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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한 서사로 풀어쓴 선의 역사

  • 불서
  • 입력 2024.02.05 17:46
  • 수정 2024.02.05 17:47
  • 호수 1715
  • 댓글 0

에세이 선종사
보경 지음/불광출판사/3만원

선은 화엄과 더불어 한국불교의 근저에 자리하고 있다. 당나라 백장 스님이 훗날 가지산문을 개창한 도의 스님의 깨달음을 두고 “마조의 선맥이 모두 신라로 가는구나!”라고 경탄했듯 이후 선은 천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명안종사를 배출했다. 그러나 억불의 시대와 일제강점기에도 굳건했던 선은 아이러니하게 명상의 전성시대라는 현대에 이르러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문 닫는 시민선방이 늘더니 이제는 흔하던 선원장 초청 법회도 찾아보기 어렵다. 불교종립대학에서 선학 강좌를 찾기 힘들고, 선방에서조차 위빠사나 등 다른 수행을 하는 이들이 많다는 탄식이 나온 지 오래다. 원인이야 여럿이겠지만 선에 대한 이해 부족이 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에세이 선종사’는 불교와 선종사의 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집필됐다. 저자는 스무 살에 출가해 선방에서 10년간 정진한 선방 출신이다. 동시에 서울 법련사 주지와 보조사상연구원장을 역임하고 선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학승이다. 이 책은 선을 중심으로 하되 다루는 범위는 불교사 전반을 아우른다. 인도 고대사상과 불교철학에서 시작해 중국불교와 한국불교의 핵심을 꿰뚫는다. 지정학적으로는 인도→중국→한국으로 이어지는 ‘붓다 로드(Buddha road)’라 할 수 있으며, 시간적으로는 고대 중앙아시아 초원 유목민이었던 아리안들의 남하부터 인도 내에서의 불교사상의 형성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으로 넘어와서는 불경 번역의 역사를 중심으로 불교사에서 나타나는 불성 이해의 흐름과 선종사, 그중에서도 위앙종·임제종·조동종·운문종·법안종 등 오종가풍의 절정을 거쳐 고려 보조지눌 스님에 전해지기까지의 3000년이 넘는 ‘타임 로드(Time-road)’를 가로지른다.

저자가 중국문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중국 고대사를 시작으로 하는 역사와 사상의 흐름을 소개하고, 중국 전통의 현학과 유학을 정리한 점도 돋보인다. 무엇보다 선종이 오조가풍의 흐름 속에서 간화선의 화두법이 풍미하고 그 화두마저 조주의 무자화두(無字話頭)라는 백척간두에서 그 절정을 이루는 장대한 서사시로 이어지고 있음을 유려한 필체로 풀어낸다. 또 중관, 유식, 삼론, 천태, 밀교, 화엄 등 숱한 불교사의 흐름 속에서 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방법론이 분명해 참선의 실체화가 가능했다는 점을 꼽는 것도 흥미롭다. 간화선은 화두의 답어(答語)를 지니고 참구하는 것이라는 간화선의 정의는 선을 다음 단계로 끌어갔다는 것이다. 무자화두를 간화선의 정점으로 보는 저자는 무자가 단구로써 말의 번거로움을 물리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무는 중국의 노장사상과 위진 시기 현학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졌기에 중국인들에게는 공보다 더 피부에 와닿았던 배경도 덧붙인다.
이 책은 선의 근간과 맞닿아 있다. 선불교가 무엇인지, 왜 참선해야 하는지, 선의 요점과 깨달음은 무엇인지를 파악하려는 이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재형 대표 mitra@beopbo.com

[1715호 / 2024년 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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