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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기도하면 일념삼매로 소원성취·견성성불도 가능”

  • 교학
  • 입력 2024.01.26 19:41
  • 수정 2024.01.30 16:30
  • 호수 1714
  • 댓글 3

동국대 선연구소 자성 스님, 일타 스님 기도지도법 분석
기도 성취 원리 명확히 제시…기도로 진리 참구 유도도
“고통 겪는 사람들 마음 위로해 불법 인도하는 원력행”

근현대 대표적 율사이며 선사인 동곡일타 스님. 
근현대 대표적 율사이며 선사인 동곡일타 스님. 

근현대 대표적인 율사이며 선사인 동곡일타(1929~1999) 스님은 기도를 소원성취라는 사바세계 중생의 현실적인 바람과 견성성불이라는 불교의 지향을 잇는 교량이 될 수 있는 원리를 밝힌 고승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금도 기복불교를 부정하고 기도를 비불교적으로 폄훼하는 시각이 있는 가운데 기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복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선연구소 연구원인 자성 스님은 ‘불교학연구’ 제77호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그동안 진행된 기복불교의 담론 맥락을 고찰하고 일타 스님의 기도관 및 기도지도법의 특징을 다각적으로 분석했다.

자성 스님에 따르면 개항 이후 한국불교의 기복적 성격은 수행을 근본으로 한 합리적 성격의 불교에 반한다거나 자기중심적 안위추구에만 머물러 ‘중생구제’라는 자비정신을 망각한 부정적 문화로 간주돼왔다. 특히 승단 내에서는 선승들을 중심으로 ‘기복 문화는 자비를 바탕으로 하는 불교 정신에 어긋난다’는 신랄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논문에 따르면 일타 스님은 참선이 견성성불에 이르는 가장 빠르고 좋은 길이라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한국불교의 기복적 성격 자체를 문제시하거나 기복이라는 이유로 불자의 신행을 비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도는 현생의 이익을 바라는 중생의 욕구를 수용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면서 결국에는 수행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기회로 작용한다고 봤다. 특히 지극한 기도는 일념삼매(一念三昧)로 이어지고, 일념삼매의 상태에서 소원성취도, 견성성불의 도과(道果)도 가능하며 일념삼매는 발원이 성취로 이어지는 관건이고, 도과를 얻는 자량으로 봤다. 따라서 기도하면 불성의 작용으로 궁극에는 견성성불의 길로 이어져 무구열반(無垢涅槃)을 얻고, 기쁨과 즐거움을 사람에게 회향하는 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성 스님은 일타 스님이 “불교 근본 가르침에 어긋난다면서 기복을 문제시하는 입장에 대해 나를 위하지 않는 기도가 어디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 데에도 주목한다. 즉 일타 스님은 “일체 중생을 위한 기도라 할지라도 궁극적으로는 ‘나’의 해탈과 관련이 있으니, 따지고 보면 자신을 위하지 않는 기도가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므로 기도를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당시 돈오견성, 견성성불과 같은 선불교의 가치를 알아도 현재의 문제 해결이 더 중요해 대다수 불자가 내적으로 겪게 되는 심리적 모순을 읽은 일타 스님의 현실적 해법이 기도라는 것이다.

이어 일타 스님이 ‘법다운 기도’를 통해 기도 성취의 원리를 구조화하고 명확하게 제시했다고 봤다. 기도자가 직면한 상황에 따라 특별기도와 일상기도로 구분한 뒤 기도 방법을 제시했으며, 이에 그치지 않고 피드백을 받아 점검하고 이후에는 기도의 범주를 확장해 소원 성취를 위한 기복에서 진리 참구의 수행으로 성격을 전환했음을 구명했다. 특히 일타 스님의 기도 강조는 한국인의 종교 정서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불교신행의 가이드라인으로, 불교정화운동 과정에서 생길 수 있었던 불자의 일탈을 저지하는 역할로 작용했다고도 평가했다.

일타 스님의 기도법은 한국불교에 깊숙이 내재해 있지만 비난받고 부정됐던 기복적 요소를 불교적 방식으로 해결해 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왔음을 확인한 자성 스님은 “일타 스님은 기도가 사부대중을 아우를 수 있는 범주가 될 수 있다고 봤다”며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불법의 길로 인도하려는 원력행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학계를 중심으로 한 교학 불교, 사찰을 중심으로 한 현장 불교 간의 간극과 간화선 수행과 재가불자의 신행법 간의 간극 등 사부대중 간의 간극 완화 역할을 하고 간화선 중심으로 획일화되던 수행풍토에서 수행문화의 다양성을 회복시켰다”고 덧붙였다.

이지윤 기자 yur1@beopbo.com

[1714호 / 2024년 1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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