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날 탈 脫’은 냉담하기만 한 핵개인 시대에 ‘너와 나는 같지 않지만 다르지도 않다’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입니다. 관객 모두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의 것을 찾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단편영화 ‘탈날 탈’ ‘솧’으로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서보형 감독의 장편 데뷔작 ‘벗어날 탈 脫’이 2월 21일 관객들을 찾아간다. ‘벗어날 탈 脫’은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제2회 세계일화국제불교영화제에 초청되며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벗어날 탈 脫’은 죽기 전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영목’과 작품을 위해 영감을 기다리는 ‘지우’ 앞에 드러난 미스테리한 번뇌의 순간을 담은 비주얼 서스펜스다. 특히 서보형 감독이 깨달음을 체험하고자 매일 108배와 명상을 하던 시기 우연히 체험한 오묘한 순간을 영화적 언어로 펼쳐낸 작품이다.
서보형 감독은 “프랑스 유학 시절 ‘반야심경’을 접하고 크게 감복했다. 특히 ‘괴로움도 없고 괴로움의 원인도 없고 괴로움의 원인, 소멸에 이르는 길도 없으며…’ 이 구절이 크게 다가왔다”며 “명상센터를 찾아 화두를 붙잡고 명상과 108배에 몰두했으나 아무리해도 깨달음을 얻지 못해 몇 년을 괴로워하다 경계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말할 수도 표현할 수도 없는 이 것을 영화로 풀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같은 장소, 다른 시간대에 있는 남녀의 이야기를 교차로 보여준다. 주인공인 ‘영목’은 죽음을 느끼고 깨달음을 얻고자 모든 관계를 끊고 108배와 좌선에만 매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영목의 눈에는 알 수 없는 환영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우’는 끝나는 것이 두려워 엔딩에 이르기 직전의 순간만을 그리는 미술 작가다. 전시를 앞두고 새로운 영감을 찾는 ‘지우’에게 한 남자의 잔상이 떠오른다. 서보형 감독은 서사 구조에 4:3 화면비의 회화적 미장센과 감각적인 연출을 녹여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일정한 리듬으로 인물들의 감정과 주제를 선명하게 전달한다.
서 감독은 “선문답의 화두를 던지고, 꽃을 건드리는 것에서 새가 날아가기까지의 장면 등을 통해 부처님 연기설도 구현하고 있다. 불자들이 영화 ‘벗어날 탈 脫’을 본다면 곳곳에 있는 요소요소가 흥미롭게 다가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각자만의 구도(求道)를 찾는 ‘영목’과 ‘지우’를 통해 ‘불일불이(不一不二)’ 즉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신선하고 독특한 영상언어가 낯설 수 있겠지만 감각적인 체험으로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그리고 영화가 주는 이미지와 사운드에 오롯이 집중해 영화에 담긴 철학을 사유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랍니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716호 / 2024년 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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