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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는 왜 삭발하지 않은 모습으로 표현될까

  • 교학
  • 입력 2024.02.07 16:57
  • 수정 2024.02.07 18:41
  • 호수 1716
  • 댓글 3

이주형 서울대 교수, 인도불교 초기 불상 머리 다각적 분석
“최초 불상, 상투 특징 지닌 보살상…붓다상에 상투 계승돼”

1세기경 조성된 '보살과 브라흐마인드라'(베를린 아시아미술관 소장) 도상에서 볼  수 있듯, 인도불교 초기 불상은 '보살'이라 불리는 '보살상'이였다. [이주형 교수]
1세기경 조성된 '보살과 브라흐마인드라'(베를린 아시아미술관 소장) 도상에서 볼  수 있듯, 인도불교 초기 불상은 '보살'이라 불리는 '보살상'이였다. [이주형 교수]

붓다 당시부터 출가자들이 승가의 일원이 되려면 삭발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 팔리어 경전인 맛지마 니까야에서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의 옷을 입고 집으로부터 집 없는 유행(遊行)의 길을 간다”는 구절이 반복해서 나온다. 그러나 붓다는 삭발염의한 출가자임에도 불구하고 인도불교 초기 조성된 불상의 대부분 삭발하지 않은 모습이다. 자칫 모순으로 비춰질 수 있는 이러한 상황은 세계 불교학계에서도 오랫동안 의문으로 남아 있었다. 이런 가운데 부처님이 왜 삭발하지 않은 모습으로 조성됐는지를 다각적으로 조명한 논문이 나왔다.

이주형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불교학연구’ 제76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삭발하지 않은 인도불교 초기 불상의 머리 조형에 관해 치밀하게 분석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최초의 불상은 사실 붓다가 아니라 보살, 즉 깨달음을 얻기 전의 모습이다. 기원후 1세기 경 조성된 초기 불상에서 마투라의 카파르딘 형식은 ‘보살’이라 불렸고, 스와트 초기 형식도 보살을 나타냈다. 이 상들은 승복이라 볼 수 없는 복장을 갖춘 점에서 불상과 뚜렷이 구별되며, 무불상시대를 지나 본격적으로 불상을 조성하기에 앞서 일종의 조심스러운 예비 단계로서 보살상이 먼저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 설일체유부의 ‘십송율’에서 “불상을 조성할 수 없다면 보살상을 조성해도 괜찮으냐?”는 급고독장자의 간곡한 물음에 붓다가 허락했다는 서술과 대중부의 ‘마하승기율’에서도 보살상의 언급을 통해 불상은 없었으나 보살상은 숭상되던 시대를 반영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상투 머리의 붓다와 주변 제자들의 모습으로 조성된 '붓다와 제자들'(2세기, 라호르박물관 소장). [이주형 교수]
상투 머리의 붓다와 주변 제자들의 모습으로 조성된 '붓다와 제자들'(2세기, 라호르박물관 소장). [이주형 교수]

이 교수는 기원후 1세기 후반이나 2세기 초부터는 ‘보살상의 시대’를 거쳐 불상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판단했다. 간다라에서는 1세기 후반부터 조성된 불상에서, 마투라에서는 2세기 말의 상들에서 ‘붓다’라 이름 새겨진 도상이 나타난다. 이들 불상은 모두 승복을 입고 있다. 불상이 조성되면서 복장은 당시 승려 복장으로 변화했지만 머리 모양은 그대로 유지된 이유에 대해 △불상과 이전 보살상 사이에 연속성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 △머리카락이 지니는 심미적인 특성 △역사상 여러 문명에서 머리카락을 상서로운 힘의 상징으로 보았듯 붓다의 삭발한 머리가 힘이나 권위의 결여로 볼 수 있다는 우려 △도상에서 붓다와 제자들을 구별하게 해주는 이점 등을 구체적인 이유로 제시했다.

그는 ‘보살상의 시대’ 이후 등장한 불상에 정수리가 솟아있는 형태에도 주목했다. 즉 간다라 불상에서는 붓다가 머리카락을 잘랐다는 점을 의식해 2세기 경 불상에서 상투만 잘라서 표현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쿠샨왕조의 카니슈카의 금화 등에 등장하는 붓다의 머리 모양은 상투 부분에 작고 동그란 알갱이로 조성됐다. 이는 상투 부분의 머리카락을 자르자 그 자리에 남은 짧은 곱슬머리 덩어리들을 나타내며, 완전한 삭발은 아니라도 부분적으로 머리카락을 자른 모습을 표현했다. 마투라에서는 3세기 중엽부터 불상의 머리카락이 머리 전체를 덮는 나발의 형태로 바뀌는데 정수리가 역시 솟아있다. 이는 이 시대에서 이미 붓다의 32가지 신체적 특성 가운데 머리 모양의 특징인 ‘우슈니샤(uṣṇῑṣa)’가 정수리가 솟은 모양으로 이해한 것이다.

머리 전체가 나발로 덮여있는 불상 '붓다'(3세기 후반, 페샤와르박물관). [이주형 교수]
머리 전체가 나발로 덮여있는 불상 '붓다'(3세기 후반, 페샤와르박물관). [이주형 교수]

또 불상의 머리가 소라모양의 나발로 표현된 것에 대해서는 지중해 세계의 미술에서 유래한 곱슬머리가 단순화된 형상이라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나발’의 형태는 지중해 세계에서 머리카락 끝 혹은 전체를 땋는 방식이 고대 그리스의 아카익기부터 로마 제정기까지 나타나며 머리 전체를 곱슬머리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형태가 인도 불상에서 변형된 형태로 수용됐다. 법장부, 설일체유부, 상좌부의 율에서도 삭발 뒤 두 달까지 기르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 점도 감안함에 따라 불상 머리카락이 나발 정도의 길이라 해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주형 교수는 “불상의 나발 형태는 지중해 세계 등 서방에서 먼저 나타났지만 인도에서 불상의 머리 모양에 활용되면서 3세기를 기점으로 확립되기 시작했다”며 “붓다에게 거의 신적인 권위가 부여되기 시작하면서 붓다가 삭발한 일반 스님과 다르게 표현돼도 무방하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습적으로 사용해오던 불상 머리의 나발 표현은 이후 인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등 불교권 전역에서 우슈니샤와 더불어 불상의 조형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특징으로 자리잡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지윤 기자yur1@beopbo.com

[1716호 / 2024년 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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