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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법, 전국 사찰로의 확대 기대

  • 사설
  • 입력 2024.02.19 13:03
  • 호수 1717
  • 댓글 0

영평사 환성 스님 원력 기인
세종시 무형문화재로 ‘지정’

업장소멸·길상지혜 성취 위한
전통 불교 의례이자 ‘수행법’

‘불교낙화법보존회’가 보존·계승해 온 ‘낙화법(落火法)’이 세종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이전까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낙화법은 경남 함안 낙화놀이(2008)와 전북 무주 안성 낙화놀이(2016) 2건이 전부인데 사찰의 낙화법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불교낙화법보존회(대표 환성 스님)’도 세종 불교 낙화법 보유단체로 인정됐다. 원형대로 구현할 수 있는 전승 능력과 의지, 기량을 인정받은 것이다.

‘낙화법’은 환성 스님의 원력에 의해 발굴·계승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양에서 넘어온 노스님이라 하여 별명 붙은 ‘평양 노장’ 스님을 환성 스님이 처음 만난 건 서산 부석사에서 정진할 때다.(1975) ‘평양 노장’ 스님은 평소 친분 있던 환성 스님에게 5종의 다라니를 편집한 ‘오대진언집(五大眞言集)’을 전해 주었다. 스님들에게 진언이란 낯선 게 아니어서 간과했을 법도 한데 환성 스님은 그 진언집을 유심히 살폈다. 

그 결과 다라니가 쓰여 있지 않은 공란에 친필 묵서로 쓴 예사롭지 않은 내용을 발견했다. ‘낙화법. 탄·소곰·향’ 숯과 소금, 향을 태워 불꽃을 떨어뜨리는 ‘불꽃놀이’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정구업진언, 오방진언, 개경게, 정법계진언, 계수연화태장교, 수구대명왕진언, 육자진언, 소재진언 등도 적혀있었다. 이 모든 게 낙화법 실행을 위한 절차임을 환성 스님은 직감했다. 

정법계진언은 특정 공간을 청정한 법계로 바꾸는 진언이다. 대수구대명왕대다라니는 낙화법을 실행하는 데 있어 핵심 진언이라 할만하다. 일체여래를 비롯해 불·보살과 삼보에 귀의하는 것은 물론 재앙과 재난을 소멸하고 일체여래로부터 관정을 받는다. 또한 원수와 적을 조복하고, 번영을 성취하는 진언 등도 포함하고 있다. 소재(消災) 의식에서 염송했을 육자진언은 모든 업장을 소멸시키고 공덕을 얻게 한다. 민간에서 행하는 불꽃놀이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절차들이다.

10여 년 전부터 공주 영평사에서 낙화법을 시연해 온 환성 스님은 낙화법을 연구하는 학계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태경 스님(동국대 철학박사)과 강향숙(동국대 철학박사) 박사는 오랜 연구 끝에 공저 ‘불교의례 낙화법의 기원과 형성 과정’을 내놓았다.(2021) 이 책을 통해 낙화법은 완벽에 가깝게 규명됐다. 불교 수행법의 하나이며, 불(火)을 이용한 관법이고, 한국에만 있는 불교의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울러 낙화법의 소의경전은 ‘수구즉득다라니’이며 연등회의 폭죽놀이를 변용시킨 불교의례임도 밝혀냈다.

이 책에서는 낙화법의 의미를 이렇게 피력하고 있다. ‘떨어지는 불빛은 불빛 그 자체가 불(佛)의 광명이자 위신력이 있기 때문에 의식에 참여하여 그 불빛을 바라보고 수구즉득다라니를 독송하는 것만으로도 고통과 재난을 없애 길상과 지혜를 성취하도록 도와준다. 결국 모든 길상을 성취하고 불(佛)의 지혜 광명으로 세상을 밝게 비추는 자비를 실현하는 데 있다.’ 사찰에서 행한 낙화는 단순히 즐기는 놀이가 아니었으며 경전에 근거한 수행법이자 신앙 의례였음을 의미한다.

아름답게 떨어지는 불꽃을 보는 자체가 수행이라는 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누군가는 업장 소멸을 위해 다라니 독송에 정성을 다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조금이라도 더 심성을 맑혀보려 불꽃에 초점을 맞춘 채 관법을 행할 것이다. 독송과 관법을 하지 않아도 문제 될 게 없다. 낙화가 자아내는 황홀한 광경 에 젖어 있는 것만으로도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온 누리에 퍼지기를 기원하는 것 아닌가. 

일제강점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낙화법은 단절 없이 이어져 왔던 것으로 확인된다. 아쉽게도 한국전쟁 등의 혼란한 상황에서 낙화법은 서서히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인다. 명맥이 완전히 끊긴 줄로만 알았던 낙화법이 세종 영평사의 환성 스님에 의해 발굴되고 보존된 사실은 실로 크나큰 다행히 아닐 수 없다. 정월 대보름이나 사월초파일을 전후로 많은 사찰에서 낙화법이 봉행 되기를 기대한다. 관화 요소가 퇴색되고 관등이 부각 된 연등회를 고려하면 낙화법 봉행은 더욱 의미 깊다. 더욱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불교의례 아닌가.

[1717호 / 2024년 2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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