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 대표적 화가로 명성을 날렸던 김홍도는 영혼이 자유롭고 창의성이 풍부한 천재적 작가로 불렸다. 보수적이고 엄격한 궁중의 도화서에서 과감하고 자유로운 발상을 펼쳤을 뿐만 아니라, 전통의 규범이나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시대에 맞는 제재를 창안하고 새롭게 표현하며 새로운 기법을 시도했다. 그가 보여준 창의성은 조선시대 회화에 변곡점을 마련해 당시 회화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고, 혁신을 통해 조선 회화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그를 기점으로 변화가 일어났을 뿐만 아니라 후대의 회화는 물론 민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미쳤다.
책은 김홍도의 작품과 그와 관련된 사진 200여 점을 통해 혁신과 변화로 조선시대 화단의 중심에 섰던 김홍도의 삶과 예술세계를 집중 조명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0.1%의 천재라더라도 그것을 꽃피울 수 있는 시대와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그 천재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김홍도가 천재성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두 번의 운명적 만남 때문이다.
첫 번째는 어린 시절 안산에서 예림의 총수 강세황을 만난 일이다. 강세황을 통해 김홍도는 풍속화와 신선화에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두 번째는 정조와의 만남이다. 김홍도는 정조의 지시로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유람했으며, 대마도와 북경을 다녀왔다. 이런 여행은 그의 회화 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정조가 사도세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벌인 회화 프로젝트에 참여해 기독교 성화처럼 그린 획기적인 불화를 제작했고, 북벌에서 북학으로 바뀐 정조의 외교 노선에 따라 책가도와 호렵도라는 새로운 장르의 회화를 탄생시켰다. 이들 그림은 민화에 이르기까지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전통은 현대와 연관이 있을 때 의미가 있다. 전통은 그 자체만 들여다보면 박물관의 유리장 안에 박제된 문화유산이고, 현대와 연결고리를 찾으면 현재진행형의 문화가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끊임없이 보여주려는 것은 ‘조선시대의 김홍도’가 아니라 ‘현대의 김홍도’에 관한 이야기다.
권오영 전문위원 oyemc@beopbo.com
[1718호 / 2024년 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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