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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육, 거리낌 없이 즐겨도 되나

콩으로 만든 계란까지 나왔다. 일반 계란보다 가격이 30~40% 저렴하기까지 하다. 바야흐로 대체육 시대가 열린 셈이다. 고기와 유사한 맛과 질감을 제공하는 대체육. 흔히 콩고기로 대표되는 ‘인조고기’는 축산업과 비교해 환경친화적이란 점에서 미래 식품산업의 주연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타트업 대기업 가리지 않고 모두 뛰어들며 대체육 시장은 점점 커졌고, 앞으로도 활용도는 점점 더 높아질 전망이다. 채식문화를 지향해온 불교계로서는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고기 대신 ‘고기를 흉내낸 음식’을 먹는 행위에 대해서는 재고해봐야 한다.

불교의 대체육 문화는 6세기경 중국 양무제가 대승경전을 근거로 ‘단주육문(斷酒肉文)’을 반포하면서 본격화됐다. 스님뿐 아니라 모든 백성에게 음주와 육식을 금하는 칙령으로, ‘육식은 그 자체로 곧 살생’이라는 윤리적 판단이 전제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고기를 끊는 게 가능했을 리 만무하다. 백성들은 버섯이나 콩으로 고기와 비슷한 모양과 식감을 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미 익숙해진 식습관을 고치지 못하니 흉내라도 낸 것이다. 고기를 얻기 위해 살생을 한 것이 아니기에 문제없이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결국은 고기의 맛을 포기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불교는 외적인 변화와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종교가 아니다. 내면의 성찰에 기반한 모든 만물에 대한 연민과 이해를 바탕으로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노력도 동시에 중요시한다. 부처님을 닮고자 노력하며 스스로 부처의 경지를 이루고자 정진한다. 바꿔 말하면 전문가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하는 초보자와 다르지 않다. 머리와 몸이 자동으로 반응하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기 위해선 수년간 스스로를 갈고 닦으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야 한다. 그 노력 끝에 다른 사람이 가지지 못한 지혜와 자비를 지님으로써 자연스레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기의 맛을 잊지 못해 그 모양과 맛을 흉내 낸 음식을 즐기는 행위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생명을 해치지 않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명을 해치지 않고도 고기를 얻을 수 있게 된 놀라운 세상이더라도 ‘고기맛에 집착하는 마음’ 또한 궁극적으로는 넘어서야 할 과제다.

부처님은 일체중생실유불성(一切衆生悉有佛性)을 강조했다. 비록 초기불교에서는 ‘자신을 위해서 죽인 것을 목격하지 않은 고기’ ‘자신을 위해 죽였다는 말을 듣지 않은 고기’ ‘자신을 위해서 죽인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지 않는 고기’인 삼종정육(三種淨肉)의 섭취를 허용했더라도 그것은 탁발로 얻는 음식에 대해 좋고 나쁨의 마음을 내지 말 것, 즉 집착하는 마음 없이 공양받으라는 의도가 근저에 깔려있다. 물론 콩고기 치킨, 콩고기 스테이크와 같은 시도는 시대적 관점에서 찬사받아 마땅하다. 좋은 포교 전략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교는 그 너머까지 얘기해야 한다. 
 

부처님이 중생들 각자 근기에 맞는 처방을 내린 것처럼, 대체육은 ‘생명존중’의 이치를 제대로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육식을 끊는 과정의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담배를 끊기 위해 금연초를 피우듯 말이다. 하지만 대체육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또다른 환경오염과 인체에 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대체육이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 없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고민규 기자 mingg@beopbo.com

[1716호 / 2024년 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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