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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방송 정상화 위한 방안은

기자명 이병두

1990년 5월 1일 ‘깨치는 소리 나누는 기쁨’을 기치로 내세운 불교방송(BBS)이 첫 방송을 시작했을 때 수많은 불자들이 감격하였다. 나도 승용차를 운전할 때엔 당연히 BBS를 들었고, 교수이든 아나운서이든 가리지 않고 BBS프로그램 진행자들에게 환호하였다. 35년이 되어 가는데 나를 비롯해 개국 초기 진행자들의 이름과 목소리를 아직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불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 주었고 큰 기쁨을 선사해 주었다는 뜻이다.

방송 설립 추진은 조계종과 대한불교진흥원 양쪽에서 진행하고 있었다. 조계종은 원력과 의지가 있었지만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재정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동국제강 창업주인 대원 장경호와 그 아들 중원 장상문도 설립 구상을 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었다. 대원은 서울 남산에 대원정사를 세울 때 ‘방송국으로도 쓸 수 있도록’ 설계를 주문하는 등 방송 설립에 대한 원력이 있었으며, 중원도 1987년에 이미 대원정사 건물을 사용하고 대한불교진흥원이 운영비를 충당하는 방송국 설립을 추진했으나 정부 허가를 받지 못해 뜻을 접은 적이 있었다.

이렇게 방송 설립의 뜻을 가진 조계종, 원력과 재정 능력을 함께 갖춘 진흥원이 1988년 12월 함께 ‘불교방송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 추진하여 개국에 이르게 된 것이다. BBS 방송 허가를 받고 방송 송출에 이르기까지는, 이처럼 조계종과 진흥원이 똑같은 목표를 향하여 원력과 의지를 함께 하고 뒤에서 이를 도와준 ‘숨은 공로자’들의 노고가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게 세운 BBS방송이 어느 때인가부터 경영을 둘러싸고 흔들리기 시작하고, 여러 차례 경영 위기를 겪었다. 불법 행위로 구속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경영진이 있었고, 초대 장상문 사장이 떠난 뒤 사장 선임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못하여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한 것이 여러 차례였으며, 임기 4년을 제대로 마친 사장도 몇 명 안 된다. 이럴 적마다 방송사가 흔들려 신심과 실력 갖춘 직원들 중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이들이 이어지고, 내부 안정과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어졌으며, 청취율이 높아지리라 기대하기 어려웠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BBS 정관에서는 진흥원이 “사장 후보자를 복수 추천하고, 방송 이사회가 그중 1명을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는 본래 방송 설립에 큰 역할을 한 조계종과 진흥원이 힘을 합쳐 발전을 이끌어가게 하자는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초대 사장 장상문 타계 후 이 조항은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보다는 방송사가 제대로 나가기 힘들게 하는 부정적인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진흥원이 BBS 설립과 운영에 기울인 역할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사장 공백 사태가 되풀이되는 데에 진흥원 책임이 없을까. 진흥원 이사장과 불교방송 이사장‧사장 집무실은 복도를 마주하고 있는데도 아주 멀게 지내는 현실이 BBS 문제의 실상을 보여준다. ‘사장 추천 요청’과 ‘추천’ 공문만 주고받지 말고, 양쪽이 직접 만나 오로지 BBS 안정과 발전을 위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어도 풀지 못할 문제가 있을까.

재단, 특히 이사 다수를 차지하여 이사회를 책임지는 조계종은 진흥원이 BBS 설립과 운영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진흥원도 불만만 드러내지 말고, BBS 앞날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 무엇일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 방안 중에는 BBS가 진정으로 독립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진흥원 쪽에서 먼저 사장추천권을 비롯한 일체 권한을 내려놓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 이것은 BBS 안정과 발전을 위해서뿐 아니라, 진흥원을 자유롭게 해서 재단의 본래 설립 목적에 맞는 불교진흥 사업에 적극 나설 수 있게 할 것이라 본다. 상처가 더 깊어지기 전에, 서로 비난하지 않고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는 진지한 대화와 고민이 절실하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719호 / 2024년 3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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