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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자승 대종사 소신, 전법 위한 선택

  • 기고
  • 입력 2024.01.29 13:56
  • 수정 2024.01.29 13:58
  • 호수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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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6일 해봉 자승 대종사의 49재 막재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도 ‘소신공양이다’ ‘분신자살이다’ 궁금해 하고 의심을 품기도 한다. 며칠 전만 해도 왕성하게 활동하셨던 분이 갑자기 자화장으로 입멸하셨으니 자신들의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조계종 대변인 우봉 스님은 “자승 스님이 종단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며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발표했고, 총무원장 스님은 “가히 범부로서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격외의 모습을 보이셨다”라고 찬탄했다. 

불교사적으로 소신공양은 ‘법화경’에서 언급되고 있다. 이후 소신공양은 자신의 ‘원력이나 결의’를 보이기 위한 극단의 신행 방편이 되어 왔다. 티베트인들은 1950년 중국에 주권을 빼앗긴 후 지금까지 매년 10여 명의 스님들이 ‘중국의 종교탄압을 중단하라’며 소신공양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0년 문수 스님이 ‘4대강 사업 중단하라’며 소신공양을 한 것이 가장 최근이다. 그렇다면 자승 대종사는 조계종 대변인 우봉 스님의 발표처럼 ‘종단의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며 소신공양을 했다’는 것인가? 그렇다.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승 대종사의 그간의 행적을 되짚어보아야 한다. 소신공양 당일 사용한 승용차와 평소 기거하던 방에서 발견된 유언장에는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 구나”라고 읊었다. ‘할 일을 다 했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를 통해 대종사께는 분명한 ‘원력과 결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 하나의 의문은 ‘그럼 왜 소신 전까지도 그렇게 활발하게 활동 하시었느냐’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승 대종사의 그간의 행적을 되짚어봐야 한다. 불자들에게 있어 자승 대종사는 분열되어 있던 조계종단을 효과적으로 통합한 중요한 인물로 평가된다. 조계종단은 금강회, 무차회, 화엄회 등의 파벌로 나누어져 있었으며, 각 교구본사 및 문도회는 사분오열로 총무원장 선출 때마다 잡음을 일으켰다. 이런 분열을 해소하고 통합시킨 것은 자승 대종사의 위대한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1962년에 탄생한 통합 조계종단 이후 최근 10여 년 동안에도 이렇게 통합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는 것은 전적으로 자승 대종사의 위업이다.

또한, 자승 대종사는 견고한 통합체계를 가지고 상월결사를 추진했다. ‘성불합시다’라는 인사말을 ‘전법합시다’로 바꾸어 인사하는 등 불교의 미래를 위해 이끈 불교개혁운동은 용성 스님 이후 가장 현대적이고 진취적인 리더로 꼽힌다. 상월선원 천막결사는 10년간 선방생활을 하신 스님들조차도 어려운 결사였다. 또한 43일간의 인도성지순례, 1167㎞의 고행은 자승 대종사의 리더십과 법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불교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이런 힘겨운 결사들이 그러나 자승 대종사에게는 소소한 일상적인 일들이었다. 그리고 뿌려놓은 씨앗이 싹이 트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후학들에게 책임을 부여하고 불교의 미래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소신공양을 결심한 것이다. 종단의 통합을 위해 많은 분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기도 했지만, 종단을 통합시킨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있는 분이었다. 또 요즘처럼 불교신자들이 매년 급감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뭔가를 실행했던 스님이었다. ‘불법을 전하지 않으면 인도의 불교처럼 한국불교도 박물관이나 유물로만 존재할 것’이라고 걱정하던 스님이었다. 이같은 행적을 알면 그분이 한국불교를 위해 ‘소신공양’한 것이란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승 대종사의 소신공양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러나 스님이 남긴 업적과 현재의 불교계 현실을 고려할 때, 스님의 입적을 둘러싼 의문에 대한 대답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명확히 드러날 것이다. 지금 금방 알아지지 않는 사람들은 아직 인연이 무르익지 않아서이니, 시간이 가면 확연히 알아질 것이다. 그냥 두고 기다려 볼 일이다.

이응선 포교사 60leesan@naver.com

[1714호 / 2024년 1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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