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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시대 불교계

기자명 김순석

8년 전 우리나라 바둑계 국수 가운데 한 사람이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바둑 대국을 펼쳤던 것을 기억한다.

 결과는 국수의 참패였지만 이 세기의 대결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로 큰 관심을 받았다. 이는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공지능은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되어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수술도 하고 있다. 나아가 인간이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생명의 탄생 영역까지 확장하여 생명을 복제해 낼 수 있게 됨으로써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종교계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시점에서 불교계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교리적 측면에서 과학의 발달과 불교 교리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상적인 측면에서 승려 수의 감소와 늘어나는 빈 사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먼저 과학과 불교의 양립 문제인데 이 문제는 사실 크게 걱정할 것이 못 된다. 왜냐하면 과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불교 교리의 진실성이 드러나기 때문에 다른 종교와의 차별성이 부각되어 오히려 옥석을 가릴 수 있다. 불교는 우주의 무한성을 인정하고 기존 물리학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 원자의 내부 구조와 원자보다 작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설명하는 양자역학의 이론마저도 이미 오래전에 경전에서 설명해 놓았다. 공이라는 개념은 ‘존재한다’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공존하는 개념이다. 모든 존재가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연기론은 현대 물리학에서 말하는 ‘연결 이론’과 유사하다.

그렇다면 불교 교리는 다른 종교와 달리 과학이 발전할수록 그 진가를 발휘하기 때문에 21세기 포교에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일까? 그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불교는 과학적이지만 사람들은 종교 자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학이 인간 영역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종교가 우주의 탄생과 천체의 움직임을 설명했지만, 현대에는 과학적 연구를 통해 우주의 탄생과 천체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때문에 진위가 분명하게 가려진다. 대표적인 예로 빅뱅 이론과 태양계의 형성 과정 등을 들 수 있다. 종교는 자연을 보호하고 환경을 지키는 것을 강조하지만, 과학은 연구를 통해 환경 문제의 원인을 밝히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물론 인공지능이 해결하지 못하는 윤리적 문제와 과학의 발달로 인해 빚어지는 인간의 정신적 질병에 관한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불교의 명상과 마음 수련이 일정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물리적인 현상인데 자식을 하나 또는 둘만 낳는 현대 사회에서 승려가 되겠다는 사람의 숫자가 줄어들어 2022년부터 공식 집계된 대한불교 조계종의 출가자는 100명도 되지 못하였다. 전국의 산재한 수많은 사찰들을 지킬 승려들의 숫자는 부족하여 승려들이 거주하지 않는 사찰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 출가자의 감소와 늘어나는 빈 사찰은 동전의 앞뒷면이지만 이 두 가지 문제는 현재 불교계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이다. 사찰을 많은 사람이 활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자. 아름다운 자연을 호흡하면서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듣고, 독서와 토론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찰을 개방하는 방안은 어떨까.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의 보급으로 인해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포교가 가능해졌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여 불교의 가르침을 전달하고, 온라인 법회를 개최하여 불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또 챗봇을 활용하여 교리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제공하고, 명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시대 변화에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순석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 seok333@daum.net
 

[1718호 / 2024년 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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