국불교는 국민의 정신 건강을 지키고 마음의 평화를 이루는 사회적 정진을 시작한다”고 천명했다. 

국민으로부터 호응받는 유수의 템플스테이 사찰을 활용해 종단에서 마련한 ‘선명상’프로그램을 보급할 계획이다. ‘선명상’ 프로그램은 조계종 미래본부가 준비한다. 명상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이 시대에 예정대로 ‘선명상’ 프로그램이 선을 보인다면 불자는 물론 시민들로부터도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탈종교의 시대라고 하지만 2000년 초부터 ‘힐링’과 궤를 같이하며 붐이 일었던 명상은 여전히 대중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물론 ‘정각·해탈’보다는 ‘심신 건강’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명상이 신체·심리적 고통과 사회 부적응 등을 조율하는 데 효과가 크다는 건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무엇보다 우울증 해소에 효과가 커 관심이 더욱 집중됐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 ‘21세기 문화병’이라고 불린다. 그만큼 사회에서 흔히 겪는 정신 질환이다. 

그렇다고 가볍게 치부할 수만은 없다. 심한 지경에 이르면 두통, 무기력, 불면증, 의욕 상실 등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실직, 가출, 이혼을 넘어 분노를 낳고 급기야 자살로까지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는 코로나19 이후 급증하고 있다. 2019년 79만명, 2020년 83만명, 2021년 91만명을 기록하다가 2022년과 2023년에는 100만명을 넘겼다. 상황별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조계종은 ‘우울할 때 마음을 챙기는 선명상’ ‘화를 가라앉히는 선명상’도 선보일 계획이다.

종단 차원에서 ‘선명상’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는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궁금증 하나는 아직 해소되지 않는다. 어떤 수행법을 참고한 ‘선명상’인지가 궁금하다. 주지하다시피 명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종교 안팎으로 연구되고 전승됐다. ‘마음챙김’에 기반한 MBSR(마음챙김 명상), MBCT(명상인지치료)을 비롯해 선정에 기반한 사띠, 위빠사나, 간화선 등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물론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신년 회견에서 언급한 일언에서 어떤 ‘선명상’일지는 유추할 수 있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서구에서 유행하는 명상은 대부분 남방불교 사마타·위빠사나에서 파생됐다. 대한민국 K-명상은 참선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조사선, 그중에서도 간화선을 기치로 해 최정점에 있는 견성성불을 목표로 수행해 왔다”고 했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언급한 건 ‘간화선’이다. 

물론 수좌 스님들이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그대로 적용하자는 게 아니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그렇지만 일반 대중이 따라 하기는 쉽지 않다. 현대인의 정서와 사고, 언어에 맞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명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존의 간화선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는 뜻으로 보인다. 약간의 변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경전도 시대별로 보면 당시의 정서와 언어·문화에 맞춰 변화하며 불법을 전해 왔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인 말이 방증한다.

명상 붐이 일어날 때 조계종에서도 ‘간화선 대중화’를 선언했다. 이후 ‘재가선원’ ‘시민선방’ 이 급증했다. 근기에 따라 다르다고 하지만 많은 불자는 아직도 “간화선은 어렵다”라고 인식한다. 대중적 간화선 프로그램 창출이 녹록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다행스러운 건 간화선 경험이 풍부한 출·재가자 중 명상에 정통한 인재들이 우리 교계에 많다는 점이다. 

대중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간화선 시민선방은 물론 염지관·심리상담·자애 명상 등의 수행법 전파에 헌신하는 지도자들의 협력을 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필요하다면 사띠, 위빠사나 지도자도 만나야 한다. 조계종이 구상하고 있는 ‘선명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해도 시간에 쫓기듯 만들어서는 안 된다. 종단이 선보이는 명상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1713호 / 2024년 1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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