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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굳는 고통보다 사진 속 딸 향한 그리움 커”

  • 상생
  • 입력 2024.02.05 11:36
  • 수정 2024.02.05 13:46
  • 호수 1715
  • 댓글 0

네팔 이주민 키란씨, 간 수치 일반인 40배, 간 경화도 의심
수술 받았으나 병원 빚만 1400여 만원…가족엔 말도 못해

지난해 12월 높은 간 수치로 쓰러진 네팔 이주노동자 순다르 키란씨가 감당해야할 병원비는 1400여 만원이다. 
지난해 12월 높은 간 수치로 쓰러진 네팔 이주노동자 순다르 키란씨가 감당해야할 병원비는 1400여 만원이다. 

“딸이 어느덧 7살이에요. 아마 많이 컸을 거예요. 아들은 이제 막 중학교 들어갔어요. 아내에게 듣기론 의젓하게 잘 컸대요. 아이들이 아빠 걱정 안 하고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네팔 이주노동자 순다르 키란(43)씨가 간직하고 있는 딸의 기억은 5년 전, 막 태어났을 때가 마지막이다. 꼬물거리던 손가락과 호기심 가득한 큰 눈이 생생하다. 한국에서 일하다 아내와 8년 만에 재회하며 생긴 생명이었기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걱정이 컸다. 어려운 형편에 잘 키울 수 있을지 막막했다. “네팔은 대다수가 소작농이에요. 90평 정도 논밭에서 농사를 짓는데, 수확하고 나면 6개월도 버티기 힘들어요. 부모님, 아내, 아들, 딸 그리고 저까지 여섯 식구가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어요. 어쩔 수 없이 다시 한국행을 택했죠.” 

2019년 2살 딸과 10살 아들을 아내와 부모님께 맡기고 입국했다. 2010년 한국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조선소, 자동차 부품공장, 원단 가공공장, 일용직까지 닥치는 대로 일했다. 코로나 시기에는 일자리 경쟁에 밀리고,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해 며칠 동안 배를 곯기도 했다. 몸은 고됐지만 가족과 함께 할 날만을 고대하며 견뎠다. 회식도 일절 하지 않았다. 이따금 아내가 보내주는 사진으로 자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삶의 가장 큰 낙이었다. 

상가 불빛이 꺼질 때 퇴근하고, 새벽 달빛 벗 삼아 출근한 지 몇 년이 흘렀을까. 어느덧 평범해져 버린 그의 일상이 한순간 부서졌다. 지난해 12월 17일, 주말 특근 준비에 한창이던 중 배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평소 장이 건강한 편이 아니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통증은 종일 계속됐고,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배를 움켜쥐고 쓰러진 그를 동료들이 번갈아 업어가며 병원에 데려갔다. 검사 결과 간 수치가 일반인의 40배가 넘는 것으로 측정됐다. 간경화 초기 증상도 나타나고 있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평소 술을 즐기지도 않고, 식사는 기껏해야 도시락이나 라면이 전부였다. 

담당 의사는 “더 늦게 알았으면 생명까지 위험할 뻔했다”며 “그동안 치료도 안 받고 어떻게 지냈냐”고 다그쳤다. 일전에 지역 병원을 수차례 찾았음에도 간 수치가 높다는 진단은 받은 적이 없었다. 신체에 다른 이상이 없었기에 안일했던 게 원인인 듯싶었다. 그렇다고 일을 쉴 수는 없었으나 의사의 강한 권유에 그대로 입원하고 한 달간 약물 치료를 진행했다. 간 수치가 어느 정도 낮아진 뒤에야 복통의 원인이었던 쓸개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입원이 길어지며 키란씨의 얼굴엔 깊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보험 처리가 불가능한 병원비만 1400여 만원. 당장 모으기 힘든 금액일 뿐더러 최소한의 생활비만 제외하고 그동안 월급을 고향에 보낸 탓에 수중엔 남은 돈이 없다. 고향 가족들은 아직 이 소식을 모른다. “차마 알리기에도 겁나요. 안 그래도 자식들에게 아버지는 없는 것과 다름없는데,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가 먼 타국에서 빚을 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할 수는 없어요.”

소식을 접한 동료 노동자들과 서울 네팔법당 주지 쿤상 스님이 모금을 진행하고 있으나 거액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키란씨가 고통을 딛고 일어나 가장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불자들의 자비 온정이 간절하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70-4707-1080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715호 / 2024년 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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