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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심리학자가 전망한 불교심리학의 가능성

  • 불서
  • 입력 2024.02.13 14:58
  • 수정 2024.02.13 14:59
  • 호수 1716
  • 댓글 0

불교심리학의 새로운 지평
모리츠 키 편집/이성동·김태수 옮김/운주사/932쪽/5만5000원

각 분야 전문가 20명, 불교·현대심리학 융합한 연구 성과물 엮어
불교심리학 현실 적용 방법 제시…현대인 마음 안정 추구에 도움

명상을 통해 고통의 문제에 접근하는 불교와 심리학이 융합된 불교심리학이 응용심리학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법보신문 DB]
명상을 통해 고통의 문제에 접근하는 불교와 심리학이 융합된 불교심리학이 응용심리학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법보신문 DB]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현대인들이 얼마나 될까? 경제성장으로 물질적으로는 풍족하지만, 현대인들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우울증 환자가 넘쳐나고 해마다 증가하는 자살률을 보면 현대인들이 정신적으로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현대인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 문제는 이 시대가 풀어야 할 화두가 되고 있다. 

불교는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을 목표로 한다. 2600년 전 붓다는 인간의 고통 문제에 천착해 깊은 사유를 통해 그 원인과 해법을 제시했다. 특히 인간의 몸과 마음에 대한 정치(精緻)하고 뛰어난 통찰을 통해 고통의 원인을 분석해 냈다. 이는 서구에서 출발한 심리학이 관심을 갖는 대목이다. 서양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행동, 정서, 인지의 형성과 발달을 해명하는 원천이 불교에 담겨 있다고 본다. 이러한 요소는 실제 다양한 심리학 이론과 실천으로 수렴되고 있다. 이른바 ‘불교심리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생겨난 배경이기도 하다. 

책은 전통적인 불교명상과 불교심리학을 현대의 심리학 이론 및 실천과 융합해 불교심리학의 새로운 전망과 혁신적인 관점을 제시한 연구서다. 불교 명상과 연구를 통해 치료와 변화의 과정을 경험한 상좌부·아비달마·대승불교 전문가들과 임상의사, 심리학자, 정신의학자, 명상코치, 교육자 등 20여 명의 각 분야 최고 권위자들이 불교심리학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고, 연구한 결과물들을 모은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구성주의 심리학에 기반한 접근방식인 ‘관계 불교’라는 실천적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경전에 나타난 심리학적 요소를 부각하고, 아비달마 기초 심리학에 근거한 개념을 사용해 불교심리학을 심화시켰다. 불교심리학은 붓다를 마법의 기적을 행하는 전지전능한 구세주로 보지 않는다. 사후세계의 낙원이나 천국을 약속하는 갈망적 투사(craving projections)도 배제한다. 

2600년에 걸친 불교심리학의 역사에서 ‘새로운’ 불교심리학은 ‘초월적 진리’를 폐기하고 사회적 구성을 포용하는, 몸과 말과 마음이 통합된 사회-임상-신경 심리학이다. 이것은 불교가 종교라는 틀에서 벗어난 중요한 움직임이며, 21세기 올바른 다르마를 전파하기 위한 효율적 수단으로 심리학을 포함하는 패러다임의 변화이다. 

이를 위해 저자들은 ‘구’ 불교심리학과 ‘새로운’ 불교심리학 사이의 공통점과 유사점, 차이점을 확인하고 붓다의 가르침에 따라 관계적 방식으로 일상의 실존적 괴로움을 다루기 위한 포괄적인 로드맵을 제시한다. 그 정점은 ‘관계 불교’라는 해석이다. 

저자들은 ‘중도’를 통해 마음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실존적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인 사성제와 팔정도, 연기론 등을 ‘관계적 심리학’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붓다의 가르침을 심리적 통찰에 기반한 생활방식, 또는 심리학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먼저 불교의 핵심개념과 원리를 통해 불교심리학의 기반을 형성하고, 현대심리학의 이론과 방법론을 활용해 불교심리학을 해석하면서 두 분야의 상호보완성을 탐구한다. 이어 내면의 평화와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명상과 마음 훈련을 강조하고, 실천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또한 자아 개념의 변화와 자아의 본질에 대한 고찰을 다루고, 이를 통해 개인의 성장과 변화를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불교심리학을 일상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체적인 지침을 제시한다. 

이 책은 불교심리학의 원칙과 기술을 현실에서 적용하는 방법을 제시해 불교와 심리학 간의 유익한 교차점을 탐구하고, 개인의 정신적인 성장과 평화를 추구하는데 도움을 주는 현대적인 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저자들이 주창하는 사회구성주의 메타심리학은 ‘비아(非我)’와 ‘공성(空性)’을 전제로 ‘관계적 존재(Relational Being)’를 지향하는 심리이론이다. ‘공’은 목표 자체가 아니라 자기를 비우고 조화롭게 관계를 맺기 위한 자비와 보살피기, 그래서 유의미한 행동 가능성에 대한 리셋 지점이다. 따라서 다르마는 종교와 형이상학의 영역에서 벗어나 관계의 심리학으로 전환되며, 불교심리학은 현대 응용심리학의 하나로 설명될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학문적인 뒷받침과 다양한 이론과의 결합으로 불교심리학, 나아가 심리학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권오영 전문위원 oyemc@beopbo.com

[1716호 / 2024년 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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