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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바라밀선원 주지 인해 스님

“부처님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열심히 살겠습니다”

차량 행렬 ‘벌레’로 인식
중생제도 발원 출가 결심

무연 스님에게 ‘초발심…’
지안 스님과 사제 인연

현수막 걸고 전단지 돌리고
고성·악취 참아가며 ‘전법’ 

관음3000·법화1000일 기도
5층 규모 바라밀선원 ‘우뚝’

기도·명상·독송 전념 공간
고요 속 평온 성스러워

개원 10년 역사 짧지만
김해포교 새 지평 열어

​​​​​​​‘번뇌’ 알아차리면 사라져
“늘 깨어 있어라!” 강조

 

penshoot@beopbo.com
바라밀선원 주지 인해 스님은 “이 자리에서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그래야 참된 주인공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해 연지공원 인근 보현산(377.2m) 자락에 자리한 통도사 김해포교당 바라밀선원. 미혹에 빠진 차안의 사람들을 깨달음의 피안으로 인도하려 수담인해(秀潭仁海) 스님이 세운 선원이다. ‘창건 10년’이라는 짧은 역사 속에서도 김해포교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통도사 마산포교당 정법사와 인연이 닿아 청소년 시절 때부터 불교학생회 활동을 활발히 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는 아예 절에서 살았더랬다. 남해고속도로 진영 휴게소에서 주유 아르바이트를 하던 1993년 12월 31일. 새벽 12시가 지나면 주유 값이 오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운전자들이 초저녁부터 줄을 이었다. 새벽 1시가 넘어서야 교대하고 잠들었다. 1994년 1월 1일 이른 아침 일어나 나와 보니 왕복 2차선의 양방향 남해고속도로에는 차들이 ‘꽉’ 차 있었다. 정체와 서행을 반복하며 꿈틀거리는 차들 행렬에 목적 없이 흐느적흐느적 기어가는 벌레들이 중첩됐다. 차든, 사람이든 도로에 늘어선 모든 게 벌레로 보였다. 그때 발원했다. 

“대법사가 되어 중생을 제도하겠습니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100일 기도에 들어갔다. 출가일은 9월 23일로 잡았다. 당시 정법사 주지였던 요산지안(樂山志安·현 반야불교문화원장. 통도사 반야암 주석) 스님은 8월께 이렇게 말하곤 했다.

“제성아, 출가하면 그랜저 사줄게!” “제성아, 삭발하면 티코 사줄게!” “제성아, 통도사 가면 옷 사줄게!”

이심전심이었을 것이다. 108배를 넘어 3000배 정진에도 온 정성을 다했던 청년의 심중을 꿰뚫었을 터다. 지안 스님의 제자 무연 스님으로부터 ‘초발심자경문’을 완벽하게 배우고는 예정대로 그해 9월 통도사 산문을 열고 삭발염의 했다. 은사는 요산지안 스님과 맺었다.

인해 스님이 김해 신도시 내동 상가건물 2층에 바라밀선원을 개원하고 전법에 나선 건 2013년이다. 2017년 현재의 자리로 이전했고 신축과 증축을 거듭해 올해 1월 ‘10년 불사’를 마쳤다. 불사 기간 중 ‘1000일 관음 기도’ 3회와 제1차 ‘법화경 1000일 기도’를 회향했다.
 

5층 규모의 바라밀선원 전경.

가야불교연구소 소장과 사)가야불교문화진흥원 이사장을 맡았던 인해 스님은 가야불교의 올곧은 역사와 문화의 우수성을 전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또한 라오스 비엔티안국립대 한국어과 전용 건물 신축사업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녹색 사찰’로 지정(2023)된 바라밀선원은 장학금 지원 등의 ‘나눔’을 통해 시민들과도 폭넓게 소통하고 있다. 명실공히 김해를 대표하는 전법·수행·교육 도량이다.

교단에서 제자들을 육성하고 싶어 했던 인해 스님이다. 포교 일선에 뛰어든 연유가 궁금했다. 
“동국대 박사과정을 마무리할 즈음인 2012년 12월이었습니다. 해인사와 동화사에서 강의하다가 경주 동국대 부근으로 거처를 옮겨 지내던 시기였습니다. 점심 공양 후 산책 겸 황성공원을 걷다가 문득 저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편하게 살아가도 될까?’ 부끄러웠습니다. 바람도 쐴 겸 김해 율하 신도시(장유 3동)에 왔습니다. 차 한 잔 마시며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교회들이 엄청 많은 겁니다. 십자가가 저를 포위한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습니다. 장유동 일대를 돌아보니 교회는 차고 넘치는데 절은 한두 개도 찾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바닷가와 가까웠던 김해는 ‘불보살’보다는 ‘용왕’을 가까이할 정도로 무속신앙이 강렬해 조계종이 힘을 쓰기 어려운 곳으로 소문 난 지역이다. 익히 알고 있었으나 막상 현실을 목도 하니 ‘욱!’하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 순간 “대법사가 되어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서원이 떠올랐다.

“은사스님께 전후 사정을 말씀드리고 8500만 원을 부탁드렸습니다. 상가건물 2층에 법당을 조성하고는 바라밀선원이라 이름했습니다.(2013) 불교대학도 개설했습니다. 그리고 ‘1000일 관음기도’에 들어갔습니다.”

바라밀선원 불교대학생 모집 현수막을 들고 나가 직접 달고, 기도 입재 전단지도 곳곳의 벽에 붙였다. 그러나 정작 고난은 다른 곳에서 도사리고 있었다. 

1층에 입주한 국밥집은 하루 24시간 운영했는데 유독 새벽 1시 전후에 사람들이 몰려와서 술을 마셨다. 담배 연기가 올라와 창문은 아예 닫고 살았다. 가게 주변의 길가는 물론 법당으로 오르는 계단에도 토사물이 쌓였다. 특히 새벽 내내 이어지는 고성방가에 잠 한숨을 편히 이룰 수 없었다. 불보살님께 “제발 잠 좀 자게 해 주세요”라며 애원했을 정도다.

“목숨 걸고 목탁 치며 절을 올렸습니다.”

인욕하며 모든 열정을 쏟았다는 뜻일 터다.

“관음기도 500일을 넘어서는 즈음 저의 업장을 보았습니다. 제가 지금 왜 여기 서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저는 새벽에 일어나면 되뇌입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열심히 살겠습니다.’ 골골했던 저인데 그 이후 몸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계속 전진할 힘을 얻었으니 큰 가피를 입은 겁니다. 1000일 관음기도 입재 때는 2명이 참여했는데 금세 99명으로 늘더니 끝날 즈음엔 280여 명이 동참했습니다. 불교대학에도 활기가 돌았습니다.”
 

인도 분황사에서 ‘우리말 법화경 봉정식’을 봉행했다.
인도 분황사에서 ‘우리말 법화경 봉정식’을 봉행했다.

첫 1000일 관음기도를 마친(2016) 후 곧바로 제2·3차 1000일 관음기도 정진에 들어갔고, 이 기도는 2022년 1월 회향했다. 이 기간에 땅을 매입하고 건축 불사를 일으켰다. 신축(2층)과 증축(3층)을 거듭한 결과 대웅전, 관음전, 산신각 등의 전각과 명상관, 세미나·공연장, 카페 등이 들어선 5층 1,652㎡(500평) 규모의 바라밀선원이 우뚝 섰다. 그리고 올해 1월 관세음보살 점안식을 봉행하며 ‘바라밀선원 10년 불사’를 모두 마무리했다. 이 선원은 바라밀선원 사부대중의 자부심이자 김해불교의 자긍심이다.

“2차 1000일 관음기도에는 500여 명이 접수했습니다. 1차 기도에 참여한 대중 280여 명을 포함하면 우리 선원에 800여 명의 신도님이 계신 겁니다.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때부터 땅을 보러 다녔습니다.” 

한 푼이라도 더 저렴한 땅을 구하려 1년 가까이 김해 전 지역을 샅샅이 뒤졌다. 

“지인들과 함께 구지봉에 올라 이곳을 내려다본 적이 있습니다. 한눈에 보아도 척박한 동네였습니다. 저도 모르게 ‘저기서 포교하시는 스님들은 참 힘들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마을에 제가 살게 되었습니다. 쓰레기만 쌓여 있는 볼품없는 척박한 땅에는 대나무 다섯 그루만 서 있었습니다.” 

땅 매입 후 거의 매일 찾아와 해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선원 안으로 빛을 품으려 했음이다. 쓰임에 따른 공간 배치와 수행 도량으로써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실내 장식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사와 마음을 맞춰가며 불사를 진행했다. 

바라밀선원은 4년 만에 완공됐다.(2017∼2021) 이곳을 한 번이라도 참배한 사람이라면 느꼈을 것이다. 깊은 고요와 평온을 말이다. 인해 스님의 정성이 성스럽게 투영된 결과다. 

불교대학 기본반에서는 22기 졸업생을 배출했고, 경전반에서는 30여 권에 이르는 경전을 강의했다. 

“부처님 법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실천하도록 기본반과 경전반을 나누었습니다. 소정의 과정을 마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전법사 과정도 두었습니다. 불교 의식(儀式)을 교육해 법회 집전을 이끌 수 있도록 했습니다.”

2021년 4월 입재한 ‘법화경 1000일 기도’도 올해 1월 회향했다. 4월에 제2차 ‘법화경 1000일 기도’에 들어간다고 한다.

“의외로 ‘법화경’을 강의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습니다. ‘법화경’의 마지막 부분 ‘보현보살권발품’ 끝머리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수지독송 믿고알아 해설사경 하는 사람/ 부처님이 칭찬하고 법의로써 감싸주며…’ 마음을 다해 수지독송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니 아니었습니다. 현재 280명의 법화 행자들과 함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1차 1000일 기도를 회향한 제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법화경 가피’도 무진장합니다.”

‘바른 독송-우리말 법화경’(사유수)도 선보였다.(2023.10) 인해 스님을 포함한 5인으로 구성된 ‘법화경 경전연구회’가 편찬을 맡았다. 수개월에 걸쳐 번역하고 토론하며 윤문했다. 간결·명료한 번역이 일품인데 무엇보다 중복된 내용을 생략해 분량을 대폭 줄였다. 인해 스님과 법화 행자 280명은 2023년 10월 인도 부다가야 분황사에서 ‘우리말 법화경 봉정식’을 봉행했다. 

“기존의 ‘법화경’을 독송하려면 8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8시간 내내 정진할 수 있는 불자님들은 많지 않습니다. 약속이 많은 젊은 불자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독송 편의상 중송(重頌)으로 거듭되는 부분은 넣지 않았습니다. 구마라습 한역본을 중심으로 의역은 자제했고 최대한 원문에 가깝게 번역했습니다. ”

관록 있는 불자가 독송한다면 4시간 안에 마칠 수 있다고 한다. 

명상과 연계한 ‘선차’ 프로그램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명상과 연계한 ‘선차’ 프로그램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부산 숙우회 선차시연.

기도에 이은 명상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다. ‘행복 선 명상’과 ‘선차(禪茶)’는 인기 높은 프로그램이다. 2022년 가야국제명상센터를 통해 명상 1급 지도자 7명을 배출했는데 올해 3월부터는 명상 2급 지도자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평소 강조하거나 가슴에 새긴 선·경구를 청하니 ‘늘 깨어있어라(念念自覺)’를 전했다. 그러고 보니 바라밀선원으로 들어서는 출입문을 열었을 때 이 글귀를 마주했었다.
 

‘우리말 법화경’(사유수)
‘우리말 법화경’(사유수)

“매 순간순간 깨어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참된 수행입니다. 종색 선사의 좌선의(坐禪儀), 보조국사의 수심결(修心訣) 등 많은 선사의 어록에 ‘망념이 일어나는 즉시 알아차려라.(念起卽覺) 알아차린 즉시 사라진다(覺之卽失)’라고 나와 있습니다. 여기서 념(念)자는 망념을 뜻합니다. 순간순간 자신이 하는 일(수행)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를 정념(正念), ‘싸티(sati)’ 라고 하기도 하고, 알아차림, 마음챙김 등으로도 말할 수 있습니다. 홍로일점설(紅爐一點雪)! 붉은 화로에 한 점의 눈이 내려앉으면 그 즉시 사라지듯이, 마음에 번뇌가 끊임없이 일어나지만, 일어남을 자각하는 순간 그 즉시 사라집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매 순간 살아가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갈 때만이 참된 주인공의 삶을 살아가는 겁니다. 해인사를 참배할 기회가 있으면 장경각 법보전의 주련을 보세요. ‘원각도량하처(圓覺道場何處) 현금생사즉시(現今生死卽是). 깨달음의 도량은 어디 있는가? 지금 나고 죽는 바로 이곳이라네.’” 

바라밀선원 특유의 고요가 왜 느껴졌는지 알겠다. 건축미에서만 스며나온 게 아니다.  사부대중 모두 늘 깨어있기 때문이다. 선원에 들어선 모든 사람이 법담은 나눠도 잡담은 하지 않는다. 꼭 필요한 말은 짧게 한다. 

반드시 법복을 입고 전각에 들어서고 그 이후엔 침묵한다. 그 고요가 평온을 선사한다. 누구든 이 공간의 평온함에 젖어 보시라. 정진의 힘을 얻을 게 분명하다.

채문기 상임논설위원 penshoot@beopbo.com

인해 스님은
통도사에서 요산지안 스님을 은사로 득도. 해인사 강원과 조계종립 승가대학원을 졸업한 후 요산지안 스님으로부터 강맥을 전수 받았다.(2009) 또한 관허 수진 스님으로부터 율맥을 전수 받았다.(2019) 동국대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봉암사 등 제방 선원에서 5안거를 성만했다. 해인사, 수덕사, 동화사, 동국대 등에서 10년간 강의했으며 조계종 교수아사리를 6년간 역임했다. 가야불교연구소 소장과 사)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통도사 승가대학장(강주)이자 수계교육원 교수사이다. 제31회 조계종 포교대상 원력상을 수상했으며 역서로는 ‘달마 대사의 소실육문’(민족사), ‘바른독송-우리말 법화경’(사유수)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남종의 선사상 연구’ ‘남종선상의 경전적 근거와 그 이념에 대한 고찰’ ‘혜능의 좌선관’ 등이 있다.

[1715호 / 2024년 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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