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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최고 티베트 불교 역사서 우리말로 첫 완역

  • 불서
  • 입력 2024.02.05 17:52
  • 호수 1715
  • 댓글 0

바세 연구
조병활 지음/어의운하/240쪽/1만8000원

8세기 중후반 제작된 역사서…티베트 불교 전래 과정 등 담겨
신라 무상 스님 기록 확인…티베트판 돈점논쟁 ‘삼예종론’ 소개

티베트 불교 스승인 린포체들의 잇따른 방한과 달라이라마의 영향으로 국내에서 티베트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정작 티베트에 어떻게 불교가 전래되고, 발전돼 왔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티베트어가 난해한 데다 연구자들이 상대적으로 적어 티베트 불교사를 공부할 수 있는 서적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책은 현존 최고(最古)의 티베트 불교 역사서로 불리는 ‘바세’를 우리말로 완역하고, ‘바세’ 관련 연구논문 등을 묶은 연구서다. ‘바세’가 번역돼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세’는 티베트 제37대 짼뽀(왕에 대한 티베트식 칭호) 치데쭉땐과 제38대 짼뽀 치송데짼의 재위 기간인 8세기 중·후반에 있었던 불교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이 시기 티베트에 불교가 전파되는 과정, 삼예사 건립 등 티베트 불교의 태동과 발전 과정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특히 외래종교인 불교와 티베트 자생종교인 본교의 대립, 샨타락시타 스님과 파드마삼바바 스님이 티베트에 들어오는 과정, 티베트판 돈점논쟁으로 불리는 ‘삼예종론’의 전개와 결말 등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 이 때문에 ‘부똔불교사’ ‘붉은 역사(뎁테르말뽀)’ ‘왕조명경’ ‘두견가음’ ‘현자들의 즐거운 잔치(캐배가똔)’ 등 후대의 많은 티베트 역사서에 인용될 만큼 ‘바세’는 티베트 불교 역사서로서의 권위가 높다. 

그런가 하면 ‘바세’에는 신라 출신으로 조사선의 개조로 불리는 마조 스님의 스승으로 알려진 무상 스님에 대한 기록도 등장한다. 무상 스님에 대한 기록은 ‘역대법보기’ ‘송고승전’ ‘원각경대소석의초’ 등에서 발견됐지만, 티베트어로 기록된 역사서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무상 스님은 신라 성덕왕(702~737 재위)의 셋째 왕자로, 출가 후 당나라로 유학해 선법을 펼친 고승이다. 사천성 덕순사에서 오조 홍인대사의 십대 제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지선 스님의 법을 이은 처적 스님을 만나 인가받았으며, 뛰어난 수행력과 설법으로 사부대중으로부터 칭송받았던 스님이다. 또한 티베트에 처음으로 선을 전한 인물로도 알려지는 등 무상 스님은 중국불교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다. 

중국 북경대에서 철학박사, 중앙민족대학 티베트학연구원에서 티베트 불교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바세’에 관심을 갖고, 완역하겠다는 원력을 낸 것도 무상 스님에 대한 기록 때문이다. 저자가 ‘바세’를 처음 접한 것은 1997년 경이다. 인환 스님과 김지견 교수가 함께 펴낸 ‘신라불교연구’라는 책에 수록된 도쿄대 야마구찌 즈이호 교수의 ‘티베트 불교와 신라 김 화상’이라는 논문을 통해 8세기 중·후반 티베트 불교 역사를 기록한 ‘바세’라는 책이 있다는 것과 그 속에 신라인 김 화상, 즉 김무상 스님이 티베트 불교에 이바지했다는 기록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흥미로운 사실이었지만 국내에서 ‘바세’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다 2012년 중국 청해민족대학에서 유학하던 중 한 서점에서 우연히 티베트어판 ‘바세’를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티베트어가 실력이 부족한 탓에 어떤 내용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바세’는 필사본이 다양하고, 판본마다 일부 내용에 차이를 보였다. 때문에 무상 스님의 기록을 찾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이후 ‘바세’의 모든 필사본이 수록된 티베트어 책을 어렵게 구하고, 티베트 출신 교수의 도움으로 ‘바세’를 조금씩 해독해 나갔다. 4개월여 간의 탐독 끝에 원시 모본(母本)에 가장 가까운 책을 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필사본에서 ‘김 화상’이라는 단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바세’ 연구를 시작했다. 

2019년 국내로 돌아와 ‘초벌 번역’ 마쳤고, 성철사상연구원이 발행하는 월간 ‘고경’에 ‘바세’를 연재하면서 번역을 다듬어 나갔다. 그런 과정을 거쳐 ‘바세’를 처음 접한 지 25년여 만에 비로소 완역본을 출간할 수 있었다. 

‘바세’에는 ‘김 화상’으로 표기된 무상 스님이 티베트 사신을 만나 뛰어난 예지력으로 장차 티베트 불교가 크게 흥할 것임을 예언하는 장면이 나온다. 무상 스님의 이 같은 예언은 당시 토착 종교인 본교에 탄압받던 티베트인들이 불교에 귀의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됐고, 궁극적으로 티베트에서 불교가 민중의 종교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티베트 불교의 첫 사원으로 티베트판 돈점논쟁으로 불리는 ‘삼예종론’이 펼쳐졌던 삼예사 전경. [어의운하]
티베트 불교의 첫 사원으로 티베트판 돈점논쟁으로 불리는 ‘삼예종론’이 펼쳐졌던 삼예사 전경. [어의운하]

또한 ‘바세’에는 티베트 최초의 불교사원인 삼예사에 벌어진 교리논쟁인 ‘삼예종론’의 과정도 상세히 기술돼 있다. ‘삼예종론’은 돈황 출신으로 북종계의 영향을 받은 선승 마하연 스님과 인도에서 온 까말라씰라 스님이 792~794년 삼예사에 교리를 두고 논쟁을 펼친 것으로, 티베트판 ‘돈점 논쟁’으로 해석하는 학자들도 있다. 

저자는 “한국불교에서 다소 생소한 티베트 불교 역사서 ‘바세’는 티베트 불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신라 무상 스님의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티베트 불교의 전파 및 발전과정, 삼예종론의 배경과 전개과정, 고대 티베트인들의 문화 등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며 “바세를 통해 티베트 불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권오영 전문위원 oyemc@beopbo.com

[1715호 / 2024년 2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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