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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향기로운 법정 스님의 속환사바

  • 불서
  • 입력 2024.02.26 18:02
  • 호수 1718
  • 댓글 0

마지막 스승 법정스님
정찬주 지음/여백/332쪽/1만8000원

평생 무소유(無所有)를 지향하며 텅 빈 충만으로 일생을 채웠던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되새길 수 있는 귀중한 책이 발간됐다. 불교계 원로소설가 정찬주 작가가 법정 스님 입적 14주기를 맞아 산문집 ‘마지막 스승 법정스님’을 내놓았다. 

입적을 앞두고 허례 의식을 거부하며 오로지 비구 법정으로만 기록되기를 바랐던 스님은 평생에 걸쳐 사리처럼 내놓았던 책들 또한 ‘말빚’이라며 절판을 당부했다. 이런 이유로 스님에 대한 기억은 시나브로 엷어지고 있다.  이런 때에 다시 맑고 투명했던 스님의 삶이 한 권의 책으로 세상으로 걸어 들어왔다. 법정 스님과 같은 공기를 호흡하며 함께 세월을 공유했거나 혹은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스님의 속환사바(速還娑婆)를 반기는 심정일 것이다. 혼탁한 세상을 온몸으로 견디며 시간과 더불어 흘러가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 다시 돌아온 법정 스님의 가르침은 삶에 대한 위로이자 용기가 될 것이다.

정 작가는 1984년 12월 샘터사에 입사해 법정 스님의 원고를 담당하는 서브 편집자로 일하며 인연을 맺었다. 그 인연은 1991년 봄 스님이 주석하던 송광사 불일암에서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이어졌으며 오랜 세월 스님의 말씀과 모습을 틈틈이 글과 사진자료로 모으고 나머지는 눈과 마음에 기록했다가 책의 뼈대와 살로 삼았다. 정 작가가 스님과 인연을 맺은 지 6년 만에 사제의 인연을 맺으며 받은 법명은 무염(無染)이었다. 무염이란 “저자에 살되 물들지 말라”는 평생의 가르침이었다.

정 작가는 법정 스님이 왜 마지막 스승인가에 대해 이렇게 밝히고 있다. “첫 번째 스승은 사춘기 방황을 멈추게 한 아버지이며 두 번째 스승은 대학 시절 고결한 문학정신을 일깨워준 홍기삼 총장이다. 그리고 세 번째 스승은 우리 시대, 우리 모두의 스승이었던 법정 스님으로 계첩과 법명을 받음으로써 생의 마지막 스승이 되신 것이다.”

책은 1부 ‘맑고 향기로운 스님’, 2부 ‘마지막 스승 법정 스님’, 3부 ‘법정 스님처럼’으로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정 작가가 소장하고 있는 스님의 엽서와 편지, 유목 등을 공개하며 그것들이 품고 있는 사연들을 통해 스님의 정신세계와 삶의 모습, 맑고 넓은 사상 등을 진솔하게 담았다. 2부는 정 작가가 본 법정 스님에 대한 내용이다. 스님이 치열하게 정진하고 또한 세상을 향해 맑고 향기로운, 그리고 때로는 날카롭고 죽비처럼 묵직한 사자후를 토해냈던 불일암이라는 장소에 깃든 추억들이다. 3부는 정 작가의 산방인 이불재에서 경험하는 사계에 대한 깊이 있는 글들이다. 

책에는 새로운 내용만 담긴 것이 아니다. 과거 여기저기 발표했던 글들도 법정 스님의 삶을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다면 그대로 실었다. 이것을 통해 법정 스님의 삶과 수행의 벼리들이 입체적으로 살아나 누군가의 지친 영혼에 더 많은 위로와 감동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가의 노파심 때문이다.

김형규 전문위원 kimh@beopbo.com

[1718호 / 2024년 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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