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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숫자로 본 근대종교의 행방

종교인구 3.7% 세상은 어땠을까

근대 종교사에서 종교 인구
3.7%→50%이상 증폭 역사
불교·기독교 교세신장 10배
유사종교 행방 추적도 필요

조선총독부가 1927년 3월 31일에 발행한 조사자료 제20집 ‘조선인의 사상과 성격’에는 조선인의 종교의식(宗敎意識)을 소개하는 짧은 글이 실려 있다. 그런데 이 글에는 불교 14만1000명, 기독교 32만1000명, 천도교 계통의 유사종교 19만9800여 명, 비천도교 계통 유사종교 7317명이라고 각 종교별 신도 수가 적시되어 있다. 

이 기록은 1920년 경의 조사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천주교 신도는 8~9만 명 내외였고, 장로회와 감리회 등에 소속한 개신교 신도 수는 20만 명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이 기록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전체 종교 인구 약 67만 명 가운데 천도교 등 종교유사단체의 신도 수가 불교나 천주교보다 많고 개신교에 육박하는 20만 명 이상이며 전체 종교 인구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종교로 공인받지 못한 종교, 즉 이제는 우리가 신종교라 부르는 종교의 신도 수가 개신교와 맞먹는 ‘종교 상황’에서 종교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었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당시의 국세조사(國勢調査)에 따르면 1925년 조선 인구는 1952만2945명이었으므로 1920년 경의 인구는 이보다 조금 적었을 것이다. 1920년경의 인구를 1800만 명으로 추산하고, 당시 종교 인구를 67만 명으로 줄잡아 계산하면, 종교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3.7%에 불과하다. 

물론 이 숫자는 어림일 뿐 전혀 정확하지 않다. 전체 인구 가운데 일본인도 포함되어 있고, 종교인구 조사 자체도 엄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종교를 가진 사람이 100명 가운데 3.7명에 불과한 세상을 상상하기 힘들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종교 인구는 1984년 44%, 2004년 54%, 2021년 40%였다. 특히 2021년 조사 결과는 종교계에 엄청난 위기의식을 조장했다. 물론 이 조사 결과 외에도 우리는 이단·사이비·미신 등의 이름으로 공격 받고 있는 수많은 종교의 통계적 침묵을 고려해야 한다. 

종교 인구 40% 시대를 사는 우리는 세속화를 이야기하고 종교의 몰락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종교 인구 3.7%의 세상은 어떤 세상이었을까?

조선총독부 학무국 사회교육과에서 발행한 ‘조선의 종교와 향사 일람’의 1937년 12월 말 조사 결과를 보면 종교별 신도 수는 불교 30만3908명, 기독교 49만9323명(천주교 11만3833명 포함), 교파 신도 9만1723명, 일본 불교 30만3908명이었다. 

이 숫자를 다 합하면 종교 인구는 총 119만8862명이다. 1935년 조선 인구는 약 2289만 명이므로 당시 종교 인구는 약 5.2%였다. 여기에 천도교 등 종교 유사단체의 신도 수를 더하고, 다시 교파 신도와 일본 불교의 신자 수를 빼더라도, 전체 종교 인구의 실제 비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근대종교를 이야기할 때 종교의 실제 지형과 배치가 어떠했는지에 관한 물음을 자주 누락한다. 그러나 종교 인구 비율을 간단히 조사해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근대종교의 초기 국면이 지금과 매우 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대종교사는 종교 인구가 3.7%에서 50% 이상으로 증폭했던 역사였다. 우리가 이러한 통계를 전적으로 신뢰할 필요는 없다. 그렇더라도 20세기 한국에서 불교와 기독교는 100년 동안 10배 이상의 교세 신장을 보였다. 이처럼 개념이 아닌 숫자로 본 근대종교의 모습은 우리가 설명해야 할 많은 공백을 보여준다.

근대종교사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우리는 불교, 기독교, 신도 같은 공인종교 밖에서 통계에 잡히지 않은 채 창교, 폐교, 탈교, 전교를 반복하고 있었던 수많은 유사종교의 행방을 정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아예 ‘종교를 파괴하는 종교’라는 누명을 쓰고 종교 밖으로 축출된 유교의 행방에 대해서도 물어야 한다. 유교는 마치 일본의 국가 신도처럼 ‘제사의 종교’라는 자리로 밀려나거나, ‘학문의 종교’라는 이상한 자리로 퇴거했으며, 심지어 차츰 ‘장례의 종교’라는 직함조차 유지할 수 없는 상태로 전락하고 있었다.

이창익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changyick@gmail.com

[1713호 / 2024년 1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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