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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암에서 본래 밝은 마음의 달을 찾다

  • 라이프
  • 입력 2024.02.21 16:43
  • 수정 2024.02.21 16:48
  • 호수 1718
  • 댓글 0

33기도순례단, 서산 간월암에서 제10차 기도정진
물고기 방생하며 업장소멸 기원하고 생명존중 발원

 33기도순례단은 간월암 바닷길에서 업장소멸과 생명존중을 발원하며 방생법회를 봉행했다.
 33기도순례단은 간월암 바닷길에서 업장소멸과 생명존중을 발원하며 방생법회를 봉행했다.

“삼계중생의 모든 괴로움을 없애주시려고 서원하사, 삼아승지겁의 수행 끝에 팔만사천의 마군을 항복 받으시고 보리수 밑에서 성불하옵신 본사 석가모니 부처님이시여.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저희들은 여러 겁 동안에 지은 업장을 조금이라도 소멸하고자, 무참히 죽어가는 약간의 미물들을 놓아서 살려주는 법요를 봉행하오니, 굽어 감응하여 주옵소서.”

서산 간월암 앞 바닷길에 선 33기도순례단은 여러 겁 동안 지은 업장의 소멸을 서원하고, 무참히 죽어가는 미물들이 살아나길 발원하며 부처님을 향해 손을 모았다. 

그리고 “미물들아, 들어라.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부처님의 비밀신주를 풍송하여 여러 생의 죄업을 참회해 주리니, 다시는 죄업을 짓지 말고 모두가 이고득락하라. 미물들아, 들어라. 이제 바야흐로 너희들을 풀어주노니 오늘 맺은 불종자(佛種子)를 마음속에 깊이 새겨 다시는 질곡에 걸리지 말고, 이 목숨 마친 뒤에 극락세계 아미타불 곁에 상품상생하여지라.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전국 기도성지를 찾아 정진하는 33기도순례단은 2월 17일 서산 간월암에서 제10차 기도정진을 이어갔다. 서울과 용인에서 각기 출발한 순례단은 다른 때와 다르게 이날 간월암 앞 바닷길에서 개개인이 여러 겁 동안 지어온 업장을 소멸하고 그동안 알게 모르게 지어온 죄를 참회하는 물고기 방생으로 기도정진을 시작했다.
 

순례단은 간월암 법당에서 “관세음보살”을 칭명하며 각자의 서원 성취를 기원했다.
순례단은 간월암 법당에서 “관세음보살”을 칭명하며 각자의 서원 성취를 기원했다.

순례단의 간절한 염원과 함께 작은 수조에 갇혀 살던 물고기들이 고향과도 같은 너른 바다로 향하는 모습은 자유를 갈망하는 모든 이들이 속박에서 벗어남을 대변이라도 하듯 거침없고 여유로웠다. 물고기 방생으로 생명의 존귀함을 다시한번 마음에 새긴 순례단은 간월암 법당으로 자리를 옮겨 각자의 서원을 담아 “관세음보살”을 칭명하며 간절하게 기도를 이어갔다.

간월암은 조선 초 무학대사가 창건한 도량으로 고려 말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수행 중에 달을 보고 홀연히 도를 깨우쳤다 하여 암자 이름을 간월암(看月庵)이라 지었고, 섬 이름도 간월도라고 하게 되었다. 또한 밀물이 들어오면 물 위에 떠 있는 연꽃과 같다고 해서 연화대(蓮花臺)라는 이름이 붙어있기도 하다. 

무학대사는 간월암을 떠나면서 짚고 다니던 주장자를 뜰에 꽃으며 “지팡이에 잎이 피어나 나무가 되어 자랄 것인데 그 나무가 말라 죽으면 나라가 쇠망할 것이요, 죽었던 나무에서 다시 잎이 피면 국운이 돌아올 것”이라 예언했다. 그리고 긴 세월이 흘러 만공 스님이 죽었던 나무가 다시 살아났다는 소문을 듣고 간월암을 찾았을 때 귀목나무에서 새파란 잎이 돋아나 있는 것을 보고 중창기도를 시작하여 1941년 마침내 간월암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이후 만공 스님이 1942년 8월부터 1945년 8월까지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나길 기원하며 1000일 기도를 이어갔고, 1000일 기도 회향 사흘 후에 독립을 맞이하면서 기도 도량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또한 만공 스님의 중창 불사 후 벽초, 서해, 진암, 경봉, 춘성, 효봉, 금오, 성철 스님 등 기라성 같은 당대 선지식들이 간월암에 수행의 족적(足跡)을 남기기도 했다.
 

33기도순례단장 석중 스님은 본래 밝은 마음을 밝혀 마음의 달을 찾을 것을 당부했다.
33기도순례단장 석중 스님은 본래 밝은 마음을 밝혀 마음의 달을 찾을 것을 당부했다.

33기도순례단 지도법사 석중 스님은 “간월암을 일러 달을 보는 도량이라고 하는데, 그 달은 바로 우리의 마음이며 이미 모두 갖추고 있는 밝은 심성을 통해 마음의 달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오늘 방생을 하면서 생명을 살린 공덕으로 소원을 성취하길 기원한다”고 축원했다.

올해 85세 고령의 서은숙 불자는 “함께 사찰을 순례하며 기도할 때마다 마음이 밝아지고 기운을 얻게 된다”며 33기도순례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는 삶도 배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종교가 다름에도 지인과 함께 33기도순례에 참여하고 있는 공갑례 씨는 “종교를 떠나 사찰을 탐방하고 절에 다니는 자체로 좋다. 기도시간에는 나 역시 함께 같은 자리에서 나만의 기도를 하면서 나와 남의 행복을 기원한다”고 종교와 무관하게 33기도순례에 참여하는 마음을 전했다.
 

순례단이 간월암 기도를 마치고 자리를 함께 했다.
순례단이 간월암 기도를 마치고 자리를 함께 했다.

무학대사가 창건하고 수행한 이래 만공 스님이 중창해 오늘에 이르는 동안 민족의 수난사를 함께 겪었던 간월암에서 각자의 원을 세워 기도하고, 방생으로 생명의 존귀함을 아로새긴 순례단은 수덕사 참배에 나섰다.

수덕사는 백제 후기 숭제법사가 처음 짓고 고려 공민왕 때 나옹 스님이 중건한 도량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 충렬왕 34년(1308)에 지은 대웅전(국보 제49호)과 보물 제1263호 수덕사노사나불괘불탱, 보물 제1381호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및 복장유물 등의 성보문화재가 불교 문화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도량이다. 

순례단은 문화해설사들의 설명을 들으며 일주문에서 금강문, 사천왕문, 황하정루, 대웅전으로 이어지는 동선을 따라 천년 고찰 수덕사를 참배했다. 그리고 비구니 참선도량 견성암을 비롯해 비구니 일엽 스님의 지인인 서양화가 나혜석이 머물던 수덕여관 등 수덕사와 비구니 스님들의 과거 인연사를 들으며 발심 출가와 수행이 얼마나 고귀하고 존엄한 일인지를 다시한번 새기며 순례를 마쳤다.
 

순례단은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천년고찰 수덕사를 참배했다.

한편 33기도순례단은 매월 2주 토요일 전국 기도성지를 찾아 진행하던 순례를 3월부터 매월 3주 토요일로 변경해 진행한다. 제11차 순례는 3월 16일 울진 불영사에서 진행한다. 02)743-1080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718호 / 2024년 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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