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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유가족 눈물의 오체투지…"원하는 건 특별법 공포 뿐"

  • 교계
  • 입력 2024.01.29 18:57
  • 수정 2024.01.30 15:42
  • 호수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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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9일, 이태원역 1번출구~용산 대통령 집무실까지

1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특별법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유가족과 종교인들은 절박함을 안고 또다시 차디찬 아스팔트 바닥에 몸을 던졌다. 아이들이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이태원 골목을 시작으로 용산 대통령 집무실까지 유가족들은 두 무릎, 두 팔꿈치, 이마를 땅에 찧으며 간절히 호소했다. 이태원 특별법을 공포해 그날의 진실을 풀어달라고, 우리의,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이태원 참사의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공포하는 것입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천주교 남녀수도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 10.29이태원참사를기억하고행동하는그리스도인모임,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는 1월 29일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시작으로 용산 대통령 집무실까지 특별법 공포 촉구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1월 30일 열리는 국무회의에 이태원 특별법안이 상정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곧장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번 오체투지는 특별법을 공포해야한다는 유가족들의 입장을 확실히 전달하고자 하는 취지가 담겼다. 특히 오체투지 행진을 앞두고 경찰은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시위를 금지했으나 가처분 소송을 통해 법원이 집회를 허용하면서 가능하게 됐다.

오체투지에 앞서 1시 59분 유가족과 종교인들은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오체투지 취지와 특별법 공포를 호소했다.

고 이주영씨 아버지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우리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희망을 빼앗지 마라. 마땅히 함께하고 있어야할 자식을 잃었다. 삶을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있다. 괴로움에 미쳐버릴 것 같은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외면하지말고 귀를 기울여달라”며 “특별법을 공포해달라. 그것만이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159개의 별들과 매일매일을 고통속에 방황하는 가족들의 아픔을 해소해주는 일이다. 우리가 가장 절실하게 바라는 것은 아이들의 죽음에 한 치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원인과 진실 규명을 이루는 것”이라고 했다.

사노위원 시경 스님도 “부처님께서는 고통 중에 자식을 잃은 고통은 이루말 할 수 없이 크다고 하셨다. 유가족의 고통과 눈물은 곧 국민의 고통이고 슬픔이다. 아픔을 외면하지 말고 거부권을 행사하는 어리석은 판단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방진복과 무릎보호대, 장갑을 착용한 유가족들은 참사 현장을 향해 묵념 후 오체투지를 시작했다. 이태원역부터 용산 대통령실까지 20분 남짓한 거리였지만 유가족들에게는 그 어떤 길보다 멀고 험한 길이었다. 얼굴은 눈물과 땀, 먼지로 얼룩졌고, 무릎에도 통증이 올라왔지만 참고 또 참았다. 2시간여 후 유가족들에게 처음으로 허용된 장소인 대통령 집무실 앞에 도착했다.

유가족 박해월씨는 “12년만에 얻은 외동딸을 하루아침에 하늘로 보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진상규명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화만 난다”며 “국민의 힘이 거부권을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소식에 온몸에 힘이 다 빠져나갔다. 딸이 고통스럽게 떠났는데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삭발을 해서 우리의 뜻을 전달하고 싶었다”며 울먹였다. 이어 “분향소 지킴이를 하고 있는데 국민의 힘에서는 만남 요청도 없었고, 찾아오지도 않았다.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이라고 했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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