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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 정체성 회복 앞장 금명 스님 삶 조명

  • 불서
  • 입력 2024.02.26 18:04
  • 호수 1718
  • 댓글 0

다송자 금명보정
현봉 스님 지음/조계종출판사/452쪽/2만7000원

조계총림 방장 현봉 스님, 금명보정 스님 문집 등서 행장 추려 정리
시 70편‧사진자료 등도 수록…시대상 파악할 수 있는 사료로 평가

순천 송광사는 조계총림이 위치한 승보사찰로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사찰 가운데 하나다. 신라말 혜린 선사에 의해 창건됐지만, 고려 중기에 이르기까지 큰 규모는 아니었다. 오히려 고려 인종 때 석조 스님이 추진한 중창불사가 중단되면서 폐사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 송광사가 역사 속에서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보조국사 지눌 스님이 주석하면서부터다. 지눌 스님은 퇴락한 불교를 중흥하고자 명종 27(1197)년 이곳에서 정혜결사를 진행하고, 9년간 중창불사를 진행해 사찰의 면모를 일신했으며, 결사에 동참한 수많은 대중들을 지도하면서 한국불교의 새로운 전통을 확립했다. 이후 송광사는 보조국사 지눌 스님을 필두로 조선 초까지 16국사를 비롯해 조선과 근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선지식을 배출하는 등 한국불교의 중심도량으로 발돋움했다. 

이처럼 송광사의 옛 역사가 오늘날까지 전승될 수 있었던 것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송광사의 정체성 회복과 한국불교중흥을 위해 노력했던 다송자 금명보정(1861~1930) 스님의 헌신 덕분이었다. 금명보정 스님은 일제강점기 송광사에 주석하며 사라질 뻔했던 방대한 자료들을 수집하고 정리해 송광사가 승보사찰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진 인물이다. 그럼에도 금명보정 스님은 학계는 물론 불교계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역사의 뒤안길에 있었던 금명보정 스님을 처음 세상에 드러낸 것은 현 조계총림 방장 현봉 스님이었다. 

현봉 스님은 송광사 주지 재임 시절 우연히 금명보정 스님의 기록을 발견하고, 스님의 업적을 널리 알리겠다는 원력으로 2001년 ‘다송자 금명보정의 생애와 사상’이라는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학술대회를 계기로 금명보정 선사에 대한 연구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2015년 송광사에서 다시 ‘다송자를 중심으로 한 선사상과 송광사 다풍’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를 통해 금명보정 스님의 업적과 행적에 대한 학술적 논의는 무르익었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스님의 면모를 제대로 알리기에는 여전히 부족했다. 특히 금명보정 스님의 저술은 ‘한국불교전서 전12책’ ‘보유편’에 방대한 분량으로 수록돼 있지만 한문으로 기술돼 일반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현봉 스님은 금명보정 스님의 삶과 사상을 직접 정리하기로 발원했다. 
 

송광사는 2020년 일제강점기 한국불교 정체성 회복에 앞장섰던 금명보정 스님의 입적 90주기를 맞아 송광사 부도원에 금명보정 부도탑(아래 왼쪽에서 두 번째)을 건립했다. 
송광사는 2020년 일제강점기 한국불교 정체성 회복에 앞장섰던 금명보정 스님의 입적 90주기를 맞아 송광사 부도원에 금명보정 부도탑(아래 왼쪽에서 두 번째)을 건립했다. 

이 책 ‘다송자 금명보정’은 이 같은 현봉 스님 원력의 결실이다. 스님은 금명보정 스님의 문집 가운데 일부 행적을 뽑아 행장을 중심으로 업적을 정리했으며, 1000여 편에 이르는 금명보정 스님의 시고(詩稿) 가운데 차시(茶詩) 70여 편, 문고(文藁) 가운데 기문(記文) 몇 편을 골라 번역과 함께 수록했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과 송광사성보박물관에 남아 있는 사진 자료들도 수록했다. 금명보정 스님의 행장을 따라가다 보면 송광사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사건들을 살펴볼 수 있다. 때문에 이 책은 금명보정 스님의 생애와 사상은 물론 당시 시대상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도 손색없다. 

금명보정 스님은 1861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다. 극심한 가난을 피해 15세 되던 해 송광사에서 금련경원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출가 이전부터 서당을 다니며 주경야독했던 스님은 전국의 강원을 다니며 경붕익운, 혼해찬원, 구연법선, 원해문주 스님 등 당대 명성 높았던 강백들로부터 경전을 익혔다. 

스님은 배움에 그치지 않고 후학양성에도 매진했다. 송광사에 보통학교를 세워 한문과 불교를 가르쳤고, 강원을 세워 교학의 전통을 이어 나갔다. 이와 동시에 스님이라도 현대학문을 배워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에 따라 스님들의 학교교육을 독려했고, 제자를 일본으로 유학보내기도 했다. 한국불교의 뼈대인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했다. 현재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송광사 사고’도 스님의 피땀으로 만들어 낸 결실이다. 스님은 또 대은, 금담, 초의 스님으로 이어진 동국 칠불계맥을 범해 스님으로부터 물려받았다. 특히 스님은 계맥 전수와 더불어 초의, 범해 스님의 다풍(茶風)을 이어받아 스스로 호를 ‘다송자(茶松子, 차를 즐기는 송광사 스님)’라 할 만큼 차와 다시(茶時)를 즐겼다. 

2020년 금명보정 선사 입적 90주기를 맞아 송광사 부도원에 ‘금명보정탑’을 건립한 현봉 스님은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한반도 위기론이 대두되는 현시대에 금명보정 선사의 행장이 큰 깨달음을 주리라 믿는다”며 “이 책을 계기로 금명보정 선사의 업적이 더욱 조명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권오영 전문위원 oyemc@beopbo.com
 

[1718호 / 2024년 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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