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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강원 탄생 요람된 새마을운동

1970년대 경기도청서 열린
스님 대상 ‘새마을운동교육’
지광·묘순 스님의 첫 만남
‘삼선승가대’ 탄생 이어져

새마을운동은 1970년 4월 박정희 정부가 전국지방장관회의에서 내린 ‘농민, 관계 기관, 지도자 간의 협조를 전제로 농촌자조노력의 방안을 연구하라’는 특별 지시로 조직됐다. 근면·자조·협동의 기치 아래 범국민·범국가적으로 추진되면서, 단순한 농촌개발사업을 넘어 도시·공장·직장 등 한국사회 전반의 근대화 운동으로 확대·발전됐다. 새마을운동은 농촌개발 및 한국사회의 근대화를 촉진했다는 긍정적인 측면들도 있지만, 박정희 정권의 ‘국민국가 만들기’ 정책에 국민을 반강제적으로 동참시켰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그러나 새마을운동의 이러한 부정적 측면이 오히려 한국 불교계, 특히 비구니계에는 큰 성과를 낳는 기연이 되기도 했는데, 바로 ‘삼선불학승가대학원’의 탄생 비화이다.

1970년대 중반 새마을운동이 절정에 달했을 때 스님들 역시 반강제로 동원돼 교육을 받아야 했다. 이렇게 스님들을 대상으로 열린 ‘새마을운동교육’에서 이뤄진 묘순 스님(현 삼선불학승가대학원 원장)과 지광 스님(현 보탑사 회주)의 만남이 바로 ‘삼선불학승가대학원’이 탄생 계기가 됐다. 역사적 만남의 순간은 이 사진으로 남아있다.

사진을 제공한 묘순 스님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새마을운동교육은 경기도청에서 열렸는데, 경기도 일대의 스님들 31명이 모였다. 세월이 오래되어 스님들을 일일이 다 알 수는 없지만, 첫 번째 줄 왼쪽부터 네 번째가 지광 스님, 여섯 번째가 동국대 역경원장을 역임한 월운(月雲, 1929년~2023년) 스님, 맨 뒷줄 왼쪽 첫 번째는 묘순 스님, 그리고 오른쪽 첫 번째는 석불사 주지를 지낸 경륜 스님이다.

묘순 스님을 인터뷰한 2016년 2월자 ‘법보신문’에 따르면, 이 만남 이후 지광 스님이 묘순 스님을 찾아와 “형편이 여의치 못해 강원을 가지 못한 스님들이 많은데 학교처럼 오전에 와서 공부하고 하교하는 통학강원을 개설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그리고 이 제안으로 1978년 지광 스님이 있던 의정부 호원동 약수선원에 조그만 건물을 한 채 빌려 문을 연 것이 한국불교계 최초의 통학강원이었던 ‘주림강원’이다. 이후 강원을 서울 성북구 삼선동으로 옮겨 ‘삼선강원’으로, 다시 ‘삼선승가대학’에서 2014년 지금의 ‘삼선불학승가대학원’으로 태어났다.

사실 ‘통학강원이 생긴 것이 뭐 그리 대수냐!’ 하겠지만, 1970년대만 하더라도 강원 교육은 지금과 같은 의무교육이 아니었다. 더구나 은사스님을 도와 절 일을 도맡아야 했던 사미니나 비구니 상좌들에게 강원 교육이란 먼 나라 이야기인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러다 보니, 교학 연찬의 기회를 놓친 스님들이 많았다. 이에 비구니스님들의 어려운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두 스님이 발심해 만든 것이 바로 교계 최초의 통학강원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남다르다 하겠다.

지금도 삼선불학승가대학원 강의실에는 전국에서 찾아온 스님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젊은 스님보다 노스님들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아마도 젊은 시절 사중의 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스님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종단의 교육 체계가 정립되었지만, 통학강원의 존재 의미가 지금도 유효한 이유다.

황정일 동국대 대우교수 9651975@hanmail.net

[1718호 / 2024년 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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