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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국민 안전 위해 존재하는 것

  • 사설
  • 입력 2024.02.13 11:27
  • 호수 1716
  • 댓글 2

세월호·이태원 철저 진상규명
대형참사 재발방지 ‘첫걸음’

축소·왜곡 행보 서슴지 않으면 
안전대책 개선 의지 없음 자인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4·16세월호참사 10주기위원회 공동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유가족의 아픔과 슬픔을 덜어내는 데 함께 하겠다”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세월호참사는 물론 이태원참사 등과 같은 사회적 대형 참사 사건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교계 나름의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어서 주목된다.

세월호참사 유가족은 “아이들은 돌아오지 못하고 바닷속에 있었지만, 전국의 스님들이 밤낮으로 기도해 주셔서 위안을 받았다”며 지난 10년 동안 아이들의 넋과 가족을 위로해 해 준 교계에 깊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 세월호참사 발생 다음 날부터 전국의 교구본사는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 실종자 무사귀환 기도’를 봉행했다. 진도 팽목항·안산 임시 합동 분향소에 임시 법당을 마련한 사부대중은 유가족의 곁을 지키며 무사귀환을 간절하게 염원했다. 아울러 추모 문화재를 비롯해 49재·100일 위령재·수륙재·1주기 추모재를 봉행했다. 

각계의 전문가들이 짚었듯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참사는 선박이 침몰한 ‘사고’이자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사건’이 아닌 ‘사고’로 축소·왜곡시키려 했다. ‘세월호 담화문’이 반증한다.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 해경은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사고 직후에 즉각적이고 적극적으로 인명 구조 활동을 펼쳤다면, 희생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 국민여러분,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의 직무유기와 업체의 무리한 증축과 과적 등 비정상적인 사익 추구였습니다.’ 

규제 완화, 안전관리 부실, 비상식적 이익 추구 등은 사고를 발생시킨 간접 원인은 될 수 있어도 대형 참사 사건으로 이어지는 직접 원인은 될 수 없다. 컨트롤타워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한 중앙정부의 잘못이 가장 컸기 때문이다. 다소 늦었더라도 당시 정부가 집권 세력의 안위가 아닌 국민의 안전에 무게를 두었다면 진상규명은 물론 심도 있는 대책도 논의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침몰의 직접적인 원인, 정부의 구조책임 방기 이유, 대통령과 청와대 등의 국가 컨트롤타워 부작동, 진실 은폐와 조사 방해, 피해자와 국민을 상대로 한 사찰 등은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국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다. 물론 국가가 모든 사고의 발생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참사 사고의 진상만큼은 신속·정확하게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재발방지와 안전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위해 꼭 필요하며 이것은 국민 신뢰와 직결된다. 

윤석열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가던 길을 그대로 가는 듯해 심히 우려스럽다. 이태원참사 유가족과는 대면조차 하지 않은 채 진상규명이 끝났다고 말하는 윤 대통령은 최근 진상을 규명하자는 특별법에는 거부권을 행사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추가적 조사를 위한 별도의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희생자와 유가족, 국민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태원참사특별법안은 유가족 뜻과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과반 이상의 찬성에 따라 적법하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이다. 

세월호참사에 대한 진상이 철저하게 규명되었다면 159명이 목숨을 잃는 이태원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태원참사에 대한 진상이 규명되지 않으면 또 다른 대형 참사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고는 세월호 참사 보고 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한 기무사 전 간부 등도 설 명절 특사로 사면했다. 진상규명에 소극적이거나 피해 결과를 왜곡·은폐하는 정부는 안전대책과 제도개선을 위한 의지가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만난 자리에서 김종기 운영위원장은 “저희는 모두가 안전하게 살 권리를 제도적으로 확립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하게 살 권리를 제도적으로 확립하는 건 우리의 일이기도 하다.

[1716호 / 2024년 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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