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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새 선학 강좌 반토막…동국대서 선학 사라진다

  • 교학
  • 입력 2024.02.29 21:49
  • 수정 2024.03.04 09:26
  • 호수 1719
  • 댓글 18

동국대 선학 와해되나-상

본지 2001년부터 올해까지
동국대 개설 선학 강좌 조사

학부제 시행 이후 급감 뚜렷
선학과 대학원엔 응용선 대세

동국대 서울캠퍼스 전경. [법보신문DB]

선을 표방하는 조계종 종립대학인 동국대에서 학부제 시행 이후 선학 강좌 수가 반토막이 났다. 대학원 선학과도 명상·상담·심리 등 선을 응용하거나 선과 동떨어진 강좌들이 크게 늘어난 반면 선 문헌이나 수행법 관련 강좌는 현격히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전통 선학 연구 단절과 더불어 선을 학문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종학(宗學)의 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가 최근 동국대 서울캠퍼스와 와이즈캠퍼스의 2001년 1학기부터 2024년 1학기까지 학부 학업 이수 가이드 및 개설 강좌를 분석했다. 그 결과 동국대 서울캠퍼스 불교학부의 경우 학부 내에 선학 전공이 있던 2001~2009년까지 학기당 개설된 선학 강좌 수는 평균 9.5개였다. 

그러나 2010년 불교학부에서 선학 전공이 사라지면서 관련 강좌 수는 32.6%가 감소한 평균 6.4개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가속화돼 학기당 평균 4.8개 강좌에 그쳤다. 학부제 시행 이후 선학 강좌의 절반가량인 49.4%가 줄어든 수치로 대학 교육에서 선학의 영역이 크게 줄었음을 보여준다.

와이즈캠퍼스 감소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2001~2013년까지 불교학부에 개설된 선학 강좌는 학기당 평균 10.5개였다. 그러나 2014년 불교학부에 선학 전공이 폐지되면서 2017년도까지 평균 6.8개로 35.2%가 감소했다. 선학을 전공한 마지막 학생들이 졸업한 2018년부터 2024년 1학기까지 개설된 선학 강좌는 평균 4.1개로 10년 사이에 무려 60.9%가 줄었다. 특히 서울캠퍼스와 와이즈캠퍼스 모두 선학의 양적인 감소뿐만 아니라 강좌 내용에서도 선치료 상담, 선심리상담이론 등 전통선이 아닌 응용선 분야의 비중이 커진 것도 뚜렷한 변화다.

동국대 서울캠퍼스 일반대학원 선학과  홈페이지. 
동국대 서울캠퍼스 일반대학원 선학과  홈페이지. 

학부에서 전통선의 축소 및 홀대는 대학원으로도 이어진다. 서울캠퍼스의 경우 2014년 이전에는 ‘조사선연구’ ‘중국선연구’ ‘한국선연구’ ‘중국선전특강’ ‘대승선전특강’ ‘조계종전연구’ ‘선원청규연구’ ‘선수행 지도법 연구’ ‘한국고대선사상연구’ ‘티베트 & 남방선 연구’ ‘육조단경’ 등 다양한 강좌가 개설됐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비교명상연구’ ‘선심리상담특강’ ‘선과현대심리학특강’ ‘선심리연구’ 등 응용선 강좌가 점차 늘기 시작해 2014년까지 응용선이 전체 선학 강좌의 12.5%를 차지했다. 이후 응용선 강좌 비중이 더 커져 2015년부터 올해 1학기까지는 27.3%로 늘어났다. 선학과 내에 응용선 외에 ‘상담심리의이론과실제’ ‘상담연구방법론’ ‘가족상담’ ‘차명상연구’ ‘면접원리’ ‘명상상담코칭’ ‘차산업연구’ 등 선학과 거리가 먼 강좌들이 크게 증가한 것도 특징이다.

와이즈캠퍼스 일반대학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4년 선학전공이 추가되면서 ‘한국선특강’ ‘선과현대사회연구’ ‘선수행지도법연구’ ‘조계종전연구’ ‘중국선전연구’ 등의 강좌를 개설해 왔다. 그러나 2016년부터는 뚜렷한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한·중·일 차문화특강’ ‘선심리상담특강’ 등 전통선과 동떨어진 강좌들이 속속 등장했다. 올해 2024년 1학기에는 선학 전공 강좌가 단 2개였으나 그마저도 하나는 ‘불교와생명윤리연구’로 선학 범주에 포함하기 어려웠다.

이 같은 선학의 상황은 전통적인 선학의 학문적 근간이 무너지는 등 존립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선학은 철학, 사학, 문학, 문헌학 등 인문학과 폭넓은 접점을 공유하는 학문이지만 전통선 관련 강좌가 감소하면서 박사학위를 받더라도 강의 하나 맡기 쉽지 않고 결국 연구를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관련 논문을 더욱 찾아보기 어렵고, 선의 저변을 확대하는 인문학 내에서 변방으로 내몰리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선학 연구를 통해 한국불교가 나아갈 방향과 대안을 제시함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동국대 선학과 A 명예교수는 “지금은 선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없어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이라며 “선학의 위기는 간화선의 위기로, 선 종립대학인 동국대와 한국불교의 전승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통선학 연구의 쇠퇴는 현재 조계종이 간화선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K-명상 확립 및 추진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동국대 선학과 B 명예교수에 따르면 K-명상은 한국선, 즉 간화선에 해당한다. 그러나 현재 간화선은 물론 전통선의 학문적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K-명상을 구축하기에 이론체계가 부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K-명상은 한국적 명상의 특징을 살려내는 것이 관건인데, 이를 위해서라도 존폐위기에 있는 전통선의 학문적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B 명예교수는 “조계종의 종지는 선학”이라며 “K-명상에 한국선 수행전통이 학문적 뒷받침을 할 수 없다면 자칫 뿌리 없이 시대의 조류에 휩쓸리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통선을 전공한 C스님은 “90년대 중반까지도 선학 강의 80%가 중국선, 한국선, 간화선, 조사선 등이었는데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라며 “전통선 전공자들은 점차 줄어드는 강의에 설 자리를 잃었고 선학과 대학원생은 선 문헌을 공부하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탄식했다.

이지윤 기자yur1@beopbo.com

[1719호 / 2024년 3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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