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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 세상에 남기고 간 마지막 수행문답

  • 불서
  • 입력 2024.02.29 21:37
  • 수정 2024.03.02 13:30
  • 호수 1719
  • 댓글 1

삶을 바꾸는 5가지 명상법
혜봉 오상목 지음 / 불광출판사 / 416쪽 / 2만원

지난해 1월 세연을 접은 혜봉 오상목 법사는 수많은 이들에게 삶의 길을 일러준 참스승이다. [사진=불광출판사]
지난해 1월 세연을 접은 혜봉 오상목 법사는 수많은 이들에게 삶의 길을 일러준 참스승이다. [사진=불광출판사]

불교에서는 스승과 제자가 되려면 1만 겁의 인연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가로, 세로가 15km쯤 되는 거대한 성 안에 겨자씨를 가득 채우고 100년마다 한 알씩 꺼내 그것이 다 없어지는 시간이 1겁이라고 하니 스승과 제자의 인연이 얼마나 지중한지를 보여준다. 억겁의 세월을 윤회하는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참된 스승의 올바른 가르침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세연을 마친 저자는 수많은 이들에게 삶의 길을 일러준 스승이다. 제자 김향진 씨가 입적한 스승을 그리며 “가슴이 시리고 아프다. 스승이 계시지 않으니 스승의 은혜 더욱 감사하고 천지가 선생님 그림자로 한 발짝도 벗어나질 못하는 것 같다. 어떤 법이든 법을 찾아 헤매지 않고 물을 수 있었던 분, 혜봉 스승님. 이런 분이 나의 스승이시니 천하가 부럽지 않고 어떤 사랑도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이다.”라고 밝히듯 이는 저자와 사제의 연을 맺었던 이들의 한결같은 심정일 듯싶다.

저자는 동국대 불교학과에서 공부한 후 1986년 조계사 학생회와 대학생회 지도법사, 1989년 정토포교원 원장을 지냈다. 1990년 조계종 종정을 역임한 서암 스님에게서 보살계와 무자(無字) 화두를 받고 정진했다. 전국의 선지식을 찾아다니며 수행의 깊이를 더했고, 동남아에서 여러 해 동안 정진했다. 그 과정을 거치며 마침내 저자는 새로운 삶을 보게 됐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자신을 그토록 옭아맸던 감옥에서 벗어나는 길이 돈, 권력, 사회적 지위, 제도, 학력, 지적 수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마음에 있었음을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깨달았다. 더 이상 그를 구속하거나 괴롭힐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저자가 본격적으로 법을 펼친 것은 1994년 정토회 문경수련원 지도법사를 맡으면서부터다. 그동안의 정진과 깨달음을 토대로 나눔의장, 진언 명상, 염불 명상, 관법 명상 수련을 지도했다. 1998년엔 서울 방배동에 명상아카데미를, 2000년에는 사단법인 밝은 세상을 설립해 수많은 사람의 눈을 밝혀주었다.

이 책은 명상을 통해 깨달았던 마음의 원리와 함께 그들과 명상하며 주고받았던 이야기들을 엮은 것이다. 저자가 남긴 유일한 단행본으로 상좌부와 대승, 금강승과 선을 두루 수행하고 회통한 그의 수행법을 만날 수 있다.

“알아차림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나요?” “즐겁고 행복한 마음들을 왜 집착하지 말아야 하나요?” “시도 때도 없이 눈에 영가가 많이 보이는데 볼 때마다 겁이 나서 생활에 지장이 많습니다.” “말 이전의 말은 어떤 것이 있나요?” “교회에서 ‘하나님 아버지’하고 부르는 경우나 예수님을 관상하는 명상을 하는데 이것도 염불과 같은 원리입니까?” “화두를 참구하다 보면 화두가 슬그머니 없어집니다.”

알아차림, 진언, 절, 염불, 화두 등 5가지 명상에 대한 궁금증은 물론 명상으로 행복을 발견한 이들의 생생한 체험을 살펴볼 수 있다. 질문과 답변을 따라가다 보면 해당 수행의 기초에서부터 깊은 경지까지도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다.

1년 365일 몸과 마음이 괴로운 이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고 한 명의 제자를 귀히 여기며 늘 정성껏 답했던 스승. 67년의 길지 않은 삶을 마무리한 저자는 안타까운 시선들을 뒤로 하고 적멸에 들었다. 다행인 것은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고 세상을 밝게 비춰줄 보물인 그의 가르침이 우리 곁에 남았다는 고마운 사실이다.

이재형 대표 mitra@beopbo.com

[1719호 / 2024년 3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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